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손보·대리점협회서 40만 설계사 대상 반대서명 모집

정부 항의방문 및 13일 집회예고, 일각서 ‘뒷북조치’ 지적도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잠정 합의되면서 보험업계가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이미 법안이 통과된 상태여서 뒤늦은 대응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9일 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장기 저축성보험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여야가 잠정 합의했다.

일시납과 월납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적용 납입 한도를 1억원으로 줄이는 내용이 골자로 현재 기재부 금융세제과는 이 같은 소위결과를 토대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보험업계로서는 발등에 큰불이 떨어졌다. 최근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도입과 저금리로 역마진 역풍을 맞으면서 저축성보험 비중을 낮추고는 있지만, 저축성보험은 여전히 보험사의 덩치를 키우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오고 있으며, 중소형사를 비롯해 은행계 보험사의 의존도도 여전히 높은 상태다.

장기유지를 통한 비과세 혜택을 주는 금융상품이 보험이 유일한 만큼 마케팅적으로도 중요한 요소며, 방카슈랑스 영업을 비롯해 설계사들에게도 주요한 소득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소비자들 역시 장기 유지를 통한 비과세 혜택은 향후 노후소득을 준비하는데 주요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특히 보험업계는 법안 개정 취지가 부자감세에 있는 만큼 장기간 납입하는 월납에 대한 비과세 축소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적연금으로 노후소득 대체를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보통 20년 납입으로 월 40만원대 저축성보험에 가입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1억원 한도를 넘어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며 “이는 부자감세에 해당하지 않으며 업게와 적절한 논의 없이 추진됐다는 점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생·손보협회와 대리점협회는 각 보험사 및 대리점을 통해 오는 12일까지 40만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반대 서명을 취합하고, 이를 국회의원 10명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또 13일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한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250~300명 규모의 반대시위를 진행하는 한편, 14일에는 안철수 의원의 지역구에 항의방문도 예정돼 있다.

앞서 대리점협회는 지난 8일 국회에 방문해 업계 의견을 전달하고, 9일 기재부를 방문해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보험업계는 시행령이 개정 단계에 있는 만큼 비과세 축소를 막겠다는 의지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기재부 금융세제과 관계자는 “지난 2일 이미 법안(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됐고 세제소위 결과를 토대로 세부적인 시행령 개정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소위결과대로 월납, 일시납 저축성보험에 대한 비과세가 1억원으로 축소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데다 개정작업 중이기 때문에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회랑 재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말 입법 예고할 방침이다.

개정안이 이대로 시행될 경우 방카슈랑스 영업 타격을 비롯해 설계사들의 수익감소도 예상된다.

가뜩이나 내년에는 종신연금에 대한 설계사 수수료 분급 비중이 기존 35%에서 40%로 확대되는데다, 저축성보험의 납입 원금을 7년이 되는 시점에 돌려주게 되면서 사업비가 줄어 설계사들의 수수료 축소가 예고돼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보험업계 내부에서는 대응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항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법안이 통과된 뒤에서야 행동들이 이루어지고 있어 판을 뒤집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뒷북조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행령이 개정되면 설계사들에게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설계사를 달래려는 일종의 ‘액션’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아니라 기재부에서 일이 진행된 사안이다 보니 감지가 늦었던 부분이 있다”며 “비과세 축소가 설계사 생존권이 달려있는 만큼 묵과할 수만은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저축성보험이 국민연금 등으로 보장이 어려운 부분을 개인이 준비하도록 하는 등 노후자금 수단으로 활용돼 온 만큼 세제혜택 축소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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