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간 대출시장 진입장벽에 ‘증권금융’ 구원투수 나서
기재부 외국환 업무등록…신용등급 높아 저리대출 기대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증권사들의 해외 IB 업무 증가로 대규모 장기 외화자금 조달 필요성이 높아졌으나 국내 은행 간 외화대출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 증권사들이 차선책 마련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한국증권금융이 대규모로 외화자금을 조달해 와 은행보다 저금리로 증권사에 외화자금을 공급해 주는 방식으로, 올 하반기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금융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외국환 신규업무 승인을 받았으며, 이에 따른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을 완료한 상태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시행세칙 개정을 마무리 중이며, 이달 초 기획재정부에 외국환 업무 등록을 신청한 상태로 외화자금 조달 및 공급을 위한 법적인 사전준비를 마친 상태다.

증권금융 관계자는 “해외 IB업무 및 해외투자 증가로 장기 외화자금 조달 필요성이 높아졌음에도 높은 외화 조달비용으로 증권사들이 장기 대규모 외화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라며 “증권금융의 높은 대외 신용도를 활용해 저리로 외화자금을 조달, 금융투자업자에게 제공해 외국환업무 및 해외사업 확대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은행 중심이었던 외국환 업무가 2금융권으로 확대되고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안으로 외화 관련 신용공여 및 기업금융 업무가 가능해졌지만, 여러 제약으로 인해 실질적인 업무에는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지침 상 증권사는 용도제한을 받지 않는 국내 은행 간 시장에 참여할 수 없어 직접 해외에서 외화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아 조달금리가 높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일반 개인고객처럼 은행에서 외화대출을 받는 것 역시 용도제한이 있어 쉽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딜 별로 소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고, 대규모로 조달할 경우 이를 소화하기도 쉽지 않아 여러모로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리에 자금조달이 가능한 국내 은행 간 대출시장에 참여할 수 없어 외화자금조달에 애로점이 많다”며 “이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재 불가능해 증권금융을 통한 차선책을 마련한 것으로 개별 증권사들이 겪는 애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증권금융은 지난 2015년 무디스로부터 정부 신용등급 수준인 ‘Aa2’ 등급을 받았다. 이는 수출입은행, 주택금융공사, 산업은행 등과 동일한 등급으로 저리 및 대규모 외화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해외 프로젝트 투자나 인수합병(M&A), 기업고객의 외화자금 지원(대출) 등 외화를 기반으로 한 투자에 있어 조달 규모 및 비용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증권금융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증권업계의 의견 및 수요조사로 자금조달 및 딜 매칭을 위한 규모파악을 진행 중인 상태다. 증권금융은 개별 증권사 딜에 따라 수요를 책정하고 이를 다시 회수하는 등 관련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게 된다.

증권금융 관계자는 “법률적인 사전 준비는 완료된 상태로, 현재 기본적인 외화대출 수행을 위한 전산설비는 구축돼 있지만 향후 업무범위에 따라 추가적으로 개발 필요사항이 있는지 검토 중인 단계”라며 “이달 초 기재부에 외국환 업무 등록 신청을 완료한 만큼 등록 이후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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