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의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플라스틱 카드 대신 모바일기기를 결제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모바일결제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결제 시장 규모는 2013년 1분기 1조1270억원에서 2014 1분기 2조8220억원, 2015년 1분기 5조564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올해는 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모바일결제 시장의 성장과 함께 비접촉식 결제가 가능한 NFC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비자, 마스터카드 등 국제 브랜드사의 NFC 결제 규격이 통용돼 왔는데, 국제 브랜드사의 NFC 결제 규격이 적용된 단말기는 설치비용이 비싸다는 단점 때문에 보급률은 저조한 수준이다. 이에 국내 8개 전업계 카드사들은 ‘한국형 NFC’ 결제 규격을 개발하기 위한 모바일 협의체를 구성했다. 본지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NFC 기술의 장점과 모바일 협의체의 성과를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10cm의 마법 NFC
스마트폰에 탑재된 기능 중 블루투스만큼이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NFC 기술이다.

NFC는 10c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서 스마트폰 등 단말기간 데이터를 전송하는 양방향 통신 기술이다. 이 기술은 블루투스와 달리 기기간 연결과정이 필요 없고, 인식 속도가 빠르며 보안성이 높다는 게 장점이다.

스마트폰의 NFC 기능을 활성화해 놓으면 어디서든 현금이나 카드를 꺼낼 필요 없이 그저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대는 것만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스마트폰 이용률이 높은 나라에서 NFC 기술은 향후 범용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조사기관인 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88%로 글로벌 평균(43%)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성인 10명 중 9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셈이다.

문제는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 대부분에 NFC 기능이 탑재돼 있지만 정작 NFC 결제단말기가 설치된 곳이 적어 활성화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카드사들이 빌려쓴 비자, 마스터카드, 유니온페이 등 국제 브랜드사의 NFC 결제 규격은 단말기 설치비용이 비싸다는 단점 때문에 보급률이 낮았다.

NFC가 대세…카드사 뭉치다
지난 9월 7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는 여신협회 및 KB국민·롯데·삼성·신한·하나·현대·BC·NH농협 등 8개 카드사 관계자들이 모여 모바일 협의체 출범식을 가졌다.

카드업계는 제조사, 플랫폼사, 스타트업, 해외 IT기업 등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하며 경쟁적으로 모바일결제 시장에 뛰어든 상황에서 국내 카드사간의 논쟁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간편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NFC 결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모바일 협의체 담당자는 “모바일결제 시장 초기 카드사들은 제조사와 플랫폼사의 간편결제 서비스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었으나 계속된 핀테크 학습효과로 인해 결제사업의 주도권이 카드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에 따라 국내 카드사들은 비효율적인 모바일결제 환경을 구축하는 등의 치킨게임을 멈추고 카드사 주도의 모바일결제 활성화를 위해 공동 대응키로 했다”고 말했다.

모바일 협의체의 첫 추진 과제는 새로운 한국형 NFC 결제 규격을 만드는 것이다.

협의체는 약 2개월간의 개발과정을 거쳐, 새로운 NFC 결제 규격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규격은 EMV(국제 결제 표준) 수준의 보안성을 유지하면서도 국제 브랜드사의 NFC 결제 규격과는 다른 독자적인 규격으로, 기존 카드 단말기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이용 가능하다.

모바일 협의체는 현재 해당 NFC 결제 규격에 대한 외부 검증 및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내달 편의점·커피숍 등 전국적인 점포망을 가진 가맹점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우선 8개 카드사 중 참여가 가능한 카드사를 중심으로 시범 사업을 실시, 추후 이를 확대·추진할 예정이다.

모바일 협의체 관계자는 “오픈된 EMV 규격을 바탕으로 국제 브랜드사 수준의 NFC 결제 규격을 개발했다”며 “단말기 모듈에 규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결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카드업계는 NFC 결제 이용이 불가한 아이폰 등 비(非)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해 바코드 방식의 앱카드 결제 서비스도 지속 제공해 결제 범용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NFC 결제 활성화를 위해 국내 결제 서비스 사업자 및 밴(VAN) 사업자들과도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국제 브랜드사와의 마찰 예상
문제는 비자, 마스터카드, 유니온페이 등 국제 브랜드사와의 마찰이다.

그동안 국내 카드사들은 표준화된 NFC 결제 규격이 없어 로열티를 내고 국제 브랜드사의 결제 규격을 빌려왔다. 때문에 수익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 국제 브랜드사가 사전에 맺은 계약을 빌미로 자사의 NFC 결제 규격을 강요할 수 있다.

국제 브랜드사는 전 세계적으로 호환성이 강조되는 만큼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각국 어디서든 카드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자카드 관계자는 “현재 사용 중인 비자의 NFC 규격은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결제 규격”이라며 “글로벌 호환성이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왜 우리나라에서만 사용 가능한 결제 규격을 만드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RF(비접촉식) 결제도 국제 브랜드사의 규격을 따라야 한다는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아직 국제 브랜드사 측에서 이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어쨌든 모바일결제 시장 초기, 바코드형 앱카드와 NFC 기반의 유심형 모바일카드로 나뉘어 대립하던 국내 카드사들이 독자적인 NFC를 구축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오프라인 가맹점에 NFC 단말기 보급이 확대돼 그동안 온라인 위주로 이용되던 반쪽짜리 모바일결제가 오프라인으로 확대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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