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채·영구채' 비용 및 수요 예측 불확실 가중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보험사들이 채권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에 난항을 빚고 있다.

금리가 오름세인 상황에서 발행 비용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데다 애써 발행에 나서도 수요자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주 금융감독원에 증권발행 신고서를 제출하고 이달 말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지만 결국 발행을 취소했다.

후순위채를 발행해도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지급여력 수준인 150%를 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흥국생명의 이달 말 RBC비율은 144.4%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0.50~0.75%에서 0.75~1.00%로 0.25%포인트 올리는 등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자 발행 시기를 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채권 발행 규모가 큰 만큼 발행금리가 0.01%포인트만 올라도 갚아야 할 금리비용은 상당한 차이가 나게 된다.

KDB생명도 지난해 말부터 5년 만기,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지난 1월 60억원을 찍는데 그쳤다.

사모 방식으로 진행된 만큼 수요자를 찾기 어려웠던 점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후순위채가 가진 위험성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모 방식으로 풀리지 않아 기관 투자자의 수요로만으로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한 채권투자자문 관계자는 “보험사가 제시하는 후순위채 금리는 충분히 매력적”이라며 “리테일 쪽에서도 투자할 생각이 있다는 분위기지만 후순위채란 점에서 사모 발행만 진행되다 보니 기관투자자만으로는 보험사의 후순위채 수요를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업계는 많은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채권 발행비용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데다 발행 시기가 겹칠수록 보험사마다 경쟁적으로 발행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보험사의 채권 발행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한편 한화생명은 이달 5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오는 23일로 예정됐던 수요예측 시기를 다음 달로 미뤘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 생명보험사 최초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인만큼 금융당국에서도 서류를 꼼꼼히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수요예측 시기가 늦어졌을 뿐 발행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금감원의 승인이 이뤄지면 조만간 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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