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윤종규 회장, 창립 15주년 기념사 통해 IT업무 강조
변신 위해 니체가 말한 ‘어린아이의 순진함’ 요청도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모바일과 인공지능 기술로 대표되는 지금의 세상에서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IT트렌드’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KB국민은행 창립 15주년을 맞아 기념사를 통해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이 내놓은 일성이다.

“이미 많은 글로벌 금융회사들조차 자신들은 ‘IT기업’이라고 표방하고 있으며, 초등학생들도 학교에서 코딩과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습니다.”

미국의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스페인의 2위 은행이자 세계 26위 규모의 BBVA 등의 은행들은 모두 자신들이 IT회사라고 정의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여러 차례에 걸쳐 ‘정보기술(IT)회사’임을 천명한 바 있다. 이는 이 회사의 지난 행보만 살펴봐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이후 빅데이터 관련 핀테크 기업에 77건을 투자했으며, 최근 2년간 160개가량의 IT회사를 인수하는 한편, 트레이딩과 IB 인력을 줄이는 대신 IT인력을 약 1만 명으로 확충해 정규직의 30%에 달하고 있다.

BBVA의 프란치스코 곤잘레스 회장도 “은행은 소프트웨어 회사다”라고 수시로 말하고 2010년 이후 매년 1조원가량의 IT예산을 사용하면서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또한 전체 11만명의 직원 중 5만명 이상을 모두 IT인력으로 전환시킨다는 계획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JP모건과 시티그룹 등의 은행들도 모두 과거의 핵심 인력을 줄이는 대신 IT 개발자 채용을 늘리고 있다. 이유는 내부 IT역량을 강화시켜야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현업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핀테크와 인공지능, 모바일 관련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변신을 위해선 지금 실행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해외 은행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실리콘벨리에 사무소를 내고 핀테크 관련 동향 및 기술 개발에 직접 뛰어든 현대카드는 CEO 스스로 기술회사로의 변신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변화 흐름을 민감하게 느끼고 대응해야 한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어서인지 윤종규 회장은 KB국민은행 창립 15주년 기념사를 통해 작심한 듯 IT 트렌드를 놓치지 말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또한 윤 회장은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하는 미래에 ‘종합 서비스 역량’은 금융인의 필수 조건이 될 것”이라며 “미래의 영업점은 자산관리, 대출, 상담업무가 주축이 되는 소형 점포”로 변신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기계와 차별화될 수 있는 종합적인 상담역량이 필수적이라고 주문하고, 전략적 차원에서 창구의 전진배치 및 종합창구 운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같은 설명을 강조하기 위해 윤 회장은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낙타와 사자, 그리고 어린아이의 이야기를 도입했다. 변화하기 위해선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책의 구절은 다음과 같다.

“나는 이제 너희에게 정신의 세 단계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련다.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며, 사자가 마침내 어린아이가 되는가를.”

여기서 낙타는 척박한 환경에서 우리의 삶을 내리누르는 중력의 정신이며, 사자는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제도와 낡은 규범 등이며, 어린아이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상황을 말한다.

그래서 윤 회장은 “변화와 혼돈의 세상에서 두려움 대신 희망을 갖게 하고, 큰 변화라 할지라도 그 속에서 가능성을 찾게 만드는 힘은 바로 어린아이의 순진함“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윤 회장의 IT회사의 전환 및 어린아이의 순진함에 대한 요구는 그만큼 우리 금융회사들이 처한 환경이 절박하고, 그래서 변신이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반증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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