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목넘김과 술덧의 단맛 느껴지는 브랜디

우리술품평회서 3년 연속 ‘최우수상’ 자존감 과시

   
▲ 천안 입장에 위치한 두레양조 본사. 두레양조는 2000년부터 입장면에서 나는 거봉 포도로 와인과 브랜디를 생산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국산 브랜디. 어찌 보면 낯선 단어다. 이유는 브랜디라는 술이 서양 술이기 때문이다. 갓을 쓰고 양복을 입은 차림으로 다가오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국내산 포도로 포도주를 빚어 이를 증류한 브랜디가 어엿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술은 모두 우리 술의 범주에 들어간다. 그래서 국산 브랜디는 코냑과 알마냑 같은 서양 술이 아닌 것이다.

거봉포도로 유명한 천안 입장에서 포도주를 생산하는 두레양조(대표 권혁준). 이곳에서 지역특산물인 거봉포도로 포도주와 그 술을 증류한 ‘두레앙’이라는 이름의 브랜디를 생산하고 있다. 그것도 2009년 대한민국우리술품평회에서 증류식 소주 부문 은상을 받은 이래, 2011년 일반증류주 부문 대상과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속 3년 동안 일반증류주 부문 최우수상을 받아 명주 반열에 오른 술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술과 관련, 가장 권위 있는 품평회에서 연속 수상을 하고 있다는 것은 끊임없이 기술력을 키우고 있다는 뜻이며 술에 대한 자부심도 그만큼 크다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권 대표가 포도주를 생각하게 된 것은 지난 1996년, 수입개방에 의해 포도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가격폭락에 따른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부터다. 천안 입장면에선 1968년부터 거봉포도를 키워왔는데 수입포도와 가격경쟁을 벌일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타개책으로 포도 가공식품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그중에서도 포도주와 브랜디가 가장 부가가치가 높다고 생각한 권 대표는 와인산업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 이장단협의회와 농협 포도작목반, 4H 관계자 등 포도생산자들의 뜻을 묻고 설득하면서 협동조합을 이끌어내게 된다.

그 4년간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 바로 두레양조다.

하지만 국산 포도주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와인 산업을 펼치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랐다고 한다. 우리보다 30년 앞서 지난 1964년 도쿄 올림픽 때에 맞춰 와인산업의 꽃을 피워낸 일본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권 대표의 설명이다. 일본의 경우 선물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자국산 포도주의 수요가 일정하게 형성되고 있지만, 관광을 목적으로 산지를 방문하지 않는 한 쉽게 구할 수 없는 유통구조의 문제라든지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 등으로 국내 와이너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 두레양조의 권준혁 대표가 와이너리를 방문한 양조관계자들에게 숙성중인 브랜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의 뒤편에 보이는 것이 숙성 중인 브랜디 원액을 담은 오크통이다.

권 대표는 “우리 포도주도 유럽의 와인처럼 문화상품으로 인식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드시 대한민국의 성공모델로 두레양조를 만들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낸다.

두레양조에서 생산하는 포도주는 탄닌 성분이 많지 않다. 그래서 경쾌한 바디감과 약간의 신맛과 단맛이 입에 감돈다. 권 대표는 자신의 포도주는 오래 두고 마시기보다 일찍 마시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맛을 즐길 수 있다고 귀띔한다. 이와 함께 지난 2010년부터 생산하면서 줄곧 우리술품평회에서 수상을 한 브랜디는 감압증류기를 이용해 42도 정도의 온도에서 증류를 한다고 한다. 감압증류의 특성은 술에서 화독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알코올 도수 35%임에도 목넘김이 매우 부드럽고 발효주 술덧이 갖고 있는 단맛과 향이 입에 남는다. 특히 6년의 시간을 오크통에서 보낸 브랜디는 빼앗긴 ‘천사의 몫’만큼 입을 즐겁게 해준다. 상을 받은 이유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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