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한 자금조달력 바탕으로 5년째 성장
위기 땐 속수무책, 펀더멘털에 무게 둬야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최근 몇 년간 자동차금융 시장에서는 자금조달 경쟁력이 높고, 공격적인 레버리지 정책을 선보이는 은행계 캐피탈사들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그러나 빠른 성장만큼 유동성 관리가 중요한 만큼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무게를 둬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서울신용평가가 발표한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금융 시장은 은행계 캐피탈사들이 급성장을 이루는 반면 캡티브와 기업계 캐피탈사의 성장은 정체된 모습이다.

자동차금융 시장은 크게 자동차 제조사를 계열사로 둔 캡티브(Captive)사와 은행계 및 기업계 캐피탈사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서는 자동차금융에 특화된 캐피탈사 중 현대·기아자동차 계열인 현대캐피탈을 캡티브사, KB·하나·JB우리·BNK캐피탈을 은행계, 아주캐피탈을 기업계로 나눠 분석했다.

 
최근 10년간 캐피탈사의 총자산 추이를 보면 캡티브와 기업계 캐피탈사는 지속적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은행계 캐피탈사는 2011년부터 성장세가 두드러지더니 올 6월까지 약 2.8배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1 참조>

은행계의 이 같은 성장세는 공격적인 레버리지 비율 확대, 모회사를 통한 우월한 자금조달 경쟁력 등이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자동차금융 시장은 현대·기아차를 전속금융사로 둔 현대캐피탈이 시장 우위를 점해왔다. 그러나 최근 자동차 내수시장이 침체되고 오는 30일부터 시행되는 레버리지 규제와 관련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그 성장이 둔화됐다.

반면 은행계는 여전히 공격적인 레버리지 정책으로 자산을 확대하고 있다. 올 6월 기준 은행계 캐피탈사의 레버리지 비율은 9% 이상으로, 레버리지 규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캡티브와 기업계 캐피탈사에 비해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신용평가 신용평가본부 신용평가2실 박민식 실장은 “이는 은행계가 리스크 관리에 엄격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점과는 반대되는 결과”라며 “은행계는 적극적인 레버리지 확대로 수익성, 자산건전성 등 지표상의 경영성과를 우선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모회사를 기반으로 한 뛰어난 자금조달 능력도 은행계 캐피탈사의 자산성장을 견인했다.

은행계 대비 기업계 캐피탈사의 조정ROA(총자산순이익률) 차이는 2014년 50.5bp에서 2015년 34.1bp로 좁혀진 반면 평균조달금리 차이는 2014년 40.7bp에서 2015년 58.4bp로 증가했다. 즉 조달경쟁력이 수익성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그림2 참조>

다만 급격한 자산 성장이 연체율·대손부담률 등 표면상의 자산건전성 지표를 낮추는 효과가 있고, 캐피탈업의 경우 시장의 신뢰에 기반해 자금이 공급되고 시장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언제 발생할지 모를 위기상황에 대비해 철저한 유동성 관리도 필요하다.

박 실장은 “빠른 성장이 반드시 무리한 성장(reckless growth)은 아니다. 그러나 캐피탈업의 시장 신뢰형 자금조달구조임을 고려할 때 빠른 성장에 걸맞은 유동성 및 신용위험 관리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의 부실이 발생할 경우 주주뿐 아니라 채권자도 손실을 부담하는 베일인(bail-in) 시대가 됐다”며 “덩치가 커진 만큼 부담도 커진다. 모회사의 후광효과보다는 펀더멘털에 보다 무게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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