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의 변화는 우리 경제가 향후 수십년간 맞게 될 가장 엄중하고 구조적이며 비가역적인 위험요인이다. 세계 최저 출산율과 세계 최고 고령화 속도 앞에 산업현장은 건강한 노동력 부족으로 활력이 떨어지고 생산성이 하락하며 가계는 기대수명만큼 미래소비에 대비하느라 현재소비를 제약하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은 국가경제의 미래 흐름을 미리 반영하는 경제의 축소판으로 인구구조의 장기적 영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시장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선임연구원과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 정광수 교수의 ‘인구구조 변화와 주식시장’ 연구를 기반으로 주식시장에서 인구구조의 경제적 영향력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우리나라의 저출산ㆍ고령화에 대한 정책 대안을 짚어봤다.

◆중년인구 증가할수록 주가 상승해

인구구조는 주식수요 기반의 변화를 통해 주식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식수요는 직접주식과 간접주식의 포함 범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주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단정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또 인구구조 변화가 야기하는 산업구조 및 생산성의 변화에 따른 국경 간 주식자금의 이동은 금융 글로벌화가 확산된 2000년대 들어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주식가격 영향을 분석하는데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실증 연구들은 ‘인구구조와 주식가격 변동은 관련이 있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주된 분석 대상으로 하고 있다.

중년인구(40~64세)와 노년인구(65세 이상)의 변화가 주식가격의 변동과 관계가 있는지 확인해본 결과 대부분의 연구결과는 ‘예스(yes)’로 나타났다. 중년인구 변화는 주식가격과 양의 관계를, 노년인구 변화는 주식가격과 음의 관계를 보였다.

미국 회계감사원이 미국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구조의 주가수익률에 대한 설명력은 결정계수가 평균 7%로 나타났다. 주가 변동의 대부분은 배당, 산업생산 등 거시변수에 의해 설명됐으며 이를 근거로 “인구구조가 변화해도 주식가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Shakil & Jamal(2015)의 연구 역시 주가는 중년인구와는 양의 관계, 노인 인구와는 음의 관계를 확인했으며 베이비부머가 중년인구로 편입되는 1990년대 초에 두 변수 관계에 구조변화가 존재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도 자산가격붕괴가설이 실증적으로 확인되는지 연구가 이뤄졌다. Davis & Li(2003)는 7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 등 경제변수가 주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하고 단순회귀분석이 아닌 패널회귀분석을 채택해 인구변수와 주가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중년인구는 실질 자산가격의 상승을 이끄는 유의미한 변수임이 확인됐고 중년인구 비중의 감소는 자산시장에 상당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Ang & Maddaloni(2005)는 15개 OECD 국가의 주식프리미엄과 인구변수에 대해 패널회귀분석 대신 풀링 단순회귀분석과 국가별 단순회귀분석을 수행해 노인인구 비중이 증가할수록 주식프리미엄은 감소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프로젝션을 통해 “미국 주가가 2009~2010년부터 약 10여년간 하락하다 밀레니얼 세대가 중년인구가 되는 2020년 무렵부터 다시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반면 국제데이터를 사용해 인구변수와 주가 간 유의미한 통계적 관련이 없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 경우도 있다.

Brooks(2006)가 대표적으로 1900년과 1925년부터의 자료를 이용해 중년인구와 주식 및 채권의 실질수익률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영국,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통계적인 유의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채권, 주식 등 금융자산의 실질가격은 인구고령화와 관계없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으며 베이비부머가 은퇴해도 금융자산 수요와 가격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금까지 많은 실증분석은 연구자에 따라 매우 결과가 상이한데 그 차이는 데이터 범위나 대상국가, 계량분석 방법 등이 다른데 기인한 것”이라며 “인구구조 변화 자체가 매우 장기적인 현상이며 베이비부머 같은 인구통계 현상은 역사적으로 단 한번 존재하는 저빈도 사건으로 정확한 분석 결과를 내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이동’ 인구변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 상쇄

그렇다면 자본이동 특히 국경 간 포트폴리오 주식투자자금의 이동은 인구구조 변화와 상호작용을 통해 주식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기존 문헌들은 자본이동을 고려해 실증분석을 직접 수행하지 않고 있지만 자본이동이 고령화에 따른 주가의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추론을 내놓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선임연구원과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 정광수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종속변수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관계를 살펴봤을 때 노인비율과는 음의 상관, 중년비율과는 양의 상관관계가 확인됐으며, 자본유출과 전체 국경 간 주식자금 합계와는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통제변수의 경우 실질 이자율은 주가에 대해 기본모형과 핵심모형 모두에서 유의한 통계적 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으며 계수값의 부호도 두 모형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등 통계적 일관성 또한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배당 흐름을 나타내는 경제변수로 사용한 실질 GDP 성장률은 계수값이 양의 부호를 나타내고 있으며 통계적으로 기본모형은 1% 수준에서, 핵심모형은 10% 수준에서 유의한 결과를 보였다.

인구변수가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면 ‘인구변수는 주가 변동을 어느 정도 설명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기본모형과 핵심모형의 결정계수 차이값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

경제변수 만을 패널회귀분석한 기본모형의 결정계수는 0.437로 나타났으며 경제변수에 인구구조 변수를 추가한 핵심모형의 결정계수는 0.573으로 나타났다. 이때 두 모형의 결정계수의 차이는 0.136(13.6%)는 인구구조 변수를 기본 모형에 추가함으로써 한계적으로 증가한 결정계수의 증분에 해당한다. 경제적으로는 인구구조변수가 실질주가의 변동성에 영향을 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개방경제가 고령화로 인한 주가 하락폭 낮춰

자본이동을 고려한 인구고령화의 주가에 대한 영향은 자본이동과 고령화 간의 상호작용변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경간 포트폴리오 주식자금 유출입과 인구고령화의 상호작용 변수는 실질 주가에 대해 양의 계수값을 나타냈으며 1%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이는 주식시장 개방도가 높을수록 고령화에 따른 주식가격 하락요인을 상쇄하는 효과가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입모형을 보면 통제변수로 도입한 국경 간 자본유입변수는 기대와 달리 10% 유의수준에서 음의 계수부호를 보였다. 반면 주식자금유입과 인구고령화의 상호작용 변수는 양의 계수값을 가지며 5%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화로 노동절약적인 고부가가치 지식 서비스가 발전하며 국경 간 포트폴리오 주식자금이 유입될수록 국내 주식의 수요기반이 강화돼 인구고령화로 인해 둔화되는 수요기반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경 간 포트폴리오 주식자금유출과 고령화의 상호작용 변수는 1% 유의수준에서 음의 계수값 부호를 나타냈다. 이는 중년인구 대비 노년인구가 증가하는 인구고령화로 자본수익률이 하락해 국내 주식시장의 수요기반이 약화되면 주식가격의 하락압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손홍선 선임연구원은 “적극적인 고령화 대응 산업정책을 통해 고령친화적이고 지식집약적 산업생태계가 발전한다면 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해외자본유입이 증가해 주가의 하락압력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거나 해외자본의 유입이 둔화될수록 주가하락 압력은 가중될 것이다. 이는 개방경제에서 국가적 차원의 고령화 대응정책의 성패가 주식시장의 성과 결정에 중요한 정책변수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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