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으로 만나는 '영웅'<3>

   
 

현대기업에도 수많은 아이아스 존재하지만 대우는 ‘소홀’
묵묵히 일하는 샐러리맨 챙겨주는 리더십 절실히 요구돼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영웅 중 아이아스만큼 많은 무공을 세우고, 위기에 처한 영웅들을 구출한 장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그의 진가가 발휘된 시점은 전리품 배분 문제로 그리스 연합군 총사령관인 아가멤논과 갈등을 벌인 아킬레우스가 파업을 벌인 기간이다. 그래서 더욱 그의 진가가 돋보일 수 있는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아킬레우스가 파업에 들어가자 그리스 연합군은 심각한 전력상의 손실을 입고 밀리기 시작했다. 이 공백을 메워준 장수가 바로 디오메데스와 아이아스다. 디오메데스는 민첩한 용기를 바탕으로 공격을 담당했다면, 아이아스는 묵직하게 지켜내는 수비수였다.

헥토르와 해가 질 때까지 맞대결을 벌였지만 승부를 내지 못하고 무승부를 기록할 만큼 무공이 깊었고, 아킬레우스가 없는 틈을 노려 그리스 연합군의 방벽을 부수고 쳐들어온 트로이군을 끝까지 막아낸 장수는 아이아스 말고는 없었다. 전함 위에서 수비를 할 때면 그는 자신이 맡은 구역을 성큼성큼 오가면서 창으로 이쪽저쪽 찔러본다. 배를 미는 삿대로도 찌르면서 철통같은 경계를 유지한다. 그래서 그를 한발도 물러섬 없는 수비수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절망도 모르고 전투에 임하는 전사이다. 그래서 <그리스인 이야기>의 저자 앙드레 보나르는 그의 용기를 스파르타식이자 로마식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묵직했기 때문에 아이아스는 헥토르의 파상공세 속에서도 위기에 처한 오디세우스를 구출해낼 수 있었다. 이뿐이었을까? 그는 아킬레우스의 무구를 입고 참전했다 전사한 파트로클로스의 시신과 파리스가 쏜 화살에 맞아 죽게 된 아킬레우스의 시신을 트로이군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적진을 뚫고 두 번이나 시신을 업고 나왔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아킬레우스의 시신과 무구를 오디세우스와 함께 가지고 나왔는데, 갑옷과 무구를 두고 오디세우스와 경쟁을 벌여야하게 된 것이다.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최고의 무구를 가질 충분한 자격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두고 말 잘하는 오디세우스, 그것도 자신이 생명까지 구해준 오디세우스와 경쟁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열불이 났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랴.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가 가장 용감하게 싸운 그리스 전사에게 무구와 갑옷을 주겠다고 말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결과에 대해 책임지기 싫었기 때문에 최고의 전사를 선정하는 일을 배심원들에게 맡긴 것이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서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는 그리스 군 앞에서 각자가 얼마나 훌륭한 전사였고, 무훈을 달성했는지 일장연설을 행한다. 하지만 배심원들은 지혜롭고 말 잘하는 오디세우스의 손을 든다. 아킬레우스의 사촌이자, 그리스 전사 중에서 가장 굳건하게 지키면서 주요한 무공을 달성한 자신이 아니라 말 몇 마디로 문제를 해결하고 잔꾀로 승부를 보려는 전혀 그리스 영웅답지 않은 오디세우스가 무구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아이아스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구를 오디세우스가 차지한 뒤 겪는 아이아스의 극한 정신적 혼란과 자살에 이르는 과정은 그리스의 비극작가 소포클레스가 쓴 <아이아스>의 주 내용이다. 무구를 두고 벌인 갈등의 문제는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의 갈등과 유사한 면을 가지고 있다. 이 문제는 아가멤논의 리더십 등을 다루는 글에서 집중 조명하도록 하겠다.

미국의 정치철학 교수인 폴 우드러프는 이 문제를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보상 문제와 연결시켜 ‘아이아스 딜레마’라고 정의하고 있다. 리더가 제대로 보상하지 못할 때, 그리고 시스템이 뒷받침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현대 기업들의 문제를 아이아스를 빗대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업들은 수많은 아이아스를 어떻게 대우하고 있을까? 일부의 오디세우스만을 대우하며 있는 정성 없는 정성 기울여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 내고 있는 오늘의 아이아스는 홀대하고 있지는 않을까? 스스로 자문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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