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한국은 최근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안았다. 공적 예금의 소득대체율이 40%로 노후자금으로서 크게 부족하지만 대부분 여기에 의존하고 있다. 사적연금은 가입비중이 낮고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어 노후자금원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60세 이상 고령자 40% ‘경제적 어려움 호소’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고령사회 도달기간(고령화율7%→14%) 및 초고령사회 도달기간(고령화율 14%→20%)이 각각 18년과 8년으로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OECD 34개국의 평균 노인 빈곤율은 2007년 15.1%, 2013년 12.8%로 감소했지만 국내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2007년 44.6%에서 2013년 49.6%로 증가했다. OECD 평균 노인 빈곤율의 3배를 초과하는 수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60세 이상 고령자의 38.6%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준비 중인 노후자금(전체 연령대 기준)에 대한 설문에서도 불충분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59.5%로 노후준비 실태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고령층의 노후준비가 부족한 이유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고령층에 대한 복지수준이 낮고 노후준비의 주요 자산인 공·사적 연금이 활성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처음 도입했던 1988년만 해도 40년 가입기준으로 70%였던 것이 개혁 (1998년, 2007년) 이후 40%로 하향 조정됐다. 또한 경제활동 인구 중 국민연금 가입비중도 50.6%에 불과해 절반인 49.4%가 공적연금제도의 사각지대로 추정된다.

게다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지 않아 노령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34만6000원(2015년 7월 기준)으로 기초연금(65세 이상 노인층 소득하위 70%) 추가 시 월 50만~60만원 수준에 그쳐 공적연금만으로는 기초생활을 하기엔 부족하다.

노후준비자금을 마련 중이라고 응답한 가구의 노후준비 방법도 공적자금이 36.5%, 개인연금 14.0%, 예적금 13.2%, 부동산이 9.2%의 비중을 차지해 국민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게 조사됐다.

반면 국내 사적연금(개인연금·퇴직연금)의 자발적 가입율은 23.4%로 선진국(미국 47.1%, 영국 43.3%, 독일 71.3%)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비중이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사업장 또한 전체 사업장의 16.7% 수준이며 기업규모별로는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대기업의 도입률이 81.2%인 것에 비해 300명 미만 중소기업의 도입률은 16.5%에 그치고 있다. 퇴직연금에 가입해도 퇴직자의 퇴직금 연금전환 비율이 6.2%(2015년 9월 기준)로 일시금으로 수령 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어 노후소득보장 강화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개인연금은 보유자 비중이 전체 인구 대비 23.4%에 불과하고 이 중 개인연금보험 가입자는 전체 인구 대비 17.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공적연금 의존도 너무 높아…연금개혁 수반돼야
사적연금 증가가 크지 않은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선진국보다 연금세제지원 수준이 낮은 점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의 연금세제지원 수준은 OECD 34개국 중에서 23위로 2014년부터 연금저축보험에 대한 세제지원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변경되면서 연금저축보험의 규모가 줄어들었다.

세제지원 정책변경으로 중·고소득자들은 연금가입 인센티브 감소에 따른 신규가입 감소가 예상되고, 저소득자의 경우 혜택은 늘어나지만 경제적 여력 부족으로 신규가입 증가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소득계층별 연금저축 가입현황을 보면 연간 소득 2000만원 이하가 3.8%, 2000만~3000만원 7.3%, 3000만~5000만원 24.5%, 5000만~8000만원 38.7%, 8000만원 초과 25.7%로 저소득자의 가입비중이 현격히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고령화로 인한 복지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공적 역할을 완화하고 민간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연금제도를 개혁하고 있다.

영국은 국가 2층 연금을 소득비례에서 정액금액으로 전환해 저소득층에 유리하도록 하고 기업연금에 미가입한 22세 이상 근로자에 대해 사적연금 가입 제도를 도입했다.

독일은 조기노령연금 수급을 억제하고 공적연금 역할을 축소하되 노인·장애인 기초 보장제 도입으로 국고보조 개인연금 및 퇴직연금 활성화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스웨덴은 기초연금 폐지 및 소득비례 연금체계 개편을 통해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축소하고 저소득층의 기초보장제도를 강화해 개혁 후 최저 보증연금 수준을 두배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지현 연구원은 “미국 개인연금제도(IRA)의 경우 다양한 투자와 이전이 보장되고 상속, 세제혜택 및 유연한 인출 등의 장점으로 개인연금시장이 보편화돼 있다”며 “우리나라도 퇴직금의 연금전환에 따른 세제 인센티브와 개인연금에 가입, 유지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해 사적연금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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