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국내은행의 동남아시아 진출이 활발하다. 기존 해외진출 중심지였던 중국 금융시장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신흥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은행은 현지은행 인수와 법인설립, 합작 방식으로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는 은행도 등장하고 있다. 국내은행의 최근 대(對)동남아시아 전략에서 눈에 띄는 점은 ‘핀테크’ 신기술의 접목이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검증받은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한 모바일뱅크 브랜드를 동남아시아 현지에 출시해 다양한 금융 및 비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TM을 통한 외화·원화 출금 서비스, 모바일 대출 및 송금 서비스, 한류 콘텐츠와 연계한 비금융 서비스 등은 현지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모바일에 핀테크를 적용한 국내은행의 진화한 금융서비스가 금융 불모지나 다름 없는 동남아시아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은행 필리핀 2금융 시장 도전

우리은행은 필리핀 금융시장 공략에 우회로를 선택했다. 인가가 까다롭고 시간마저 긴 은행업에 곧바로 진출하기보다 제2금융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필리핀 중앙은행으로부터 필리핀 현지 저축은행 웰스디벨롭먼트뱅크(Wealth Development Bank, 웰스뱅크) 투자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았다. 당시 국내은행이 현지 저축은행 지분투자로 해외에 진출한 것은 처음인 의미 있는 일이었다. 기존 은행이나 마이크로파이낸스사(캐피탈)를 인수한 사례는 있었지만 저축은행 인수는 없었다. 우리은행은 웰스뱅크 인수에 있어 필리핀의 은행업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은 대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비중이 큰 부분을 고려했다. 빠른 현지 정착을 위해서는 저축은행 인수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이었다.

저축은행은 은행보다 인가가 편리한데다 자본금 규모도 크지 않다. 또 여·수신이나 카드, 환전과 같은 대부분의 은행업을 실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우리은행은 필리핀 웰스뱅크 운영에 있어 웰스뱅크의 기존 모기업 빅쌀(Vicsal)과의 파트너십에 집중하고 있다. 빅쌀그룹은 필리핀에 백화점 및 슈퍼마켓 등 46개의 유통망을 운영 중이며 유통업체 회원수는 100만명 가량이다. 우리은행은 빅쌀그룹의 유통망을 활용해 영업망 확대를 계획 중이다.

우리은행이 진출한 필리핀 금융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연간 6% 가량의 경제성장률과, 1억명에 달하는 인구대국, 높은 청년층 비중을 바탕으로 금융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빈곤 인구비중이 41.5%로 인도네시아(43.3%), 베트남(43.4%), 캄보디아(49.5%)등 주변국보다 낮고 은행 계좌 보유 비율도 10명당 3명을 채 넘지 않아 국내은행들에게는 ‘노다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은행 관계자는 “지속되는 필리핀의 경제성장으로 리테일금융 수요가 확대될 것이며 그 잠재력은 무시 못 할 정도”라며 “인가가 쉬운 저축은행업으로 금융시장에 문을 두드린 후 리테일금융 수요에 대한 분석과 예측을 통해 차후 은행업 진출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필리핀에는 11개국 16개 외국계은행이 진출해 영업 중이며 미국(3개)과 영국·일본·중국(각 2개)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호주, 독일(각 1개) 등이 진출하는 등 경쟁 초기단계인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은행 해외진출 최고 성공사례 ‘베트남’

신한베트남은행은 국내은행의 해외진출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신한은행은 지난 1993년 한국계 은행 최초로 호치민에 대표 사무소를 설치했으며, 1995년 6월 호치민지점을 개설한 후 2009년에는 한국계로는 유일하게 법인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베트남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영업활동으로 현지 정부의 신뢰를 쌓았고, 베트남 최초의 금융권 인수합병인 신한베트남은행과 신한비나은행의 합병을 성공시켰다.

지난해 말 기준 18개 영업망으로 베트남 진출 외국계은행 중 최다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실적도 지속 상승해 2014년 말 기준 3690만달러의 당기순이익, 2015년 말 4100만달러, 지난해 3분기에는 3500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핀테크를 적극 활용한 현지 마케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모바일전문은행 써니뱅크를 선보였다. 써니뱅크는 지점방문 없이 신용카드, 대출상품을 신청할 수 있는 020서비스와 맞춤형 추천상품 서비스, 현지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베트남 신한카드의 다양한 할인과 적립혜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써니클럽과 같은 비금융콘텐츠로 베트남 현지인들이 관심을 보이는 한류문화 콘텐츠도 제공 중이다.

