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탱커펀드 임현서 대표.

<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국내 P2P금융시장에서 부동산담보대출의 성장세가 무섭다. 담보대출은 국내 대출시장에서 가장 신뢰를 받아온 금융이다. 하지만 금융권의 경직된 구조로 건강한 담보가 있음에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대출 수요자는 여전히 방대하다.

이러한 수요를 입증하듯 지난해 초 개인신용대출만 존재했던 P2P대출시장의 70% 이상이 현재 P2P담보대출로 거래되고 있다. 담보대출잔액은 이미 1700억원을 넘어섰으며 PF, 후순위 담보 등 수익성이 높고 안전성이 보장된 투자상품의 선호도가 높아지며 앞으로도 당분간 담보대출 확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P2P에 대한 믿음으로 모인 청년들
P2P담보대출 전문기업 탱커펀드는 서비스 개시 6개월만에 운용금액 92억원, 850명의 투자자를 확보하며 P2P담보대출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탱커펀드를 설립한 임현서 대표는 서울대 로스쿨을 다니는 중 전세계적으로 금융 혁신의 중심에 선 P2P대출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임 대표와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들도 서울대, 카이스트에서 스스로 험난한 도전을 선택한 젊은이들이다.

“P2P가 은행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경직되고 낙후된 한국의 금융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P2P라고 생각했고 지금 여기에 있는 10여명의 직원 모두 뜻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탱커펀드는 오랜 대출심사 경력을 가진 소매금융 전문인력이 심사를 맡고 카이스트 개발진이 자동화된 대출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100% 자동화된 시스템 구현이 이들의 목표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경험에서 축적된 인간의 판단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최근 부동산담보대출 P2P기업 ‘십시일반’을 인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먼 미래에는 기술로 승부로 볼 생각이며 이를 위해 탱커펀드 개발진들이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과 노하우로 모든 데이터를 자동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주거용 담보대출 분야 업무 경력이 풍부한 십시일반을 인수했고 이들이 우리의 부족한 능력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방대한 부동산 데이터에서 답을 찾다
탱커펀드의 기본 방침은 단순하다. 대출자에게는 돈이 모이는 플랫폼, 투자자에게는 돈을 잃지 않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투자금이 모이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권리관계 정리 및 서류공개를 통해 상품구성을 투명화하고 연체 및 부실 시나리오를 제시해 투자 시 직관적 이해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돈을 떼일 염려가 없도록 대출자를 평가하는 기준도 담보가치 및 현금흐름 등 상환 능력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비체계적인 LTV 및 평가자 주관에 의존한 가치평가가 아닌 등기부 등본 자동분석, 시세 및 경매 자료를 기반으로 한 주택가치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임 대표가 국내 P2P대출시장에서 담보대출의 안정성을 자신하는 이유는 이미 한국에 방대한 양의 부동산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석을 다듬는 일은 P2P기업의 몫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지난 8년간 국토부에서 전국 부동산의 실거래가 및 경매낙찰가를 공시해 왔기때문에 P2P기업이 주택시세 분석 및 예측을 할 수 있는 자료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 우리가 가진 통계분석시스템 및 딥러닝 기술이 더해지면 더욱 정확한 심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탱커펀드는 지난 6개월간 약 7000개의 투자검토를 하고 57건의 대출을 실시하면서 사람의 힘을 빌려야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하나씩 자동화시켜 갔다.

올해 3월 블록체인 기반의 실시간 투자·송금시스템 구축에 이어 3개월 뒤에는 대출자의 상환 시나리오별 이자추산시스템 및 자동이자지급시스템을 개발했다. 9월에는 채권상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포트폴리오 원리금 지급 시스템을 구축했다.

내년 말까지 담보대출 운용금액 300억, 3000명의 투자자 확보를 목표로 주택 손실률 예측 알고리즘과 주택시세 예측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 부동산 분석 자동화를 선도해나가는 P2P금융기업으로 성장할 방침이다.

스타트업에게 남은 기회와 시간
탱커펀드는 단순히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시켜 주는 대출플랫폼이 아닌 투자자와 투자자가 서로의 채권을 거래하는 ‘채권유동화시스템’도 계획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필요할 때 현금을 바로 바로 쓸 수 있는 현금의 유동화가 필요합니다. 채권유동화시스템은 쉽게 말해 12개월 만기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가 급하게 투자금을 빼야 할 경우 6개월 남은 기간의 채권을 다른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해당 채권을 구입한 투자자가 대신 6개월 남은 이자를 받게 되는 거죠.

이런 형태는 투자자들끼리 개별적인 거래를 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커진 후에 가능한 일이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검증된 서비스입니다.”

탱커펀드는 1년 남짓 서비스를 시행하며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어떤 상품이든 부실위험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 부실을 막을 수 있는 관리 능력은 전적으로 회사에 달려있다. 금융업계와 P2P업계는 대출을 실행하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도산하는 업체들이 내년부터 하나 둘 생겨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2P대출시장이 2년을 넘어가며 내년에는 흔들리는 기업들이 생겨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진 않습니다. 탄탄한 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다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고 제도권 금융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을까요.”

P2P대출플랫폼은 돈이 모이는 공간이다. 대기업이 탐을 내고 금융사가 침을 흘리지만 그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의 의도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기 때문이다.

P2P스타트업에겐 이러한 사회의 시선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시장 진출 3년째를 바라보는 2017년,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와 시간은 어쩌면 생각보다 길지 않을지 모른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