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하고 치밀한 전략으로 은행장된 위성호 내정자

“문제 생기면 내탓”이라며 조직에 대한 로열티 강조

   
▲ 위성호 신한은행 내정자.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마음을 흩트려 놓는 제일 큰 적은 욕망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지 여부가 마음을 다스리는 첩경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동양에선 오랫동안 마음을 화두로 많은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맹자는 인간의 욕망이 혼란한 현실 문제에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원래 선하게 태어난 인간이 살면서 욕망을 갖게 되고, 그 욕망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대립과 갈등을 벌인다고 설명한다. 순자도 인간의 욕망에 대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태생적으로 이기적이고 질투와 시기가 심하며 눈과 귀가 욕망에 잘 노출돼 만족할 줄 모르게 된다고 부연한다.

그런 까닭에 자신의 욕망에 굴복당하는 경우를 실패한 리더십으로 대개의 사람들은 설명한다. 욕망이 눈과 귀를 어지럽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되고, 결국은 잘못된 직관을 발휘하거나 자신의 잘못된 통찰에 스스로의 발목을 잡히고 만다는 것이다.

그래서 로버트 그린은 <권력의 법칙>에서 권력을 얻고자 한다면 계획을 처음부터 끝까지 치밀하게 짜라고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의 순간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계획이 치밀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특히 눈앞의 위험이나 쾌락을 대담하게 무시할 줄 알아야 권력을 갖게 되는데, 목전의 이익과 위험에 냉정을 잃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설 연휴를 사이에 두고 한 달여 동안, 우리는 자신의 목표를 냉정하고 치밀하게 달성해 가는 리더십을 확인하고 있다. 적재적소에서 필요한 말과 행동을 하면서 경쟁자들마저도 호감을 갖게 했고, 종국적으로는 물러섬의 미학을 통해 최종 목표를 쟁취하는 모습. 그리고 목표를 획득했으면서도 겸손을 끝까지 견지하며 조직의 인화를 우선으로 내세워 자신의 이미지를 명징하게 새기는 그림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물 흐르듯 조용히 진행될 것”이라는 한동우 회장의 말처럼, 지주회사 회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다, ‘순리’를 이유로 후보를 사퇴하고, 신한은행의 은행장 내정자가 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이야기다.

“마찰이 있다는 소리가 안 나오게 할 자신이 있다. 그리고 소리가 나온다면 제 책임이라 생각한다.” 지난 주 조용병 지주사 회장 내정자와의 관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다.

짧지만 강한 메시지가 담긴 말이다. 요즘 세상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언행인 것이다. 특히 지난 연말부터 온 국민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탄핵 드라마에선 더욱 찾아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책임을 지우는 모습이 더 강렬하게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신한지주라는 조직에 높은 로열티를 보여준 위 내정자는 “일은 시스템으로 하는 것인데 신한지주는 지주와 자회사간의 역할 분담이 잘돼 있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언행 근거까지 조직의 시스템에 대고 있다. 그래서인지, ‘준비된 은행장’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니틴 노리아 학장은 “직관은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수많은 경험을 토대로 리더들은 자신만의 직관을 발휘하는 것이고, 그것이 전략적 행위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3년 6개월간의 신한카드 경영기간과 최근 지주사 회장 및 신한은행 은행장 선임 과정을 보면 위성호 내정자의 경우 8년 전 ‘신한사태’가 큰 교훈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경험은 욕망을 누르며 목표를 쟁취하는 그만의 직관으로 연결된 듯싶다. 그래서 권위가 여전히 중요한 금융산업에서 참고할 점이 많은 리더십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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