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요건 문제로 전문사모집합투자업 등록 심사 차질
삼성생명 자살보험금 일부지급에 금감원 징계 수위 관건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삼성증권이 대주주인 삼성생명 때문에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 운용 사업에 발목이 잡혔다.

17일 금융당국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에 전문사모집합투자업 운용 등록을 신청하고 금융감독원 실사를 받는 과정에서 현재 등록절차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대외적으로는 등록 심사에 필요한 서류 미비로 인해 추가 서류 제출 기한이 주어진 것이지만 사실상 삼성증권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징계 여부가 이달 내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증권 지분 30.1%를 소유해 대주주 위치에 있는 삼성생명은 현재 재해사망보험금(일명 자살보험금) 지급을 놓고 당국과 갈등 관계에 있다.

당국은 약관(기초서류) 준수 의무에 따라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라는 입장을 지난해부터 강력히 요구했으나, 이를 수용한 중소사들과 달리 삼성생명을 비롯한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3사는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금감원과 맞서왔다.

이에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미지급 시 영업정지, CEO 해임권고 등 중징계를 예고하며 압박하자 부랴부랴 보험금 지급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들 빅3 생보사들이 ‘기초서류 준수 의무’ 법안이 시행된 2011년 1월 24일을 기점으로 미지급 보험금 전액이 아닌 일부만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통해 미지급한 자살보험금 1608억원 가운데 금감원의 최초 자살보험금 지급명령일로부터 2년 전인 2012년 9월 6일 이후 분에 해당하는 400억원만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법안이 시행된 2011년 1월 24일 이후 미지급된 보험금 200억원은 자살예방기금으로 출연하고, 이전에 해당하는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보험사들은 배임문제를 거론하며 이게 최선의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일부 백기를 든 셈이지만 당국이 전액지급을 강력히 요구하며 영업정지 등 초강수를 뒀던 만큼 일부지급만 가지고 징계수위를 낮출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국은 이달 내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최종 징계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즉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받을 경우 삼성증권의 헤지펀드 운용업 추진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 상 전문사모집합투자업 등록 시 대주주 요건이 포함되는데, 징계로 인해 영업의 허가·인가·등록 등이 취소되거나 그러한 금융기관의 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이 대주주일 경우 등록 요건에서 제외되기 때문.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일반 사모펀드와 한국형 헤지펀드를 합친 개념으로 다양한 자산을 대상으로 여러 전략을 펼칠 수 있어 초대형 IB(투자은행) 추진과 함께 증권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증권은 리테일 영업에 기반한 재간접펀드(펀드업펀드)나 로보어드바이저를 접목한 헤지펀드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주주로 인해 기로에 놓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헤지펀드 시장 진입 규제 완화 이후 헤지펀드 등록이 반려된 경우는 처음”이라며 “삼성증권의 문제가 아닌 대주주가 발목을 잡은 격이어서 삼성증권 내부에서도 혼란스러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추가적인 등록심사는 삼성생명 징계 결과가 나온 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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