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한재준 교수

▲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한재준 교수

지난 9월 6일 저축은행의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인 ‘사잇돌Ⅱ’가 출시되었다. 우리나라 대출시장에서는 중신용자에 대한 10%대 대출상품이 부족하다는 소위 금리단층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를 해소하려는 정부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7월 은행권에서 중금리대출(사잇돌Ⅰ)이 출시된 바 있다. 그러나 은행권의 중금리 신용대출 확대에는 한계가 있고, 그 대상도 중신용 자(4~7등급)중 상대적으로 상위등급에 집중되기 때문에 7~8등급의 중신용자에게는 저축은행의 사잇돌이 도움이 될 전망이다.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 형성에 기여할 사잇돌대출 출시

그간 중금리 신용대출은 금융회사의 상품공급 유인 부족, 수요자 선별의 어려움으로 시장형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은행의 경우 건전성 악화 우려, 고금리상품 취급에 따른 평판 하락 우려로 동 대출을 취급하지 못했다. 상호금융기관은 담보대출 영업방식으로 선회함에 따라 중신용자 신용대출에 소극적이었다.

저축은행은 높은 원가구조(12%대 연체율과 모집인 비용)와 고객 선별(screen)기법 부족으로 중금리 신용상품 취급에 부담을 느껴왔었다. 저축은행 중 몇 군데(SBI, BNK 등)가 자체적으로 중금리대출을 출시했으나 그 규모가 제한적이었다.

이번 사잇돌대출은 서울보증보험이 자신의 신용평가모형을 사용하고 보증자로 나섬에 따라 저축은행은 연체율과 리스크관리 문제로부터 여력이 생겨 출시가 가능해졌다. 지난 7월 은행권도 정부의 독려로 사잇돌을 출시했지만 규모 확대에는 한계가 있어 저축은행의 참여가 불가피했다. 이번 사잇돌Ⅱ를 마중물로 그간 공백이었던 중금리 대출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서민과 자영업자에게는 필요한 자금이 제공되고, 담보위주 대출관행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사잇돌Ⅱ대출, 중신용자 대상의 SGI 보증 연계 저축은행 상품

이번 사잇돌Ⅱ는 은행권의 경우처럼 서울보증보험이 보증을 제공하는 형태로 출시되며, 대상고객은 상환능력(근로·사업·연금소득자)을 갖춘 중신용자들이다. 서울보증보험(SGI)은 연체정보, 대출거래 및 신용카드 이용정보와 같은 대외정보에다 SGI의 고유정보(휴대폰할부 이용정보, 신원보증 이용정보 등)를 활용해 대출신청자별로 신용등급과 대출한도를 산정한다. 현재 저축은행들의 미비한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금리는 9~19% 구간에서 결정되며, 평균금리는 14%대로 전망된다. SGI보증에 대한 보험료율은 신용등급 7등급인 경우 7.2%, 8등급은 8.6% 수준으로 예상된다. 대출금은 개인당 최대 2000만원, 7등급인 경우 평균 600만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5년(60개월)간 원리금균등상환 조건이며 공급규모는 5000억원으로 배정돼 있다. 이용고객은 은행에서 중금리 대출 한도 부족 내지 거절된 사람을 포함해 약 1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저축은행의 신용분석 능력, 정부의 정책지원, 도덕적 해이 방지 시스템, 적절한 시장 포지셔닝 등이 사잇돌대출의 성공 조건

2016년 현재 저축은행업계는 아래에서는 대부업체, 위로부터는 은행, 옆으로는 상호금융과 카드사 등 여전사로부터의 경쟁압력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된 상황이다. 또한 PF부실대출과 불법행위 저축은행 퇴출 등으로 그 입지도 약화되어 타개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사잇돌Ⅱ를 계기로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향후 사잇돌의 성공을 위한 과제 4가지를 집어본다.

첫째, 저축은행 스스로 신용분석 및 관계형금융 기법을 배양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보험료 산정과 연체율관리를 위해 서울보증기금(SGI)과의 유기적인 협력관계 구축이 급선무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자체적인 상담인력과 정성평가, 관계금융기법 확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판매채널 보강책으로 허용된 (온라인상) 비대면대출은 약이 될 수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대출의 고객은 다중채무자일 가능성이 높아 비대면 정량평가만으로는 곤란하다. 대면심층 상담과 정성평가가 필요한 이유이다. OTO(On-line To Off-line)간의 황금비율을 찾아내야 한다.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에서는 그간의 오명을 해소하고 사잇돌대출 PR을 위한 마케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당근과 채찍을 통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다.

당근으로는 신용인프라 구축 지원과 비대면 대출에 대한 영업구역 제한 완화이다. 신용인프라 구축은 SGI의 협조 이외에도 한국신용정보원에 집계되는 대부업 이용자 정보 공유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반발이 예상되는 대부업권에는 정책당국이 자금조달책을 확대해주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온라인 비대면 대출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창구대출처럼 영업구역 의무비율을 적용하면 사잇돌 대출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의무비율이란 빗장을 걷어내면 지역금융기관이란 저축은행의 정체성 상실, 과다경쟁 우려가 제기된다. 이 점은 정책당국의 적절한 판단이 불가피한 영역이다.

채찍으로는 사잇돌 출시·운영 성과에 따른 협약기관 풀(pool)의 변경과 감독기관의 모니터링이다. 금번 SGI와의 협약에 참가한 38개 저축은행 중 운영성과에 따라 일부를 협약기관 풀에 넣고 빼는 방식의 진입·퇴출관리이다. 또한 중금리 상품에 대한 비교공시 강화로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연체율 추이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셋째, 다중채무자의 개인회생제도 악용과 같은 도덕적 해이 방지다.

단기간에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은 뒤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기대출이 발생하면 저축은행의 추가출연료 부담이 높아지고, 사잇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상담인력 확보와 심사, 연체율관리 등 리스크관리가 강화되어야 한다.

넷째, 사잇돌 대출의 시장에서의 포지셔닝(positioning)이다. 정책서민금융인 햇살론, 카드사, 대부업체, 곧 출현할 인터넷전문은행, P2P업체와의 경쟁 속에서 고유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 중금리 신용대출은 시장원리, 상업적 베이스에 따라 이루어져야 궁극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다.

*이 글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주간하나금융포커스 제6권 37호에 게재된 논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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