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에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인구 고령화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령층의 노동력 활용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일본, 이탈리아, 독일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으며 미국, 영국, 스페인, 프랑스 또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반면 OECD 회원국의 노인부양률(15~64세 대비 65세이상 비중)은 1990년 17.6%에서 2015년 24.9%로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66.0%에서 65.6%로 하락했다.

◆일부 유럽, 2030년 고령층 부양률 100% ↑

미국, 프랑스 등 베이비붐 세대가 2차 세계대전 직후에 집중된 국가들은 이들이 고령층에 진입하는 2000년대 들어 55세 이상 비중이 크게 상승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195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연령층에 베이비붐 세대가 집중된 국가들도 향후 수년간 고령층 인구비중 증가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선진국의 고령층 고용상황은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의 경우 고용률, 실업률과 같은 주요 고용지표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 비해 양호한 편이며 고용률이 가장 높은 미국(38.4%)은 가장 낮은 스페인(19.8%)과 2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다.

고용의 질적 측면에서는 미국, 영국, 독일이 고용의 질을 하락시키는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 및 임시직 비중이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과 독일은 전체 고령층 근로자에서 시간제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편이지만 이는 대부분 자발적으로 시간제 근로를 선택한 결과다(영국 28.4%, 독일 24.3%, 프랑스 19.1%, 이탈리아 19.1%, 미국 9.6% 순).

반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고용의 질이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특히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미국(4.1%)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며, 고임금 직종(관리자·전문가)의 비중이 낮고 저임금 직종(서비스·판매, 기능·단순노무)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는 취업자에 비해 은퇴자가 많고 청년층(15~24세)과 핵심연령층(25~54세)의 고용률도 낮아 고령층 부양률이 미국, 영국, 독일에 비해 더 높다”며 “현재의 고용여건이 계속된다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2030년 중 고령층 부양률이 100%를 상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금제도가 고령층 경제활동 지속 여부 결정

각국의 경제성장과 노동시장 구조는 고령층의 고용률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가 유연한 국가는 상대적으로 기업의 고령층 고용 부담이 적고 고령층의 이직 및 재취업이 용이해 고령층 근로자가 경제활동에 계속 참여하려는 경향이 크다.

미국, 영국 등은 노동시장 구조 및 임금체계가 유연해 기업의 고령층 고용에 대한 부담이 적은 반면 프랑스, 이탈리아는 엄격한 고용보호와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체계 등으로 기업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높게 나타난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과 같이 노동시장 구조가 경직된 국가에서는 고령층이 실직 후 실업상태를 지속하거나 노동시장에서 이탈돼 실업기간이 1년 이상인 고령층 장기실업자의 비중이 미국, 영국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연금제도도 고령층의 경제활동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연금수급 개시 연령이 늦고 소득대체수준도 낮은 미국과 영국은 고령층이 은퇴를 미루고 노동시장에 더 오래 잔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실업급여 소득대체율이 높아 고령층의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저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경제위기가 발생한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연금개혁을 가속화하며 고령층의 고용률을 높이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67세 이상으로 조정했으며 조기퇴직연금 축소 및 폐지, 고령층 근로자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통해 고령층의 근로활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은퇴에 대비한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은퇴계좌(My Retirement Account)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영국은 연금수급 연령을 2028년까지 67세로 연장하고 직장연금 자동가입제도 및 국민고용저축신탁(NEST) 등을 도입했다.

독일도 연금수급 연령을 2029년까지 67세로 점진적으로 연장할 계획이며, 프랑스 또한 최저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내년까지 62세로 연장하고 최소 기여기간을 2035년까지 현행 165분기에서 172분기로 연장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역시 연금수급 연령을 각각 2019년과 2027년까지 67세로 연장하고 여성의 연금수급개시 연령을 남성과 일치하도록 점진적으로 조정해 62~70세 사이에 유연하게 은퇴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더불어 납입기간을 35년에서 37년으로 연장하고 시간제 근로 등 부분 은퇴 허용, 은퇴시기에 따른 연금할증제도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노동시장∙연금제도∙고용정책 3박자 모두 갖춰야

선진국과 절대적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우리나라 고령층의 고용상황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상태에서 비자발적 노동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고령층의 소득보장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노인 빈곤율(48.8%) 또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소득마련을 위해 은퇴시기를 늦추면서 고령층 고용률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대부분 임시직 또는 단기 일자리로 고용의 질이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남성의 유효은퇴연령은 72.9세로 미국(65.9세)에 비해 7세나 많고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한 노인의 자살률은 십만명 당 58.6명(2015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안정적인 고령층 고용기반 확충을 위해서는 경기 회복과 함께 노동시장, 연금제도, 고용정책 3대 분야의 정책적 노력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해 기업의 고령층 고용부담을 낮추고 고령층 일자리를 질적으로 개선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임금 체계를 유연화시켜 고령층의 고용비용 부담을 낮추고 법정 정년까지 고용을 지속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고령층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질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시간제 근로에 대한 차별금지 법안 도입등을 통해 독일처럼 은퇴 후 자발적인 시간제 근로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연금제도 또한 재정부담을 완화하고 고령층의 은퇴후 소득안정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

한국은행 선진경제팀 최기산 과장은 “저소득, 비정규직 근로자 등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조속히 해소해 노인들의 빈곤층 전락을 방지하고 고령자의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주택연금, 농지연금 등을 확대해야 한다”며 “더불어 독일, 영국의 사례와 같이 고령층 중심의 고용서비스를 강화해 고령층의 취업활동을 돕고 기술수준, 직무숙련도에 따른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제공해 고령층의 생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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