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청와대 발 낙하산 끊고 3연속 내부 승진

“위기 때마다 성장한 IBK가 일류, 계속 이어가자” 독려

   
▲ 김도진 기업은행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현 정부 들어서 은행장이 된 사람 중에 가장 행운이 많은 사람은 아마도 지난주 IBK기업은행의 수장이 된 김도진 은행장일 것이다. 이유는 가장 정치적 외풍을 덜 받는 시기에 은행장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자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구속 중인 최순실 사태가 없었다면, 그로 인한 탄핵정국도 없었고, 권력의 진공상태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에서 가정은 의미 없다고 하지만 만약 최순실 사태가 늦게 드러났거나 아예 밝혀지지 않았다면, 정부의 자본이 들어간 은행 및 금융회사들은 분명 권력의 먹잇감이 되었을 것이다.

최순실이 수면 위로 부상하기 전까지 기업은행장으로 거론되던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이 불러일으킨 국정조사와 특검이 진행되면서 기업은행장 인선은 안개 속에 갇혀 있듯 오리무중이었다. 권력의 공백이 가져다 준 행운이었던 것이다. 공백이 없었다면 아마도 ‘3연속 내부승진’이라는 말도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김도진 은행장이 권력의 입김을 전혀 받지 않고 은행장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개연성은 항시 존재한다. 황교안 대행 체제가 국회로부터 비판을 받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게다가 김 신임 행장은 TK라는 꼬리표를 갖고 있어 당분간 불편한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낙하산 행장이 아니라 내부 승진 행장을 연속으로 내면서 가질 수 있는 장점은 다 취할 수 있게 되었다. 풍전등화와 같은 금융상황에 대한 인식은 물론, M&A 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온 기업은행만의 발전 공식을 은행 내부 사정에 밝은 은행장을 통해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상황인식은 취임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만약 청와대의 처음 계획대로 은행장이 낙하산으로 내려왔다면 볼 수 없는 취임사였을 것이다.

김 행장은 어려운 금융환경이지만 그동안 기업은행이 잘 해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발전하자는 메시지를 냈다. 그의 마음을 한 줄로 표현한 문구가 아마도 “삼류는 위기에 무너지고 이류는 위기를 극복하고 일류는 위기로 발전한다”였을 것이다.

위기를 발전의 기회로 삼자는 가장 고전적인 접근법은 나름 실효성 있는 메시지이다. 언제나 위기 속에서 발전을 해온 IBK기업은행의 성장 동인을 재삼 강조하면서 현재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조직력을 구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문장이 “우리 IBK가 위기 앞에서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줄 때가 되었다”이다.

그리고 그 강함은 결코 은행장 한 사람만의 힘으로 될 수 없음을 천명하면서 임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특히 ‘책임은 은행장이 진다’는 말을 통해 조직의 인화를 이끌면서 임직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 힘들을 모아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일에 은행장이 앞장선다’고 강조한다.

기업은행과 김 행장 앞에 놓여 있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한 메시지라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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