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컬 전문 P2P금융플랫폼 모우다 전지선 대표.

교수직을 버리고 선택한 P2P 가시밭길

모우다 전지선 대표는 30대 중반 미국 대학의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P2P대출업에 뛰어들었다. 부모님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말렸지만 인생의 초콜렛 상자 속에 기꺼이 손을 넣었다. 서울대에서 정치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대 정치학 박사, 플로리다 주립대 조교수로 전형적인 엘리트 학자의 길을 걸어왔지만 그는 돌연 P2P라는 가시밭길에 몸을 던졌다.

“제가 몸을 담았던 대학은 연구중심 학교였기 때문에 연구에 집중하도록 강의 시간도 얼마 되지 않았죠. 계산해보면 연구만 하면서 받을 수 있는 50억원을 포기하고 한국에 온 거에요. 학계에 오래 있다 보면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큰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집니다. 책상에 앉아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연구한 이론을 직접 사회에 적용하고 그것을 통해 뭔가를 이뤄내고 싶었죠.”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책상 밖으로 나온 전 대표는 그가 전공한 게임이론(동적협상론, 정보비대칭 이론)과 통계(시뮬레이션, 여론조사분석)를 기반으로 P2P대출플랫폼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렌딩클럽, 프로스퍼와 같은 미국의 대표적인 P2P대출기업들이 제공하는 수백만건의 오픈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본적인 툴을 완성시켜 갔다.

“미국은 데이터나 소스 코드를 공개하는 것에 굉장히 관대한 나라입니다. 렌딩클럽이나 프로스퍼와 같은 P2P기업들도 그들이 10여년간 구축해 놓은 P2P대출 관련 데이터를 모두 오픈해 놓고 있죠. 대출이 승인된 데이터보다 거절된 데이터는 10배 이상 많은데 그 모든 데이터 위에 모우다 만의 머신러닝 기법을 더해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모두의 만류를 뿌리치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새로운 도전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에 들어와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고, 생판 모르는 은행 지점의 문을 두드렸고, 메디컬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병원에 들어가 직접 영업에 뛰어들었다. 혹독한 현실 속에서 전 대표는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했다.

“사업 초기 지인의 소개로 개발자를 채용했지만 사기를 당하고 신변의 위협까지 느꼈습니다. 무작정 은행 지점장을 찾아가 우리 사업모델을 소개하며 손을 잡자고 하자 당연히 거절당했죠.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병원에 들어가 영업을 하는 과정 속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열망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의료 네트워크 구축하며 메디컬 시장 도전

메디컬 전문 P2P대출플랫폼 모우다는 올해 8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하며 주로 개원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탄탄하게 보장된 수익을 기반으로 한 의료업계는 누구나 들어가길 원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쉽게 뚫기 어려운 업종이다. 전 대표는 병원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모우다의 주주 중 한 업체와 연계해 병원 네트워크를 단단히 구축하고 의료업계의 대표 P2P대출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병원은 굉장히 안정된 P2P 투자처입니다. 보통 신용대출을 원하는 대출자는 돌고 돌아 P2P업체까지 오는 경우가 많아 대출 승인이 쉽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의사들의 경우 월소득이 보장되어 있고 개원하는데 필요한 몇천만원의 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할 수 있어 투자자들에겐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이라 할 수 있죠.”

전 대표는 병원 개원 시 한도까지 대출을 받아 추가적인 대출이 어려운 상당수의 의사들이 중도상환 수수료나 신용등급 하락 없이 안정적인 운영자금을 보유하길 원한다는 점을 착안해 메디컬 전문 상품을 개발했다.

‘우리동네주치의 대출’을 통해 개원 의사들에게 개원 컨설팅, 소모품 결제, 광고비 등 개업 병의원 세팅 및 운영자금을 빌려주고 있으며, ‘메디컬 플러스론’으로 건강보험요양급여채권을 담보로 월 요양급여 또는 카드매출의 최대 600%까지 대출을 해주고 있다.

‘의료기기구매자금 대출’은 기존 캐피탈사에서 제공하던 의료기기 금융리스의 대안으로 개발된 상품으로 캐피탈사를 통한 대출과 달리 신용등급이 하락할 염려 없이 매달 원리금이 이자와 감가상각 비용으로 처리된다.

단기상품 급성장…P2P본질 흐리게 만들어 

전 대표는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지금의 P2P금융시장에 대해 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현재 단기상품 위주로 운영되는 P2P대출시장은 투자자에겐 상당히 유리한 환경이지만 대출자에겐 또 하나의 넘지 못할 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P2P대출시장은 지금 놀라울 정도로 단기상품 위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3~4개월 이하의 단기 상품은 투자자들이나 회사 입장에서는 짧은 기간에 수익을 얻고 원금도 보장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지만 생각해보세요. 돌고 돌아 P2P업체까지 온 사람들이 그 기간 동안 원금을 상환할 수 있는 비율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P2P업체가 단기상품 위주로 돌아가는 현 상황은 최근 발표한 정부의 P2P대출 규제와도 연관된다. 한 업체당 개인 투자한도 1000만원 제한은 만기가 돌아와 재투자하는 경우엔 해당되지 않는다는 해석에 따라, P2P업체는 12개월 장기 투자 상품이 아닌 3개월 단기상품을 4번 출시하는 방향을 선택하고 있다.

정부는 P2P대출업계가 스스로의 자정 노력을 통해 양성적인 서민대출시장을 키워주길 원하지만 투자한도가 지금과 같이 제한된다면 시장 논리에 따라 투자자와 P2P회사에게만 유리한 형태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P2P금융업계는 내년을 국내 P2P시장의 급성장과 본격적인 부실이 동시에 드러나는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P2P대출시장은 고금리 대부업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성장의 열쇠는 지금 정부의 손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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