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드레이트 이승행 대표. 미국 월트 디즈니에서 ERP시스템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한국인 최초로 우수직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통 받는 약자를 위한 펀딩을 만들자”

“해외 건설공장의 하도급업체를 관리하며 단가를 계속 깎는 게 저의 일이었죠. 회사의 예산은 충분하지만 가장 저렴하게 입찰하는 업체를 선정해 이익을 남기는 일이 반복되며 대기업의 시스템에 염증이 느껴지더군요.”

P2P대출플랫폼 미드레이트는 대기업의 횡포와 시스템에 염증을 느낀 젊은이들이 사회에서 고통 받는 약자들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혜택을 주자는 목표로 설립된 회사다.

이승행 대표가 미국에서 공부를 하던 당시는 전세계적으로 공유경제 붐이 일어난 시기다. 에어비앤비, 우버 등이 급성장하고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만으로 펀딩을 받는 형태의 크라우드펀딩이 전세계 청년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014년 상장으로 대박이 난 P2P대출기업 렌딩클럽은 SK E&C에 입사해 계약과 리스크 매니먼트를 담당하던 이 대표에게 P2P대출사업에 대한 확신을 줬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부터 크라우드펀딩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중 렌딩클럽의 IPO를 시작으로 P2P대출사업을 본격적으로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같이 대기업의 시스템에 염증을 느낀 SK그룹사 동기들과 함께 주말마다 알고리즘 개발에 매진했죠. 스스로 원하는 일을 한다는 열정은 우리를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게 했습니다.”

미드레이트는 P2P대출의 핵심은 24시간, 비대면, 자동화가 가능한 ‘심사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대출자의 상환능력이다. 부실은 초창기 P2P스타트업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미드레이트는 국내 전문신용평가사의 데이터와 비금융 및 금융정보를 조합해 21개 등급으로 나뉜 ‘미드레이트 CSS’를 탄생시켰다.

“미드레이트는 대출자의 신용도를 심사하기 위해 대출고객의 정보를 코드화시켜 항목별로 점수를 조회하고, 항목별 점수에 가중치를 적용해 최종 점수를 산정합니다. 그렇게 나온 미드레이트 등급에 소득이나 재직 등 금융데이터를 결합해 최종적으로 금리와 한도를 설정하죠.”

담보가치를 우선하는 대출자의 ‘상환능력’
신용대출 전문플랫폼으로 알려진 미드레이트는 최근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을 차례로 출시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담보대출로 주력사업을 전환하는 것이 아닌 신용대출의 부족한 부분을 추가하기 위해 마련된 방책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대출자를 심사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그들의 상환능력을 확인하고 차선책으로 동산과 부동산의 담보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부동산담보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P2P업체들은 대부분 대출자의 신용이 아닌 부동산의 가치만 보고 상환능력을 평가하는데 사실 부동산은 부실이 일어났을 때야 중요해지는 가치입니다. 정상적인 과정에서는 대출자의 상환능력이 얼마나 되는지에 초점을 맞춰 심사하는 것이 부실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요.”

P2P대출은 대출자의 부실로 투자자의 원금에 손해가 발생해도 중개업체가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들의 이익만을 위해 투자자의 손실을 나 몰라라 뒷짐지는 것은 P2P금융시장, 나아가 핀테크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지름길이다.

미드레이트는 투자자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미드레이트 엄브렐러’라는 충당금 적립 제도를 만들었다. 투자자들은 투자 시점에 엄브렐러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가입을 원하는 투자자는 첫 회차 상환금에서 가입비가 차감되고 독립된 계좌에 상환금이 일부 적립된다. 단 보호범위는 남은 회차의 50%까지 이며 3000만원 이하의 원리금균등상환상품에만 적용된다.

최종 종착점은 P2P대출이 사라지는 세상
미드레이트는 내년 상반기 NH농협의 오픈 API에 투자자들의 예치금 관리시스템을 연동시키고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채권거래시스템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P2P대출가이드라인에 따르면 P2P업체는 투자자들의 투자원금을 기업 계좌가 아닌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에 별도로 예치해야 한다.

“제3자인 금융기관의 예치금 관리는 P2P업체 대표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P2P협회 차원에서 주장한 조항입니다. 회사를 운영하며 부실이나 연체가 생기는 것을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대표자의 부정행위가 생길 수 없도록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죠.”

국내 P2P업계 최초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채권거래시스템을 오픈하기 위해 해외채권거래에 대한 BM 특허도 준비 중이다.

“상품 투자의 폭과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해외 P2P업체와 연계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채권거래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해외 투자자는 국내 대출상품에 투자해 자국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반대로 국내 투자자는 해외 상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또한 국내 소상공인들의 사업체를 해외에 간접적으로 홍보하고 이를 통한 외국 투자자 유입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한국을 P2P대출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인프라를 갖춘 나라라고 생각한다. 개인신용집중기관을 통해 개인의 카드사용금액부터 대출, 연체 이력 등 1만8000건의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고 부동산 데이터 또한 언제든 열람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같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정책에 있다.

“한국시장만큼 P2P대출사업이 성장하기 좋은 나라는 없습니다. 하지만 낙후된 규제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죠. 우리나라의 촘촘한 금융규제는 빠르게 변하는 신기술을 바로 받아들이기엔 진입장벽이 너무 높네요.”

한국P2P금융협회 회장직을 함께 수행하고 있는 이 대표는 P2P에서 희망을 봤지만 역설적으로 P2P시장이 무너지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고 역설한다.

“P2P플랫폼에서 대출을 받아 신용등급을 높이고 1금융권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 P2P대출이 필요 없어지는 세상이 바로 미드레이트가 그리고 우리사회가 바라는 P2P의 최종 종착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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