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채권 규모 175조원…대규모 채권평가손실 영향 2년간 지속
2019년 이후 채권보유이익 증가 힘입어 점진적 수익 개선 기대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오는 2018년까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00bp 상승할 경우 증권사 수익이 지난해 말 대비 절반 이상 축소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국내 시중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채권보유 규모가 전체 자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증권업계의 채권평가손실 우려에 따른 것인데, 올해 손실 규모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6일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김영택 본부장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및 금융업종의 신용위험 전망’ 세미나에서 “금리 상승 시 장기적으로는 채권 캐리이익(채권 보유에 따른 이익)에 따라 실적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나, 2018년까지는 대규모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해 증권사의 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75조원으로, 2011년 대비 70% 가량 폭증했다. 이는 총 자산의 50% 수준으로 저금리가 장기화됨에 따라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강조되면서 파생결합증권(ELS 등), RP매도가 늘어 채권운용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김영택 본부장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018년 말까지 200bp 오르는 등 금리상승 속도가 가파를 경우를 가정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채권평가손실 및 주식시장 자금 유출, 대손상각비 증가 등으로 다수 증권사들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지난해 말 2조2100억원 수준인 증권사(주요 24개사 합산기준)의 세전 이익이 올해 9600억원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지난해 수익의 절반 이상인 1조2500억원, 57%의 감소세다. 2018년에는 소폭 회복해 1조9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상승폭이 보다 완만한 80bp, 150bp 상승을 가정한 경우에도 각각 21%, 41%의 세전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단, 2019년 이후로는 채권 캐리이익 증가로 2016년 수준의 세전이익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금리상승시 PF사업 연관성이 높은 증권사의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 우발채무의 70%가 PF사업에 연동돼 있어 금리상승에 따른 부동산 경기침체 시 우발채무 손실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김 본부장은 “우발채무 규모 증가세는 둔화되는 추세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하락 가능성과 우발채무 유형 중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신용공여형 비중이 72.7%로 높고, 증가추세여서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증권사 우발채무 규모는 2016년 말 기준 24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00억원 가량 늘었으며, 전체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54.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보험권의 경우 시장금리 상승으로 자산운용이익률이 개선되겠지만, 매도가능채권의 평가이익 감소에 따른 자기자본 감소로 RBC비율이 감독당국의 권고기준인 15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은행 및 신용카드사 역시 금리가 150bp 오를 경우 실적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자동차금융 비중이 낮고 유동성차입 비중이 높은 일부 캐피탈사들의 경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영향은 지방은행 및 하위 신용카드사들에게 더 클 전망이다.

김 본부장은 “시장금리가 완만히 상승할 경우 국내 금융사들이 어느 정도 감내할 수준으로 보이지만, 2018년까지 1.5%포인트만 상승해도 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업종에서 실적이 저하되고 일부 취약한 회사들의 경우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며 “금리상승 폭이 가파를 경우 전반적인 실적 악화 및 적자전환 회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이 같은 영향은 금리상승 속도 및 폭 외에 경기회복 여부도 중요한 키로 작용하는데, 경기회복 가능성에 기대 낙관적인 견해로 대응할 경우 신용리스크 노출 위험이 있고, 지나치게 보수적일 경우에도 수익창출 기회를 잃을 수 있어 개별사별로 지속적인 변동 추이를 관찰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자산운용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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