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공제 전환 후 중저소득층 가입률 크게 감소
납입유인 강화 위해 환급형 세액공제 검토해야

 
정부는 지난 2014년 소득세법을 개정해 세제적격 연금저축 등 5개 특별공제 항목에 대한 세제혜택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했다.

소득공제는 과세대상금액에서 해당금액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적용 받는 한계세율이 높은 고소득 층에겐 유리한 반면 일정 비율로 세금을 감면해 주는 세액공제 방식은 저소득층에 유리한 제도다.

당시 세액공제의 특징과 낮은 세액공제율로 연금저축 위축 가능성이 지적됐지만 정부는 저소득 층에 대한 세제혜택이 늘어난다는 논리를 앞세워 세액공제 전환을 추진했다.

하지만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연금저축 납입액의 12%를 산출된 세액에서 공제하는 세액공제 도입 후 중저소득층의 연금저축 납입금액과 가입률은 오히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정부의 세액공제 도입 취지와는 상반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연소득 2000만원 이하 소득자의 연금저축 가입률(납입금액)은 2013년 2.8%(181만원)에서 세액공제가 적용된 2014년 1.9%(102만원)로 크게 하락했고 2015년에는 0.9%(84만원)까지 감소했다.

또 2015년 연소득 2000만원 이하 가입자 수는 2014년 대비 6만1833명, 연소득 2000만원 초과 4000만원 이하 가입자 수는 2014년 대비 9만295명이 감소해 해당 소득계층의 연금저축 해약자가 신규 가입자보다 많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 연소득 6000만원~8000만원 이하 소득자 중 연금저축 가입자의 평균 납입액은 2013년 303만원에서 2014년 301만원, 2015년 299만원으로 거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결국 낮은 세액공제율로 연금저축 납입이 감소했다는 지적을 반영해 2015년부터 연소득 5500만원 이하 소득자의 세액공제율을 15%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계층에 대한 세액공제율 15% 인상은 과거 소득공제 수준의 세제혜택으로 전환하는 것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60년 고갈이 예상되는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을 고려할 때 개인이 자발적으로 연금자산을 적립하는 사적연금은 국민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다양한 사적연금 상품 중 연금저축은 정부가 세제지원을 통해 장려하고 있는 대표적인 노후소득 보장상품이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현재의 소비를 포기하고 불확실한 먼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사적연금의 자산 축적을 장려하는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연금저축 세제혜택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노후소득 대비에 관한 인식 제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국민의 연금저축 가입률과 납입액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세액공제 도입은 지금까지 연금저축 가입 유인을 증가시켜 온 정책 방향과는 상이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세액공제 도입 이후 저소득층의 연금저축 가입률이 크게 감소한 결정적인 원인은 제도 도입 후 결정세액이 0원인 과세미달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과세미달자의 경우 감면 받을 수 있는 세액이 없어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연금저축을 납입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세액공제 전환 이전 전체 근로소득자 중 과세미달자 비율은 32.4%(2013년)에서 2014년 48.1%로 급증했다. 특히 연소득 2000만원 이하 소득자 가운데 과세미달자 비율은 2013년 47.4%에서 2014년 69.2%로 21.8%포인트나 증가했다.

세제혜택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산층에겐 세액공제로 줄어든 세제혜택이 연금저축 감소유인으로 작용했다. 연소득 4000만원~6000만원 이하 소득계층의 경우 연금저축 가입자에 적용되는 12% 세액공제 혜택이 과거 소득공제로 받던 15%의 절세효과가 보다 더 적어지며 세액공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졌다.

보험연구원 정원석 연구원은 “세금을 감면해 주는 현재 방식으로는 저축여력이 적고 과세미달자가 많은 중산층 이하 계층에게 연금저축 납입유인을 제공할 수 없다”며 “연금저축 납입액에 대한 세액공제에 결정세액이 0원 이하가 되도 세액공제금액을 지급하는 환급형 세액공제(Refundable Tax Credit)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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