2013년 벌어졌던 1,2인자간 갈등 재발하면 치명상
지주-은행 모두 성장하는 시스템 장치 고심할 듯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노래하면서 인간 군상들의 다양한 갈등을 통해 당대의 사회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여러 교훈을 던져준다.

그 중 대표적인 갈등이 아킬레우스의 첫 번째 분노였던 아가멤논과의 갈등이다. 2800년 전 그리스에선 승리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전투에서 획득한 전리품을 분배했다. 그런데 아킬레우스가 전투에서 승리한 뒤 정당하게 받은 몫을 부당하게 총사령관이라는 자격으로 아가멤논이 빼앗아 간 뒤 두 사람의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된다.

이 갈등의 여파는 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군에게 밀려 수세로 몰릴 만큼 큰 타격을 주었다. 당연히 아가멤논의 총사령관으로서의 리더십은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이 두 사람의 갈등의 본질은 1인자가 2인자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발생한 주도권 다툼이다. 1인자가 2인자보다 능력이 탁월하면, 거의 모든 순간에 2인자는 고개를 숙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1인자의 리더십이 약화되면 2인자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통치자의 리더십 내지 통치능력이 2인자보다 밀리는 경우, 대부분 통치자가 바뀌거나 그 혼란을 틈타 새로운 왕조가 들어섰다. 그만큼 1인자와 2인자 간의 갈등의 결과는 심대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KB금융지주의 윤종규 회장이 겸임하고 있는 KB국민은행장에 새삼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종규 회장이 2년 가까이 겸직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최근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인수가 완료되는 등 KB금융그룹의 외형이 더욱 커졌기 때문에 금융지주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위기가 내외부에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행장에 거론되는 사람들의 하마평까지 나돌 정도로 상황은 충분히 익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종규 회장이 선뜻 은행장 선임을 결정할지 예단하긴 쉽지 않다. 겸직을 그만두고 새로 은행장을 선임하는 문제보다 KB금융지주가 순항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1인자와 2인자가 힘의 균형을 이루면서 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지주가 성장할 수 있는 그림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면 2인자로 누구를 선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가 윤 회장의 고민인 것이다. 은행장 하마평에 정권발 낙하산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선 시스템적 안정장치가 더욱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지난 2013년에 벌어진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은행장 간의 갈등이 다시 벌어진다면, 그 때보다 더 큰 CEO리스크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윤 회장 특유의 카리스마로 상당부분 복구된 현 KB금융과 KB국민은행의 조직력이 다시 1, 2인자 간의 갈등에 노출된다면, 그 타격은 고스란히 직원들과 고객이 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겸임 2년(오는 11월)이 다가오고 있어 윤 회장의 고민도 깊어지지만 그에 못지않게 KB금융과 KB국민은행 임직원의 생각도 많아지는 시기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 답이 어떻게 내려질지에 대해 금융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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