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국내 P2P대출사이트가 100여개를 넘어섰다. P2P대출기업의 공통된 설립목적은 고금리에 허덕이는 서민들을 위한 중금리 대출시장 활성화다. 자선단체가 아닌 이익기업으로 회사의 이익을 일순위로 생각하지만 그들의 사업이 지속적으로 공정하고 안전하게 성장한다면 불법 사금융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P2P금융협회(이하 P2P협회)는 P2P기업들이 이러한 초심을 잃지 않고 국민경제 및 사회 공헌에 기여할 수 있도록 P2P금융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세워졌다. 본지는 P2P금융특집 첫번째 시간으로 P2P협회 이승행 회장(現 미드레이트 대표)을 만나 P2P금융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우리가 어떻게 ‘신뢰’할 수 있으며 그 신뢰를 쌓는 기본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P2P로 포장된 고금리 대부업 ‘물 흐린다’
1년 남짓 사이 정말 많은 P2P대출기업이 등장했다. P2P대출은 다수의 투자자가 돈을 모아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이익금을 분배받는 형식이다. 투자자와 대출자를 이어주는 중개역할은 P2P대출플랫폼이 하게 된다.

투자자는 소액으로도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대출자는 신용등급이 떨어질 염려 없이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이상적인 금융시스템이지만 P2P대출은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투자처다. P2P업체가 다단계 사기, 도산이나 경영진 횡령 등으로 파산할 경우 투자자의 원금은 보장되지 않는다.

물론 기존 금융회사의 고수익 투자상품도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신생 스타트업이 대부분인 P2P대출기업은 정부의 관리 감독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아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엔 불안감이 큰 것은 사실이다. 특히 부동산담보대출의 경우 고액의 투자금과 단기간의 고수익을 보장하는 만큼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승행 회장은 “P2P대출을 이용하고 싶은 투자자와 대출자에게 현재 가장 안전한 방법은 P2P협회 가입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협회는 금융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회원사가 신용정보회사에 대출 내역을 공유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비회원사들이 무조건 안전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P2P협회는 현재 가입비와 연회비를 각각 300만원씩 받고 있으며 이 비용은 연 1회 외부 회계감사비용과 협회 운영비, 세미나 및 총회 등 행사비용으로 쓰여진다. 누구나 회비를 내면 회원 가입이 가능한 것은 아니며 신청업체 승인기준 및 가입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편법으로 P2P대출사이트를 운영하는 대부업체가 등장하며 대출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를 방문한 대출자들은 P2P대출을 통해 대출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대출은 대부업체에서 실행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용등급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이 회장은 “P2P대출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기존 대부업체들이 P2P대출사이트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며 “이들의 진입으로 P2P대출시장의 규모가 커진다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는 대부업자가 고금리 대부업을 P2P로 포장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P2P협회는 또한 안전하고 신뢰받는 시장을 만들기 위한 자정(自淨) 노력의 일환으로 회원사들이 금융기관에 준하는 보안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현재 P2P회사들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에 보안시스템을 적용할 의무는 없지만 업계 자체적으로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해 보안 수준을 높이고 있다.

협회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을 통해 회원사들이 의무적으로 보안취약점을 점검하도록 할 계획이며 금융보안원과 함께 서버 망분리 작업도 논의 중이다.

▲ 한국P2P금융협회 홈페이지 메인 화면.

자정노력으로 길 개척하는 P2P업계
아직 일반인들은 P2P대출기업을 투자자의 돈을 모집해 대출자에게 빌려주는 금융회사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P2P대출의 핵심은 투자자 모집이나 대출실행이 아닌 고도화된 빅데이터 분석기술이 집약된 심사 알고리즘에 있다. 이것이 P2P대출기업을 금융회사가 아닌 핀테크 기업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개인신용정보 집중이 가장 잘되어 있는 나라 중 하나다. P2P업체가 신용평가사에 요청을 하면 카드내역, 은행 입출금 내역 등 1만5000개 이상의 개인 금융정보를 한번에 받을 수 있다. 금융정보 수집은 어떤 금융회사든 쉽게 보유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다.

여기서 P2P대출기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속도’다. 자체적인 심사 알고리즘과 다양한 금융기법을 최대한 빠른 시간에 부실률을 낮추는 데 적용할 수 있다.

금융기관도 마음만 먹는다면 비용과 인력을 투자해 SNS데이터 활용 및 다양한 행동패턴 분석을 충분히 할 수 있겠지만, 일반 시중은행에서 이를 심사에 바로 반영하기엔 무리가 있다. 규모가 큰 금융회사일수록 의사결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이 회장은 “스위스에서는 질문 4가지로 부실률을 10% 낮춘 사례가 있다. 여기서 핵심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닌 질문에 답하기까지 보여지는 행동패턴에 있다”며 “예들 들어 대출자가 약관을 1분 이상 읽을 경우 부실률이 0.1% 낮아진다는 분석이 나온다면 P2P회사들은 바로 자사의 알고리즘에 반영해 적용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P2P대출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알고리즘의 정체가 모호하다는 금융회사 및 일반인들도 상당수다. 실체가 없는 알고리즘으로 소비자를 현혹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알고리즘은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실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약관을 읽는데 1분 이상 걸리는 대출자의 금리가 0.1% 낮아진다는 설계가 공개된다면 모든 대출자가 거기에 맞춰 행동할 것이며 이는 또 다른 부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P2P대출 심사 알고리즘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알고리즘만 판매하는 사이트가 다수 생겨나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P2P대출을 금융이 아닌 첨단 IT기술을 적용한 핀테크 영역으로 접근해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태동기인 국내 P2P대출시장은 또한 심사 알고리즘이 정교화되고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게 되면 플랫폼만을 판매하는 또 하나의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마냥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엔 지금 P2P금융업계가 넘어야 할 산은 따로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P2P대출시장의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한 개 업체 당 1000만원의 투자금 상한선과 자기자본대출을 금지했다.

P2P대출시장이 더 이상 성장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무언(無言)의 지시와도 같다. 향후 세부적인 조정이 들어가겠지만 가이드라인의 기본방향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P2P업계는 지금 스스로의 자정 노력으로 살길을 구축해야 한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는 P2P대출이 마땅한 법안이 없어 대부업에 속해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P2P대출은 핀테크 기업 중 가장 투자를 많이 받은 시장이며 성장가능성이 가장 높은 핀테크 영역으로 꼽히고 있다”며 “우리는 핀테크 기업이며 업권의 성장을 위해 제도화 추진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 발표와 함께 고금리 대부업체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 상한선을 공표한 P2P협회. 이들의 조용하지만 단호한 행보에 정부와 금융기관, 핀테크 기업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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