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전건지급 결정…신창재 회장 사퇴 면해
중징계 김창수·차남규 사장은 연임 ‘불확실’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 사태에 대한 제재심의에서 최악의 경우였던 신창재 회장의 사퇴는 면하게 됐다.

제재심의를 앞두고 자살보험금 전체 계약에 대한 전건지급을 결정하고 나선 것이 중징계를 피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단 자살보험금 지급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던 삼성·한화생명에 대해서는 사상 초유의 중징계가 내려지면서 이들 보험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줄줄이 물러나야할 위기에 처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빅3 보험사에 일부 영업정지와 과징금 부과의 중징계를 내렸다.

먼저 삼성생명 3개월, 한화생명 2개월, 교보생명 1개월 등 재해사망보험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삼성·한화생명은 문책경고, 교보생명은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과징금은 회사별로 3억9000만~8억9000만원이 부과됐다.

지난해 11월 최초 통보보다는 약해진 제재 수위다. 당시 금감원은 영업정지, 등록취소, 임직원 해임권고 등 최고 수준의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특히 당일 미지급보험금을 전건 지급하겠다고 나선 교보생명은 타사보다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위의 제재가 이뤄졌다.

교보생명은 전날 오전 지급하지 않았던 자살재해사망보험금 1858건에 대한 모든 보험금을 지급할 것이라며 지급규모는 672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신창재 회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CEO에 대한 문책이나 해임경고의 경우 3~5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어 교보생명 내부적으로는 필사적이었을 것이란 시각이 강하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고경영자가 전문경영인인 타사와 달리 회장이 직접 CEO를 맡은 교보생명은 압박의 강도가 달랐을 것”이라며 “교보생명은 사실상 행정소송까지도 갈 수밖에 없었던 만큼 백기 투항으로 대표이사 연임만큼은 건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자살보험금에 대해 물어줘야 할 돈은 최대한 줄였다. 자살보험금 전액이 아닌 전체 계약으로 한정한 것인데 2007년 9월 이전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자 462억원을 뺀 원금(보험금)만 지급하기로 했다.

결국 전날 이사회에서 연임 안건이 의결된 김 사장은 다음달 주주총회 승인을 받고 정식 연임이 되는 상황인데 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2012년부터 사장을 맡아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차 사장도 앞날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편 금감원의 제재결정은 금감원장 결제나 금융위원회 부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한 보험업계 고위관계자는 “금융위가 그간 금감원의 제재수위를 감경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제재심 의결이 법적효력은 없는 만큼 행정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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