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환전·송금·외화 대출시장 참여 제한…이용 불편해 투자자 기피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올 하반기부터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투자은행) 경쟁이 본격화 되지만 신사업으로 기대됐던 외화 관련 신용공여, 기업금융 업무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은행 중심이었던 외국환 업무가 지난해부터 2금융권으로 확대됐지만, 곳곳에 규제가 남아있어 실질적인 제한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탄생을 외치며 초대형 IB 육성안을 추진 중인 금융당국마저 업권별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외환당국과 협의도 쉽지 않아 보인다.

◆ 송금·외화조달 불가, 환전도 반쪽짜리…증권사 이용 불편해 기피

금융투자업계는 협회를 중심으로 외국환 업무 개선을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우선 가장 큰 걸림돌은 증권사의 경우 금융투자업자의 업무와 직접 관련된 외국환 업무만을 취급하도록 한 점이다. 즉 ‘투자목적’이 제반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조항은 자칫 타당해 보이지만 외화 신용공여나 기업금융 업무를 위해 이루어질 기본적인 환전·송금 등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수출입 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수출입 물량의 일부를 선물환(대금수령 시 약정된 환율로 원화로 환전)으로 헷지하고 나머지는 현물환(일반환전)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증권사와 거래 시 일반환전이 불가능해 별도로 은행을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와 선물환거래가 가능해도 현물환거래는 별도로 은행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원천적으로 증권사와 거래를 기피한다”며 “개인고객이 외화로 투자과실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증권사를 통해서는 바로 원화수령이 불가능해 별도 환전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사실상 외국환 업무에 손발이 묶인 상태”라고 지적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에 한해 환전 업무를 허용할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허용범위가 나오지 않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최근 해외주식이나 펀드 투자자가 늘고 있는데, 투자대기자금 환전이 가능한지 명확한 해석이 없어 차후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화이체 역시 증권사 업무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아 증권사와 거래하는 개인, 기업들은 별도로 은행을 거쳐서 이용해야 한다.

예컨대 투자자가 증권사의 CMA계좌를 이용해 급여관리, 자금이체, 카드대금 결제 등을 할 수 있음에도 해외 유학비용 송금 또는 기업이 해외 수출입 대금 지급이나 수령을 위해서는 증권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해 은행을 통해 다시 거래하는 방법 밖에 없다.

   
 

더욱이 기업고객에게 외화대출(신용공여)을 하기 위해서는 외화조달이 가능해야 하는데 조달 통로도 막혀 있는 상태다.

한국은행의 유권해석에 따라 증권사는 용도제한을 받지 않는 은행 간 대출시장에 참여할 수 없다. 외화채 발행 등을 통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은행 대비 신용등급이 낮은 증권사들은 높은 금리로 발행을 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대출금리가 높아져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일반 개인 고객처럼 국내 은행으로부터 외화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용도제한이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원화로 조달한 자금을 은행에 수수료를 주고 외화로 환전해 이를 다시 기업에 대출하는 구조만 가능한 셈으로 해외 IB딜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는 은행 간 외화대출 시장에 참여할 경우 은행이 유휴자금으로 가지고 있는 외화자금을 증권사 대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증권사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 외화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부분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 금투협 “업무 가능 인정범위 확대, 외화 자금조달 등 개선 촉구”

협회는 이달 초 기획재정부에 외국환거래규정상 업무 관련성 의미를 넓게 해석하는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을 완화해 줄 것을 건의한 공식 문서를 전달했다.

금투협 김진억 부장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업무와 직접 관련된 업무만 수행하도록 하는 제약으로 전체적인 외국환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이체, 자금조달 등 손발이 묶인 상태여서 본래의 규제 완화 의미마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투협 법무지원실 최재형 변호사는 “외화유동성비율 규제 및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 증권사들이 이미 은행 수준의 외환건전성 규제를 받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제약된 업무들이 많다”며 “규제에 맞게 이에 따른 역할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기자본이나 건전성이 훨씬 낮은 지방은행, 신협, 저축은행 등의 서민금융회사를 비롯해 핀테크 회사들에도 환전·송금업무 등이 열려있는데, 이보다 규모와 건전성이 높은 증권사에 제약을 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해외여행, 유학 등이 보편화되고 해외투자 자유화로 금융소비자의 환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측면에서도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금융위 내 은행·증권간 목소리 갈려…기재부 “금융권 합의 먼저”

문제는 이 같은 고민을 같이 해결해 줘야할 금융당국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금융위 내에서도 업권별로 이해가 갈려 이에 대한 해결이 우선돼야한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투업권의 외국환 업무 범위 확대와 관련해 오래전부터 건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사실상 금융위 내에서도 은행과와 자본시장과에서 요청해 오는 사항이 다르다”며 “금융권 내에서 협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며, 증권사 외화 송금 업무 관련해서도 은행 쪽에서 반대하고 있어 당분간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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