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0년부터 양조장이 시작됐다고 적혀있는 논산 양촌주조장 입구 전경.

3대 이동중 대표 양조건물 등 리모델링 추진 
술 발효 과정 직접 볼 수 있는 유일한 술도가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면사무소와 초등학교, 파출소와 교회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엔 여지없이 술도가가 자리하고 있다. 사람이 뜸한 촌 지역에서 그나마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니 면단위 양조장이 자리하기에 좋은 것이다. 또 다른 술도가의 위치는 장터 부근이다. 오일장이긴 하지만 장터는 사람 많이 모이기로는 첫 손을 꼽아야할 곳이기 때문이다.

올해 농림부 지정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충남 논산의 양촌주조장(대표 이동중)이 바로 그런 경우다. 문을 열면 바로 장마당이 펼쳐지던 곳이다. 새벽 일찍 장터에 나온 촌객들 국밥 한 그릇에 막걸리 한 사발이 그려지던 곳에 양촌주조장이 있다.

‘찾아가는 양조장’이 된 양촌주조의 가을과 겨울은 변신의 한 가운데 놓여 있다. 논산지역 막걸리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고, 전라도 일부까지 공급하고 있지만, 대도시 막걸리들의 철옹성을 넘긴 힘든 일이기에 새로운 모색에 나선 것이다.

우선 1931년에 지어진 양조장 건물을 양조 기능을 살리면서 양조 과정 전체를 방문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주류문화체험관 형태로 바꾸고 있다. 이와 함께 90여년 동안 술을 빚으며 모아둔 각종 양조 도구를 전시하는 한편, 예전 막걸리 판매 건물을 막걸리 카페로 변환시켜 술 향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양조장’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3대째 내려오고 있는 양촌주조가 양조업을 개시한 해는 1920년. 그리고 현재의 양조장 건물은 1931년에 지어졌다. 당시 양조장들이 모두 일본식 건물구조를 채택했지만, 양촌주조는 한식과 일식을 섞은 독특한 구조를 택했다고 한다.

외부에서 보면 단층구조이지만 건물 안은 반지하와 반이층으로 구성된 복층구조이다. 발효 숙성 등과 관련해 온도관리가 중요하므로 대체로 양조장들은 발효공간을 평지보다 낮은 지역에 두고자 한다. 따라서 양촌주조는 반지하의 공간에 발효와 숙성 및 다 익은 막걸리를 거르는 제성까지 모두 처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반이층 공간에는 막걸리의 주원료인 곡물을 보관하는 창고를 두어 원료의 이동을 수직구조로 처리하도록 양조공정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건물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바닥을 투명하게 유리로 처리한 공간을 두어 양조장에서 술이 익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양조공간과 긴 대롱같은 통을 연결시켜 술 익는 향기도 직접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동중 대표는 건물의 독특한 건축양식 등을 고려해 ‘찾아가는 양조장’과 별도로 양조장 건물에 대한 근대건축물 등록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양촌주조는 자체 우물을 사용하는 몇 안 되는 양조장이기도 하다. 양조장 내에 우물이 있다는 말은 그만큼 물맛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며, 현재도 양촌주조는 이 우물에 관정을 박아 물을 끌어 사용한다. 지하수를 사용하는 양조장은 일 년에 두 차례 별도의 수질 검사를 받으며 수질을 관리한다고 한다.

   
▲ 양촌주조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양촌 생막걸리’, ‘양촌 생동동주’, ‘양촌 우렁이쌀 손막걸리’.

양촌주조에서 내는 술은 ‘양촌 생막걸리’와 ‘양촌 생동동주’, 그리고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쌀을 사용한 ‘양촌 우렁이쌀 손막걸리’ 등 3종류이다. 보통의 양조장에선 백국균을 발효제로 주로 사용하지만 양촌은 백국과 황국을 모두 사용한다.

쌀과 약간의 소맥분으로 빚어 알코올 도수 6도를 내는 ‘양촌 생막걸리’는 바디감이 가벼우면서 스테비아의 단맛을 뽐낸다. 그리고 쌀만 넣어 효모와 누룩으로 25일간 빚은 10도짜리의 ‘양촌 생동동주’는 높은 알코올 감에도 불구하고 단맛과 감칠맛이 함께 다가온다. 올 연초에 신제품으로 출시한 ‘우렁이쌀 손막걸리’는 7.5도의 알코올 도수를 가지고 있으며, 가성비있는 고급주를 찾는 고객층을 대상으로 빚은 양촌의 야심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양촌은 쌀의 담백한 단맛을 내는 청주도 곧 출시할 예정으로 시험 양조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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