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보험사기 적발금액 추이(단위: 억원).[자료: 보험연구원]

<대한금융신문=장기영 기자> #1. 서울 H의원 병원장 A씨는 보험설계사 출신의 브로커 B씨를 고용해 환자 유치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하고, 환자들과 공모해 미용시술을 시행한 뒤 도수치료를 시행한 것으로 진료기록부를 조작했다. 환자 113명은 허위 진료비영수증을 근거로 4억3000만원의 실손의료보험금을, A씨는 2년 6개월간 의료법상 금지된 네트워크병원 6개소를 운영해 국민건강보험 급여 8억2000만원을 부당 편취했다.

#2. 외제차 전문 정비업체를 운영하는 C씨는 중고부품으로 교환 수리를 하고 순정부품으로 한 것처럼 허위견적서를 작성하거나, 파손되지 않은 부위를 확대 수리해 견적을 과장하는 수법으로 총 13회에 걸쳐 3억2500만원 상당을 편취했다.

앞으로 이 같은 보험사기를 저지르면 30일부터 시행되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특별한 사유 없이 보험금 지급을 지체 또는 거절하거나 금액을 삭감한 보험사는 건당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보험사기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선량한 소비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투트랙(two-track)’ 체계다.

곳곳에 흩어져 있던 보험·공제 계약 및 보험금 지급 정보를 한데 모아 보험사기 예방에 활용하는 보험신용정보 통합조회시스템도 가동된다.

◆보험사기죄 적용 벌금 2배 이상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제정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30일부터 시행된다고 29일 밝혔다.

특별법은 보험사기 행위에 대한 정의와 보험사기죄를 신설해 형법상 사기죄보다 벌금을 2배 이상 늘렸다.

기존에는 보험사기 발생 시 형법상 사기죄를 적용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했으나, 앞으로는 보험사기죄를 적용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제8조)한다.

보험사기의 처벌 수위가 일반 사기범죄보다 경미해 중대범죄로 인식되지 않고 죄의식 없이 가담한다는 지적에 따라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기 적발 규모는 2013년 5190억원에서 2014년 5997억원, 2015년 6549억원, 올 상반기 3480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4년의 경우 한 해 동안 총 4조5000억원, 가구당 23만원, 1인당 8만9000원의 보험금이 누수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선량한 보험소비자가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를 보험료 인상이라는 경로로 대납하고 있는 불합리한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금 누수 방지는 저렴하고 다양한 보험상품 출시로 이어져 소비자의 선택권과 혜택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험금 늑장지급 과태료 1000만원

보험사기를 예방하는 과정에서 자칫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특별법은 특별한 사유 없이 보험사고 조사 등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지체, 거절, 삭감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제5·15조)하고 이를 위반한 보험사에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기존에는 보험업법에 따라 기초서류(약관)을 위반해 보험금을 과소 또는 미지급한 경우 연간 수입보험료의 2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해 부당 이득 대비 제재 수준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약관에 따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보험금 지급 지체의 경우 사실상 제재가 어려웠다.

특별법은 약관 등에 따른 경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특별법 위반으로 보지 않아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

약관 또는 다른 법령에 따른 경우나 합당한 근거가 있어 보험사기 의심행위를 금융위원회에 보고(제4조) 또는 수사당국에 고발 조치(제6조)를 취한 경우, 소를 제기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단, 예외적인 경우에도 보험사가 금융위에 보고 또는 수사당국에 고발한 근거가 사후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되거나 보험사가 소비자를 압박하기 위해 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 지체, 거절, 삭감에 대한 엄정한 제재를 추진해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험·공제 통합조회시스템 가동

특별법 시행에 맞춰 보험계약 단계별 보험사기를 예방하는 보험·공제 통합정보 기반 보험사기 예방시스템이 가동된다.

한국신용정보원은 생명보험협회(보험계약정보조회시스템), 손해보험협회(가계성정액담보조회시스템), 보험개발원(공제통합시스템)에 흩어져 있던 보험 계약 및 보험금 지급 정보를 이관 받아 보험신용정보 통합조회시스템 ‘보험사기 다잡아’(가칭)를 구축했다.

통합조회시스템 도입으로 보험사와 공제사의 모든 보험정보를 볼 수 있게 돼 다수 또는 고액보험 추가 가입 제한, 허위 또는 반복 보험금 청구 의심 건에 대한 판단 등이 가능해졌다.

그동안에는 생명·손해보험사와 우체국, 새마을금고, 신협, 수협 등 공제사의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어 생보, 손보, 공제를 넘나드는 보험사기에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신용정보원은 보험사기 예방에 활용도가 높은 자동차보험, 배상책임보험 등의 정보를 추가 집중하고, 보험 가입 및 보험금 지급 내역을 한 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조회화면을 제공할 예정이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전체 의료기관과 특정 의료긴관간 입원 일수 비교 등 보험사기 예방에 유용한 통계를 지속적으로 발굴 및 분석하고 시의성 높은 정보를 제공해 보험사기 예방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약자, 피보험자, 피해자 등 보험관계자간 상호 연관성을 분석하는 등 공모형 보험사기 근절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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