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과 IT의 연계 아닌 주도적인 전략추진 부서로 전환
운영 전담 인력보다 첨단 기술 활용 가능한 인재 선호

최근 금융권에서 디지털뱅크 경쟁이 가속화되며 국내 은행들도 다양한 형태로 디지털금융 조직을 강화하는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주요 금융그룹들은 2017년 핵심경영과제로 ‘디지털금융’을 발표했다. KEB하나은행은 ‘미래금융그룹’, 신한은행 ‘디지털전략본부 및 디지털금융본부’, 우리은행 ‘스마트금융사업본부’, KB국민은행은 ‘미래금융부 및 미래채널그룹’ 조직을 신설 혹은 확대 개편했다.

과거 은행권의 금융IT 조직의 역할이 현업과 IT부서 간 연계로 제한됐다면 최근 신설된 디지털금융조직은 조직 내부에서 주도적으로 디지털 전략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권 디지털 조직이 현업이나 IT부서에 포함된 형태가 아닌 별도의 조직으로 분리돼 디지털 전략을 주도하고 비대면 채널과 같은 특정 영역을 전담하고 있다. 인재 확보 측면에서도 디지털 금융을 선도할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운영을 전담해온 기존 IT인력과 다르게 IT기술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디지털금융 혁신을 위해 금융권에서 적용하고 있는 조직모델을 살펴보면 크게 4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사일로(Silo)’ 모델은 별도의 전담조직 없이 각 사업부에서 디지털 관련 업무를 추진하는 모델로 은행 내부의 디지털총괄 부서가 아닌 각 사업부에서 디지털 관련 전략적 의사결정과 예산을 집행한다.

대표적으로 씨티뱅크는 개별 사업부가 독자적으로 디지털 전략을 추진하는 사일로 모델을 통해 시장과 고객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새롭게 신설된 사내 핀테크 스타트업인 ‘씨티 핀테크(Citi FinTech)’ 조직은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직원을 한 팀으로 구성해 2주간 프로토 타입을 빠르게 개발한 후 검증하는 IT회사의 조직운영과 업무방식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중앙조율형(Central Coordination)’ 모델은 디지털혁신 역량을 단일 조직에 집중하고 비즈니스 영역과 밀접한 파트너 형태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골드만삭스는 금융위기 이후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기 위해 기술혁신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IT조직의 규모와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다양한 기술 인재를 확보함에 따라 지난해 골드만삭스의 기술 부문 인력은 전체 인력의 36%인 1만1000명으로 대표적인 IT기업인 링크드인(LinkedIn)의 전체 인력(9200명)을 넘어섰다.

‘디지털 허브(Digital hub)’는 전사 효율성과 사업부 특수성 간 균형을 추구하는 모델이다.

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치 뱅크는 디지털 허브 모델을 적용해 전사 차원의 CIO 조직과 사업부별 CIO 조직을 매트릭스 형태로 운영하며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CEO가 전략적 우선순위로 강조하고 있는 애널리틱스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데이터 분석 조직을 전사 공통 조직으로 구성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개발과 서비스 품질 향상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글로벌(Global)’ 모델은 디지털 전략에 따라 전사에서 예산과 자원 활용의 큰 그림을 조율하고 그 외의 사업부 별 업무는 각 부서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방식이다.

ING는 전사적으로 각 사업부에서 수립한 업무 우선순위와 예산을 조율하고 사업부 별 추진 사업과 결과는 분기 단위 비즈니스 리뷰를 통해 전 직원에게 공유하고 있다. 또 고객 솔루션 설계 시 다양한 영역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해당 솔루션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체를 책임지는 애자일(Agile) 방식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디지털금융 환경에서 기술은 기존의 업무 혁신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됨으로써 기술 관련 업무를 위한 조직 구조와 운영방식 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조직모델 선택에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국내 은행들이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수연 연구원은 “조직을 구성하는데 앞서 은행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성과와 그 안에서 디지털의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한 정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디지털 비즈니스는 전체 조직 관점의 접근 없이는 디지털 역량 확산이 어렵고 사업적으로도 고립될 수 있다. 디지털은 특정 임원의 아젠다가 아닌 경영진의 공통 아젠다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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