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행장 “기존 은행거래 보완할 비대면 채널 확장”

은행 최초로 복수 생체인증 기술 등 10여개 특허 출원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2800년 전, 한 시인의 상상력에는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인간의 노동을 돕거나 이동시켜주는 기계 장치가 등장한다. 그리스 도시국가 연합군과 트로이 간에 벌인 전쟁을 다룬 서사시 <일리아스>에서 호메로스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돕는 로봇을 등장시킨다.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갑옷은 헤파이스토스의 신의 손길로 만들어지는데, 이 갑옷을 의뢰하기 위해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가 올림푸스 산정을 향한다. 여기서 대장장이의 신은 황금으로 만들어진 하녀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일을 마무리 짓고 있다.

“황금으로 만든 하녀들이 주인을 부축해주었다. 이들은 살아 있는 소녀들과 똑같아 보였는데 가슴 속에 이해력과 음성과 힘도 가졌으며 불사신들에게 수공예도 배워 알고 있었다.”(<일리아스> 천병희 역, 515~516쪽)

사람의 말까지 알아들으며, 소통할 수 있는데다 힘은 물론 수공예 기술까지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인 것이다. 그의 상상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헤파이스토스의 작업장에는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물건이 하나 더 있었다.

“그는 튼튼한 마루의 벽에 세워 두려고 모두 스무개의 세발솥을 만들고 있었는데, 세발솥마다 밑에 황금바퀴를 달아 저절로 신들의 회의장으로 갔다가 도로 그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놓았으니 보기에 장관이었다.”(<일리아스> 천병희 역, 514쪽)

이러한 신화적 상상력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자율주행 자동차들은 구글을 포함한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시범주행을 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비서들도 완성도는 높지 않지만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호메로스의 상상력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그 전조들은 나타나고 있다. 금융거래와 관련한 규제가 풀리면서 핀테크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금융 채널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환경에서 각종 업무를 처리하는 것 이외에도, 점포를 찾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업무처리를 할 수 있는 키오스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아직 움직이거나 인공지능을 탑재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화면 터치만으로 창구 업무의 90%를 처리할 수 있는 키오스크를 현업에 적용했다. 이름은 ‘위비 스마트 키오스크’. 바이오인증과 화상상담 등 현재까지 등장한 핀테크 기술을 적용해 108가지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은행이 비대면 채널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키오스크를 배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50가지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광구 은행장의 말처럼 “키오스크는 단순한 도입의 의의를 넘어 기존 은행거래 형태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비대면 채널”이 될 수 있도록 은행은 그동안 고객들의 이용패턴을 분석하고, 고객과 영업점의 의견을 반영해가면서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시켜 왔다. 그 결과가 창구업무의 90%를 처리하는 현재의 제품인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은 은행권 처음으로 복수의 생체인증방식(홍채, 지문, 손바닥 정맥 등)을 통한 실물 통장 발급 등 10여가지의 특허까지 출원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우리은행은 현재 키오스크가 배치된 점포가 29개이지만 이 달 중에 38개까지 넓힌다는 계획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부터 설치한다는 것이다. 점포를 찾는 고객의 눈길과 손길을 잡으려는 은행들의 비대면 채널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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