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각종 할인특약으로 우량가입자 모집
할인율 클수록 특약 미가입자 ‘할증’도 증가

   
▲ <자료=보험개발원>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를 적게 탄 사람들에게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경쟁을 지속하면서 생계형 운전자들의 보험료가 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특정 가입자가 할인을 받으면 그 할인폭 만큼 다른 가입자가 보험료를 메워야 하는 구조란 점에서다.

21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대수는 1457만대로 이 중 412만대(28.3%)가 마일리지 특약에 가입했다.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3분의 1 가량이 마일리지 특약을 통해 보험료를 할인받고 있는 것인데 최근 3년간 마일리지 특약 가입률은 지난 2013년 14.7%, 2014년 21.6%, 2015년 28.3%로 지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에도 증가세는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 손보사마다 마일리지 특약 할인율을 대폭 끌어올리고 나선데 따른 결과다.

마일리지 할인이란 주행거리별로 할인율을 적용해 일정 거리 이하로 운행하면 그만큼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특약이다.

손보사들이 할인율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자동차보험이 가입자에게 거둔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많아 매해 영업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일리지 특약 할인율이 높아질수록 손보사들은 주행거리가 적은 우량 가입자를 공격적으로 모집할 수 있다.

반대로 보험료 할인 대상이 되지 못하는 가입자들에게 보험료를 올려 받을 수 있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

자동차보험은 특정 계층의 보험료가 낮아지면 다른 계층의 보험료가 오르는 제로섬(zero-sum) 구조란 점에서다.

마일리지 특약을 적용받는 가입자들이 늘어날수록 해당 특약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이 보험료를 메워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일리지 특약에 가입한 사람이 적은 주행거리를 달성해 20%를 할인받았다면 마일리지 특약에 가입하지 않은 나머지 사람들이 줄어든 20%를 나눠서 채워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마일리지 특약 미 가입자는 운행거리가 많은 생계형 운전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마일리지 특약 할인율을 마냥 늘릴 수 없는 이유는 차량 운행이 많은 생계형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라며 “무조건적으로 우량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많이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생계형 운전자에 대한 보험료 할증은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증가세에서도 두드러진다. 손보사는 사고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가입자들에의 가입을 거절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여러 보험사에서 공동으로 계약을 인수하게 된다.

공동인수는 기본 보험료가 50% 이상 할증되는데 경우에 따라 전체 보험료는 2~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러한 손보사들의 공동인수 비중은 전체 차량을 놓고 볼 때 지난 2013년 4만7000건에서 2015년 25만3천건으로 폭증했다. 같은 기간 개인용 자동차보험의 공동인수 건수도 1만7000건에서 13만건으로 7배 이상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현재 마일리지 특약 할인율은 손보사별, 구간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대 41%까지 할인이 적용된다.

대부분의 구간에서 가장 높은 할인율을 보인 보험사는 한화손해보험이다. 3000~7000km 구간대에서 가장 높은 할인율이 적용될 뿐만 아니라 업계 유일하게 1만8000km 이하 구간에서도 보험료를 2% 할인해준다.

메리츠화재도 실질적인 운전자들의 할인율 적용 구간인 1만2000km 구간에서 17%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등 그간 마일리지 할인 특약 경쟁은 중소형사를 위주로 이뤄지고 있었다.

최근에는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이 마일리지 할인율을 대폭 늘리며 경쟁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현대해상은 다음달 1일부터 연간 3000km 이하의 할인율을 기존 22%에서 32%까지 끌어올린다. 기존에 없던 1만5000km 구간도 신설해 6%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KB손보도 다음달 15일부터 2000km 이하로 운행하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기존 23%에서 35%까지 할인율을 확대하는 등 구간별 할인율을 모두 늘렸다. 새로 신설된 1만2000km 구간에서는 8%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 각사별 마일리지 특약 할인율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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