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독단‧강압으로 도입 합의” 주장

사측 “절차와 합의 통해 결정” 반박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대선을 앞두고 예금보험공사가 성과연봉제 시행과 관련해 내홍을 겪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성과연봉제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노조가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예보 노동조합은 지난 26일 사측의 성과연봉제 확대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예보 노조는 조합원 총 투표에서 성과연봉제를 반대해 부결됐지만 곽범국 사장과 반광현 전 노동위원장이 독단적으로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성과연봉제가 도입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예보 노조는 지난해 4월 성과연봉제 합의과정에서 회사가 취한 조치, 경영진 성명서, 노조 대응 등을 일자별로 기술한 ‘성과연봉 강압 백서’를 발표하며 성과연봉제 도입의 부당함을 뒷받침했다.

강압 백서에는 예보 노조가 부서장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358명) 모두가 현행 제도 유지에 반대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응답자 대다수가 성과연봉제의 업무 성과 연계성 및 성과평가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더불어 경영진이 성명서를 발표해 직원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남기고, 노조와 협의 없이 직급별 설명회와 토론회를 개최해 정부의 성과연봉 도입 선도기관 지정과 관련된 압박이 진행됐다고 전하고 있다.

예보 노조 한형구 위원장은 “노사합의의 진정성 여부를 판단해 절차가 무시된 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재검토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예보 노조는 성과연봉제 강압의 원인으로 예보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현 법률’이 정하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시류에 따른 경영평가에 치중함으로써 예보 본연의 업무인 예금자보호와 금융안정성 유지에 소홀해질 우려가 생긴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예보가 공운법상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노조의 주장에 사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반박했다.

사측은 “공사의 성과연봉제는 사측과 노측의 정당한 대표권한을 갖는 기관장과 노조위원장의 합의를 통해 도입돼 특정 주체의 강압에 의해 이뤄졌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장과 노조위원장이 합의하는 과정에서 사측은 노조위원장의 합의‧동의가 어떤 내부적 절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는 현 노조위원장의 일방적 주장”이라 말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설문지 대부분이 편향적인 항목으로 구성됐다”며 “설문대상 인원 571명 중 213명(37%)이 설문에 불참했고 특정 문항의 경우에는 응답자 48%가 응답하지 않은 검증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더불어 “성과연봉제 도입과 공공기관 지정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라며 “인과성 검토 없이 공공기관 지정이 문제인 듯 말하는 것은 적절한 처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예보와 반광현 전 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4월 29일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서에는 성과연봉제를 1급에서 4급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이러한 예보의 움직임에 주택금융공사와 시중은행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예보와 함께 성과연봉제를 노사 합의로 도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며, 시중은행도 지난해 말 이사회를 통해 노사합의 없이 도입을 결정한 바 있다.

다만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성과연봉제에 대해 ‘폐지 후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노사합의 없이 도입됐다면 재검토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내달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성과연봉제 무효화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성과연봉제를 일괄적으로 도입하기보다는 각 금융공기업과 은행이 노사 간 대화의 과정을 통해 성과연봉제 일정과 방식을 합의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난 정부의 금융권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이 성급했던 만큼 다음 정부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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