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본사(왼쪽)와 여의도 63빌딩 한화생명 본사.
<대한금융신문=장기영 기자> 교보생명에 이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소송에서 27일 최종 승소했다.

그러나 같은 날 국회에서는 특례를 적용해 3년간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이 발의돼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를 둘러싼 생명보험사와 금융당국의 대치가 입법부와 사법부간 갈등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대법원2부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각각 보험계약자의 수익자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권 소멸시효 2년 경과 재해사망보험금 관련 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이날 확정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교보생명이 최종 승소한 동일 소송 관련 대법원3부의 판결과 같은 맥락이다.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최고 사법기관의 입장이 재확인된 셈이다.

삼성생명의 고객 A씨는 지난 2006년 6월 ‘삼성리빙케어 종신보험’ 계약을 체결하면서 약관상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 자살했을 때는 재해새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재해사망특약에 가입했다.

A씨는 2년 6개월여 뒤인 2009년 1월 자살했고, 삼성생명은 2009년 2월 수익자 B씨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제외한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했다. B씨는 2014년 5월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며 금융감독원에 금융분쟁조정 신청을 했고, 삼성생명은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수익자의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권은 이미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했고, 이를 주장하는 보험사의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 취지를 밝혔다.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최종 판결문이 넘어오면 구체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국회에서는 자살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났더라도 특례를 적용해 3년간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선동 의원은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기간 연장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이종명·윤한홍·김종석·정갑윤·여상규·김현아·조훈현·문진국·곽대훈 의원 공동 발의)했다.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맞서 해당 소비자들의 보험금 청구권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 소송 28건이 진행 중이나, 특별법이 제정되면 시행일로부터 3년간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에 연루된 14개 생명보험사 중 소멸시효 경과 보험금 지급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곳은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알리안츠생명, KDB생명, 현대라이프생명 등 6곳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14개 생보사의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총 2629억원(지연이자 포함)이며, 이 중 소멸시효가 완성된 보험금은 2244억원이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보험금 중 지급된 보험금 747억원(33%)으로, 아직 1500억원가량이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금감원은 그동안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강력히 제재하겠다며 압박해왔다.

김 의원은 “특별법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금융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민생법안으로, 새누리당 당론법안 추진을 통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생보사들의 갑질영업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자살보험금 문제뿐 아니라 불명확한 약관을 유리하게 해석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태를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손을 들어준 대법원의 판결과 회초리를 든 금감원의 압박 사이에서 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한 결정을 미뤄 온 생보사들은 특별법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특별법이 시행될 경우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결을 비롯한 소송 결과와 각종 논란은 무의미해진다”면서도 “법안이 실제로 입법될지, 과거 모든 사례에 소급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 관계자는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견해가 있어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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