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교육과정 마친 5명 의기투합해 만든 술도가

남들 하지 않는 방식으로 차별화시키며 시장 조성

   
▲ 경기도 용인에 위한 술샘 본사 전경. 다른 술도가와 달리 술샘은 증류소주를 먼저 내면서 주류시장에 진출했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대개의 양조장은 막걸리를 빚기 위해 만들어졌다. 아니면 전래돼 내려온 제조법에 따라 좋은 청주(주세법 상 약주)와 그 술을 증류한 소주를 내기 위해 술도가를 짓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증류 소주를 내리기 위해 주조시설을 갖추고 술을 생산한 양조장이 있다. 용인에 위치한 술샘 이야기다.

전통주를 교육하는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지도자과정까지 마친 다섯 사람이 지난 2012년 공동으로 설립한 술샘. 농업회사법인으로 전환하면서 탁주와 약주에 대한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한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본격적인 술 생산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전통주 교육기관에서 술 빚기를 배운 만큼 좋은 우리 술을 연구하고 배우는데 더 큰 가치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술샘을 이끌고 있는 신인건 대표는 “이왕에 (전통주 빚기를) 배웠으니 가끔씩 모여서 누룩도 만들고 술도 빚어보자며 모임이 만들어졌고, 회사를 만들자는 의견이 모아졌을 때도 ‘누룩’ 정도만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 증류소주 입찰 건이 생겨, 3개월 만에 소주를 만들어 납품하면서 본격적인 술 사업을 벌이게 됐다.

현재의 번듯한 본사 및 공장도 지난 2015년에 만들어진 것이지 처음에는 용인에 있는 주차장 창고를 빌려 술을 빚었다고 한다. 당연히 열악한 환경 탓에 발효주가 제대로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마치 주차장 창고를 빌려 오늘날의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HP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벤처기업의 스토리와 유사하다. 좌충우돌하듯이 회사를 만들고 술을 빚는 것 같지만 술샘의 술을 만드는 이력만큼은 모두 전통의 제조법을 따르고 있는 특별한 양조장이다. 또한 틈새시장을 정확하게 잡아내 승부를 거는 독특한 양조장이기도 하다.

대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증류소주 ‘미르’는 우리나라 최초의 소주제조법이 실려 있는 <산가요록>(가장 오래된 요리서, 1450년대)에 나와 있는 방식으로 빚고 있다.

또한 <동국이상국집> <한림별곡> <산림경제> 등 다수의 문헌에 등장하며, 고려시대부터 상류층들이 즐겼다는 떠먹는 술 ‘이화주’도 전래되고 있는 제법에 따라 빚어 시판하고 있다. 이화주를 국내 술도가 중 처음으로 상품화한 것이다.

특히 소주의 경우 대개의 증류소주 업체들과 달리 발효를 촉진시키는 조효소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용인 쌀과 누룩을 사용해 6개월 가량 숙성시킨 청주를 증류시켜 내리고 있다. 또한 쌀소주 특유의 향을 담아내기 위해 감압방식이 아닌 상압방식의 동증류기를 사용하는 등 제품 차별화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 증류기로 소주를 내리기 위해 청주 술덧을 증류기로 넣고 있는 술샘의 신인건 대표.

이 뿐이 아니다. 전통을 따르는 술들이 많이 복원되거나 개발되고 있지만, 똑같은 방식으로 빚으면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경기도농업기술원으로부터 지난 2016년 기술을 이전받아 홍국발효주인 ‘술 취한 원숭이(생주)’와 ‘붉은 원숭이(살균주)’를 지난해 5월 출시했다. 이 술들은 혈중 콜레스테롤 효과를 보인 ‘모나클린K’가 함유돼 있는 홍국(붉은 곰파이)을 사용해 기능성 주류 시장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찹쌀로 빚어 단맛이 강한 전통 청주와 차별화시키기 위해 용인에서 생산되는 멥쌀로 빚어 드라이하고 감칠맛을 내는 청주 ‘감사’를 출시하고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술샘의 술철학은 전통을 따르면서도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차별화된 술 만들기에 집중되고 있다. 소주에서 출발한 특별한 술 만들기에 관심이 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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