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4조 확충에도 ‘1년간 신사업 제재’ 발 묶여

발행어음, 헤지펀드운용업 등 신사업 인가 일제 제동
진입 늦어 경쟁력 뒤쳐질까 우려, ‘유증 헛발’ 지적도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삼성증권이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자기자본 4조원대 ‘초대형 IB’로 도약했지만 IB(투자은행) 및 신규업무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전망이다.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자살보험금 관련 징계(기관경고)로 금융당국의 인가가 필요한 신사업 진출이 1년간 제한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 16일 3383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납입을 완료, 자기자본 4조1000억원대의 초대형 IB로 도약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는 발행어음 및 외국환 업무 등 신규사업이 가능해 진다.

삼성증권은 조달자금 3383억원 가운데 2500억원 가량을 발행어음, 외환 등 초대형 IB 신규사업 추진 및 영업 활성화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같은 날 금융감독원이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자살보험금 관련 제재안을 재심의 해 기관경고 조치를 내림에 따라 당장 신규사업 진출이 불가능해 졌다.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 선언에 따라 3개월 영업정지 등 중징계에서 징계수위가 완화된 것이지만,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대주주가 금융기관인 경우 최근 1년간 기관경고 조치를 받은 경우 신규사업 진출이 1년간 제한되기 때문.

이번 제재심 결과는 이례적으로 한번 나온 결과를 번복한데다, 앞서 카드업계가 신규사업 진출 사유를 들어 징계사유 재검토에 대한 이의를 신청했으나 금감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선례가 있어 삼성생명을 대주주로 둔 자회사들의 신사업 차질은 막기 힘들 전망이다.

◆ 올 하반기 본격 초대형 IB 경쟁…삼성證 9개월 늦게 어음발행 업무 시작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자기자본 4조원이 넘은 증권사들이 오는 3분기부터 본격적인 어음발행 업무를 시작할 전망이어서 삼성증권은 여타 증권사보다 약 9개월 가량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기지연에 따른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단기적으로 초기 수익화가 늦어지면서 시장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메리츠종금 김고은 연구원은 “대부분의 증권사가 3분기 중 관련 사업을 시작할 예정에 있어 수익화가 늦어지며 시장 경쟁에 뒤쳐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단 발행어음은 판매보다 운용을 위한 투자자산 발굴이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지연에 따른 중장기적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삼성증권은 신규 라인센스를 획득하는 업무 대신 자본을 활용해 인수금융 및 구조화상품 확대, WM 업무에 주력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발행어음 업무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행시기가) 조금 늦춰질 수는 있지만 다른 회사랑 아주 많은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확충한 자기자본을 통해 WM 등 차별화된 상품 공급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증권의 가장 핵심은 WM 분야로 올해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글로벌 투자 확산 및 초대형 점포 성과 도출에도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외부동산, 항공기금융 등 해외 대체상품 인수를 통한 상품공급 및 인수금융 참여 등을 통해 자본 활용에 방점을 둔 사업들이 추진될 전망이다.

◆ 헤지펀드 운용업 진출도 제동

삼성생명의 이번 징계로 인해 삼성증권의 헤지펀드 운용업 추진 역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금융당국에 전문사모집합투자업 운용 등록을 신청했다 이를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분사로 삼성헤지자산운용이 신설되면서 사모펀드사업과 중복에 따른 업무영역 조율 필요성 때문으로 업무영역 조율 후 재신청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당시에도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제재심이 진행 중으로 중징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신규업무에 대한 당국의 등록심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 “유상증자 의미 퇴색”

자본확충에 따른 사업확장이 가능하지만, 일각에서는 애초 유상증자를 통한 자기자본 확충이 초대형 IB 진출을 통한 신규사업 추진이었다는 점에서 유상증자 헛발 지적도 나온다.

당장 신규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삼성생명의 보유지분이 줄어 금융지주 전환 시 추가적인 지분확보 부담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가진 것으로 전해지지만, 일각에서 ‘삼성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 지배구조 개편이 발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삼성증권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30.1%로 끌어올렸던 삼성생명의 삼성증권 지분은 이번 유상증자로 29.39%로 줄어들었다. 이에 지분 확보를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850억원의 자금 투입이 추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징계로 인해 증권의 신규사업을 비롯해 초대형 IB 도약을 위해 추진한 유상증자의 의미가 사실상 퇴색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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