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슈어테크기업 디레몬 명기준 공동대표

   
▲ 인슈어테크기업 디레몬 명기준 공동대표

“보험을 아끼자!” 올해 초까지 필자가 근무했던 모 생명보험회사 온라인보험 브랜드의 광고 카피였다. 소비자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와 지급한 보험금의 차이와 더불어, 보험료에 부가된 사업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보험사에서 보험을 아끼고 줄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상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민영보험 시장의 수입보험료 규모는 197조원으로 미국, 일본, 중국, 영국 등에 이어 세계 8위를 자랑한다. 그러나 질적인 측면을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크다.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80~100세까지를 염두하고 가입하는 보험 계약의 유지율은 5년 경과 후 50%, 10년 경과 후 30%에 불과하다. 5년 내 보험가입자 절반 이상이 해지하고 있으며, 10년이 지나면 열명 중 세명 만 남아 있는 셈이다.

또한 보험을 판매하는 설계사의 1년 정착율도 50% 이하다. 절반은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회사를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수년 째 지속돼 온 이러한 악성 지표에도 불구하고, 자기 파괴적이며 혁신적인 변화의 시도가 없었기에, 우리나라 보험 산업의 민원 발생율은 금융업권 전체 민원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항상 1등이다. 전문성이 부족한 보험설계사가 양산되고, 판매 실적을 위한 불완전판매가 이뤄진 결과다.

한편 소비자는 과도한 상품을 가입하게 되면서 보험금 보상 심리가 강해졌다. 이는 사회 전반에 모럴해저드가 만연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보험업의 특성상 보험사기가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모럴해저드에 대해 소비자들이 갖는 관대한 심리는 놀랄 정도로 높다.

보험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4~36%의 소비자들이 보험사기를 항상, 대부분, 또는 가끔 용인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실제 발생하는 보험사기 규모도 막대하다.

금융감독원의 추정에 따르면 연간 국내에서 발생하는 보험사기 규모는 5조원에 이른다. 모럴해저드가 만연할수록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를 더욱 까다롭게 만들거나 보험금 지급 거부, 감액을 하게 되며, 이는 또다시 보험산업의 신뢰도 훼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새로 등장한 레모네이드라는 보험회사가 있다. 필자가 근무 중인 회사 이름과도 유사해 관심이 가기도 하지만 회사 전반을 운영하는 구조가 특이하다.

온라인 기반의 보험사인 이 회사는 기술 및 회사 운영의 투명성을 바탕으로, 보험의 경험을 새롭게 하겠다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다. 보험료 중 회사가 취하는 사업비율을 20%로 정해 사전에 공개하고, 모든 상품에 고정된 수수료만 취한다.

회사는 납입한 보험료는 여전히 소비자의 돈이라는 관점으로, 거둬들인 보험료 중 지급한 보험금 이외에 남는 금액을 매년 소비자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아직 뉴욕주에서만 영업을 시작했지만 미국 내 전역으로 넓혀 갈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필자가 근무 중인 인슈어테크 기반 스타트업들의 등장으로 정보의 비대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소비자에게 올바른 보험 활용방법과 기초 핵심 상품 및 표준화된 상품을 중심으로 가격 정보를 알려주고, 손안의 디지털 보험매니저가 가입 중인 보험 현황을 수시로 관리해 주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모바일 환경 하에서 정보의 비대칭이 사라지고 접근 편의성이 증대됨에 따라, 보험 소비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보험사와 보험판매 조직만이 신뢰를 바탕으로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한다.

매년 연간 10조로 추정되는 거대 규모의 보험 판매 수수료가 소비자의 지갑에서 나온다는 것을 되새기고, 우리나라에서도 “보험을 아끼자”고 말하는 ‘착한 보험회사’와 ‘착한 보험설계사, 대리점, 은행’이 많아 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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