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희망퇴직자 대상 영업, 적립금 크게 늘어

하반기 공무원‧군인 등 고객군 넓혀 영업 목표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부진을 면치 못했던 은행권의 개인형퇴직연금(IRP)이 지난 1분기 반등에 성공했다.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이 자사 희망퇴직자 퇴직금 유치라는 일회성 요인으로 호성적을 거둔 점이 주효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 퇴직연금사업자 13곳의 지난 1분기 IRP 적립금은 총 8조548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6355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의 적립금 증가액인 6820억원의 93.5%에 이르는 수치다. 올해 1분기 동안 작년 전체 적립금을 벌어들인 셈이다.

1분기 적립금 증가는 국민, 신한, KEB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주도했다.

국민은행은 1분기 1881억원의 IRP 적립금 증가액을 기록하며 총 적립금 2조4012억원으로 은행권 1위 규모를 나타냈다. 신한은행은 1분기 동안 1253억원을 벌어 1조8831억원의 적립금으로 국민은행을 뒤쫓았고, KEB하나은행은 1분기 964억원의 적립금 증가로 1조1376억원의 총 적립금을 기록했다.

우리은행도 1분기 929억원 순증으로 총 적립금 1조4337억원을 나타냈으며, 농협은행이 같은 기간 803억원이 증가한 6301억원의 총 적립금을 나타내기도 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의 1분기 급격한 IRP 적립금 증가의 원인은 자사 희망퇴직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 은행은 영업조직 효율화와 비용절감을 이유로 최근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자사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퇴직금을 유치하는 일회성 효과로 인해 잠들어 있던 IRP 시장이 활기를 띄었다는 것이다.

참고로 IRP는 낮은 수익률, 개인연금 계좌와 IRP 사이의 자유로워진 자금 이동, IRP로 이전된 퇴직적립금의 일시금 인출 사례 증가 등으로 적립금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적립금 성장 기세가 한 풀 꺾였던 IRP가 올해 1분기 일회성 요인으로 인해 반등에 성공했다”며 “다만 이 증가세가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은행 입장에서는 하반기 IRP 적립금 확대를 통해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분위기다.

오는 7월부터 모든 취업자에게 IRP 가입의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관련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자영업자, 근속 기간 1년 미만 또는 단시간 근로자, 공부원, 퇴직일시금을 받는 재직 근로자, 군인 등 직역연금 적용자도 IRP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취업자가 가입할 수 있게 법이 바뀌면서 하반기 IRP로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며 “노후준비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IRP 유치 전략을 통해 적립금 증대를 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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