더불어 베트남 호치민에 신한퓨처스랩 베트남을 개점하고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의 첫 해외진출 사례를 만들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 스타트업 기업의 증가와 ICT 발달에 현지 수요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랩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신용카드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1년 신용카드 사업을 시작한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 17만좌의 신용직불카드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개인 신용카드 고객의 80%가 현지인이며 지난해 연간 취급액은 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3년 연속 법인카드시장 1위, 외국계은행 점포수 1위 등 베트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베트남 고객의 유행과 흐름을 분석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며 “베트남 시장의 현지화를 통해 현지 로컬은행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미얀마·홍콩에서 해법을 찾다

국내 소매금융에 강점을 보유한 국민은행의 경우 경쟁은행에 비해 해외 영업망이 부족한 편이다. 이 같은 약점 해소를 위해 국민은행은 KB금융그룹 차원의 글로벌전략에 발맞춰 단계적 해외진출을 추진 중에 있다. 특히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동남아시아 신흥 국가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미얀마 시장에서 미얀마 건설부, 주택건설개발은행(CHDB)과 제휴를 통해 현지인에게 주택금융을 포함한 서민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IT 노하우 전수 등 동남아 현지은행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은행은 미얀마 소액대출을 공략하고 향후 은행업 인가 승인도 노리고 있다. 미얀마는 국민의 8%가량만이 은행을 이용하는데다가 대부분 사금융을 쓰고 있어 은행업이 아닌 소액대출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은행 관계자는 “미얀마는 불교문화 전파를 통해 빚을 갚지 않으면 화를 당한다는 속설이 있어 연체 우려가 적은 편이다”며 “인구도 5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장성은 충분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2월 중 미얀마 마이크로파이낸스 현지법인을 설립해 사업에 가속도를 낼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홍콩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4일 홍콩현지법인을 홍콩지점으로 전환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지점 내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을 분리해 홍콩 지점장이 지점업무를 총괄하고, IB유닛은 투자금융업무를 전담하는 유닛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홍콩지점은 아시아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CIB허브로써 CIB센터, 트레저리센터, 인력트레이닝센터 역할을 수행하고, KB증권을 포함한 KB금융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를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할 계획이다.

홍콩지점은 지난 1995년 설립한 국민은행 홍콩현지법인이 전환한 것이며 지난해 11월 말 기준 총자산 7억달러, 당기순이익 500만달러의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국민은행은 디지털 기반의 멀티 파이낸스(Multi Finance) 모델을 확산하기 위해 리브 KB 캄보디아의 모델을 오프라인과 연계해 미얀마와 베트남 등에 확장 진출할 예정이며, 비은행 분야와의 시너지 창출 및 글로벌 영업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리브 KB 캄보디아는 △계좌이체 △국내 송출근로자를 위한 간편한 해외송금 △P2P결제 등을 포함한 핀테크 서비스다.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안정화 박차

KEB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손꼽히는 현지화 성공 사례라는 영광에 머물지 않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는 것이다.

구 외환은행과 구 하나은행은 2014년 3월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을 통합해 PT Bank KEB HANA Indonesia(KEB하나 인도네시아)를 출범했다.

KEB하나 인도네시아는 하나은행이 보유한 현지 중소기업 대출 영업의 강점과 외환은행의 한국계기업 고객 기반 강점에서 시너지를 내고 수익을 창출해왔다.

지난달 말 기준 55개의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KEB하나은행 해외법인 중 최대의 영업망이다.

또 현지고객 비중이 90%에 육박하고 있으며, 총자산은 2조원대 중반, 자본은 4388억원에 이른다. KEB하나은행 중국법인 다음의 규모인 것이다.

KEB하나 인도네시아는 자본 안정화를 위해 1억1000만달러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도 준비하고 있다.

만기는 7년으로, 현지 화폐 표시 채권에 대한 발행금리는 9.5~10.5% 수준이며 달러화 표시 채권은 5~6.05%로 예상된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개선을 위한 것으로 향후 IPO를 위한 신용보강 절차다.

KEB하나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3분기 LCR이 전분기 대비 감소했으며,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크게 줄었다.

현재는 LCR비율이 바젤이 요구하는 수준이지만 2019년부터는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아울러 KEB하나 인도네시아는 2019년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안정화에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KEB하나 인도네시아는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서비스도 강화했다.

특히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앱으로 간편하게 해외송금이 가능한 ‘1Q 트랜스퍼’ 서비스를 인도네시아에 적용했다.

1Q 트랜스퍼는 송금액 기준 미화 500달러 상당액 이하인 경우 5000원, 초과시엔 7000원의 낮은 비용으로 송금할 수 있으며, 1회 최대 송금액은 미화 기준 1만달러로 개인간 증여성송금, 유학생·해외체재자송금 및 외국인 근로자의 급여송금 등이 가능한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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