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낙하산 인사’ 곤욕

차기 CEO 선임에 투명한 승계절차 요구돼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정치권의 ‘외풍’이 반가운 금융권은 없을 것이다. 밖에서 불어온 바람은 내부를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섞이지 못하고 부딪히다가 잡음만 불러올 수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금융권에서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처럼 정치권에서 외풍이 불어올지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최근 간신히 CEO리스크에서 벗어나 본궤도를 찾고 있는 KB금융의 걱정은 더 크다.

KB금융은 지난 두 번의 정권 교체기에 정부와 관련된 CEO 인사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KB금융이지만 인사철만 되면 유독 정치권과 CEO의 관계가 부각됐다.

원인은 KB금융의 태생에서 찾을 수 있다. KB금융은 2001년 정부가 대주주였던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이후 2003년 정부가 보유했던 국민은행 지분을 국민은행이 모두 사들이면서 독립했지만, 정부 관료들의 주인의식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정부와 정치권 낙하산 인사들이 KB금융의 CEO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한 CEO 리스크로 KB금융은 경쟁력 약화의 쓴맛을 봐야 했다.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의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이었다.

어윤대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금융권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교회) 인사 대표주자로 부각됐다.

어 전 회장 재임 시절 국민은행장에 선임된 민병덕 전 행장의 경우에도 내부출신이었지만 이명박 정부 인사가 개입했다는 설 때문에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비켜 가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KB금융의 낙하산 CEO와 관련한 잡음이 밖으로 표출되기에 이르렀다.

박근혜 정부 인사로 평가받았던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전산교체 과정에서 유례없이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충돌하면서 이른바 ‘KB사태’를 만들었고 동반 사퇴라는 불명예를 연출했다. 정부 낙하산 인사의 단점이 곪아 터진 부끄러운 사건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은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CEO 인사가 결정되고, 이로 인해 기회비용을 지불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주사”라며 “문재인 정부가 수립되고 윤종규 회장의 임기가 반년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과거 때문에 문재인 정부 이후 KB금융의 차기 CEO 선임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정부 개입으로 다시 CEO리스크에 빠지느냐, 윤종규 회장 이후 안정적인 CEO 승계 구조를 가져가느냐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현재는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부출신인 윤 회장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KB사태를 해결하고 CEO리스크를 최소화했으며, KB금융과 국민은행의 수익성을 끌어올려 신한금융을 바짝 추격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성과를 등에 업은 윤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커 보인다.

다만 변수도 있다. 현재 윤 회장이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하고 있어서다. 지주회장과 은행장 겸임에 대한 당국의 시선은 좋지 못하고, 분리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윤 회장이 회장직만 연임할 경우 은행장은 새로 뽑아야 하는데 여기 정부의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

정부 개입이 없더라도 KB금융 안팎의 CEO 흔들기가 있을 수도 있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의 차기 회장 자리를 내정받기 위해 문재인 캠프로 ‘줄대기’가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파다하다. 과거 노무현 정부 출신이거나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차기 CEO 인사에 개입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외부출신 CEO가 장점이 되는 경우는 회사가 위기에 처해 극단적인 개혁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며 “CEO 승계의 안정성과 경영 전략의 지속성을 고려했을 때 KB금융 내부 출신 중에서 정략을 초월한 주인의식이 있는 검증된 인사를 선임하는 투명한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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