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급 명분 상실…“처벌 수위만 저울질”

금융감독원의 철퇴에 자살보험금 지급을 끝까지 거부하던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전액 지급을 결정하면서 결국 생명보험 빅3 모두 자살보험금 지급을 마무리 짓게 됐다.

그간 ‘배임 소지’가 있다며 자살보험금 지급을 회피해온 만큼 결국 이들 보험사가 처벌 수위를 놓고 저울질하느라 자살보험금 미지급 명분마저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2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자살관련 재해사망보험금 미지급 전액 1740억원(3337건)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생명도 지난 3일 개최된 1분기 정기 이사회에서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 안건을 의결했다. 총 지급규모는 약 910억원(637건)으로 즉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자살보험금과 관련된 14개 회사 모두 지연이자를 포함한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모두 지급하게 됐다.

단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렸던 23일 자살보험금 전건 지급을 결정한 교보생명만 2007년 9월 이전 건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지연이자를 제외한 원금만 지급키로 했다. 이후 청구 건에 대해서는 모두 지급한다.

당시 금감원은 제재심의를 통해 최고경영진(CEO)에 대한 문책경고과 일부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를 결정한 바 있다.

결국 이들 빅3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금감원이 중징계를 엄포하자 ‘일부 지급’으로 선회, 최종 제재심 결정에서 ‘전부 지급’으로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그간 이들 생보사의 자살보험금 지급 거절 논리는 대법원 판결에 따르지 않고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게 된다면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생보 빅3의 이번 지급 결정으로 그간 자살보험금 미지급이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명분은 결국 잃어버리게 됐다.

이에 금감원의 철퇴에 입장을 번복한 이유가 사실상 배임이 아닌 ‘오너의 경영권’ 사수, 금감원과의 관계 회복이라는 측면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일단 교보생명이 3사 중 제일 먼저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을 내린 배경도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신창재 회장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시각이다. 교보생명은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오너인 신창재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반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전문경영인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이와는 다른 해석이 나온다.

이들 보험사의 대표이사에 대한 문책경고가 결정된 상황에서 입장을 번복하는 것이 제재수위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대신 영업정지 처분은 신사업 진출이나 대주주 자격 상실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향후 금융지주사 전환에 대한 이슈를 갖고 있는데 보험업법상 영업정지를 받으면 3년간 보험사, 카드사, 금융지주사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

한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대표이사 문책경고는 금감원장 전결사항이라 금융위로 넘어간다 해도 제재가 뒤집힐 가능성이 크지 않고 전례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영업정지나 신사업 진출 제한 등과 자살보험금 지급규모를 저울질 하다가 결국 지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뒤늦게나마 빅 3가 자살보험금을 전액 주기로 한 만큼 향후 제재수위에 대한 바톤을 넘겨받는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남겨 두게 됐다. 최종적인 제재 수위에 따라 미리 지급결정을 했던 다른 생보사와의 형평성 논란도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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