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고 있는 나라다. 3년 이내 초고령 사회 진입이 예상되며2065년에는 인구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소득절벽과 노인빈곤으로 노후 근로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 문제는 여전히 후선이 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일하는 노인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이미지를 조사한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의 고령화 현상과 노인근로에 대한 구체적인 시사점을 제시했다(전국 만 19세 이상의 성인남녀 1005명 대상).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평균 67.2세부터 노인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연령별 노인 기준은 연령이 높아지면서 비례적으로 증가해 20대가 65.7세로 가장 낮고 60세 이상은 69세로 가장 높았다.

◆노인이 된 자신이 불만족스러운 60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노인은 3명 중 1명(34.3%) 만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노인 이미지는 지난 2009년 조사(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비해 다소 부정적으로 변화했으며 연령별로는 20대가 평균 40.2%로 가장 긍정적인 반면 실제 노인 연령대에 속하는 60대 이상은 27.3%만이 긍정적이라고 답해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60대 이상은 타 연령층에 비해 자존감, 자신감, 행복, 건강 부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컸으며이러한 60대 이상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대한민국 노인의 낮은 삶의 질을 그대로 반영한다.

2009년 조사에 비해 좀더 부정적이 된 이유는 고령화로 주변에서 노인을 접촉할 수 있는 빈도가 많아지며 경제·사회적으로 취약한 노인들의 접촉 경험 역시 많아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일하는’ 노인에 대한 이미지는 67.1%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일반적인 노인 이미지(34.3%)에 비해 2배 이상 우호적인 수치다.

연령별로 보면 50대의 일하는 노인 이미지가 가장 긍정적이었으며 60대 이상이 가장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하는 노인을 떠올렸을 때 가장 일반적인 모습은 응답자의 절반(47.8%) 가량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일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답했으며, ‘일하면서 활기차고 건강한 모습’과 ‘일하면서 즐거워하고 만족하는 모습’은 각각 24.5%, 20.3%의 비율을 보였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일하는 노인이 주된 모습이 된 이유는 고령화로 노인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미디어를 통해 폐지 줍는 노인 등 부정적 모습의 노출 빈도가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특히 설문결과 일하는 노인의 주된 모습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일하는 노인’으로 인식할 경우 반대의 경우보다 부정적 이미지가 4배나 증가했다. 반면 일하는 노인을 ‘활기차고 건강한 모습’으로 인식할 경우는 이미지가 가장 긍정적이고 노인 고용의향도 최대치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유림 연구위원은 “근로 자체가 갖는 긍정적 인식을 통해 일하는 노인에 대한 이미지가 우호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인을 복지 대상이 아닌 근로를 통해 자립할 수 있는 주체로 인식하는 제도와 정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고학력 미래 노인층 위한 고용정책 필요

일하는 노인의 역량은 주로 ‘업무성실’, ‘조직헌신’ 등 전통적 업무 역량 부분이 긍정적으로 평가됐지만 ‘동기부여’, ‘학습의지’ 등은 부정적으로 인식됐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40~50대는 ‘조직헌신’, ‘업무성실’ 부문에 노인의 역량을 높게 인식한 반면 20대는 ‘고객관리’, ‘동기부여’, 30대는 ‘창의성’, ‘사고 유연성’ 등을 긍정적으로 인식해 고연령층의 인식과 대비됐다.

이미지가 가장 좋았던 ‘활기차고 건강’하게 일하는 노인의 모습에서는 ‘동기부여’, ‘학습의지’ 등 평균적으로 일하는 노인에게 부족한 역량을 높게 인식하고 있었다. 또 고학력이면서 노인 이미지가 긍정적이고 노후에 근로를 희망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일하는 노인을 긍정적으로 인식한 확률이 9배 이상 높았다.

노후 근로 및 노인 고용의향에 대해서는 전 연령층에서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응답자(82.0%)가 노후에 근로를 희망하고 있었으며 2009년에 비해 10.8%포인트나 크게상승한 수치다. 근로희망 이유는 ‘경제적 수단(50.8%)’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2009년에 비해 저연령층을 중심으로 ‘사회참여(17.2%)’ 동기가 12.1%포인트나 증가했다.

이 같은 결과는 상대적으로 고학력이며 지식근로자의 비중이 높은 미래의 노인층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노인 일자리 정책이 요구됨을 암시한다.

노인 고용의향은 전체 응답자의 대다수(92.8%)가 노인 고용의향에 긍정적이었으며 조직 내 중간 관리자급 이상에 해당되는 40대가 노인 고용에 가장 소극적이었다. 또 4명 중 1명(26.7%) 이상은 ‘능력과 경험이 우수하면 직무에 상관없이’ 노인을 고용하겠다는 답변을 보였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건설업’, ‘전기가스공급’, ‘예술/여가관련’ 업종이 노인 고용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다. 상대적으로 전문직 비중이 많은 ‘전문/과학/기술업종’의 경우 ‘능력과 경험에 따라 노인을 고용하겠다’는 응답이 40.7%로 많았지만 ‘노인을 고용할 생각이 없다’ 역시 11.1%로 나타나 양면적인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 산업 비중이 가장 큰 ‘제조업’은 ‘노인을 고용할 생각이 없다’는 의견이 8.8%였으며 ‘고령자 적합직무에 고용하겠다’는 의견이 73.7%를 차지해 노인 고용에 대해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 ‘노인근로 기회이자 위협으로 인식’

고령화 대책으로 ‘노인 근로’가 갖는 의의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1.3%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으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긍정적인 답변을 보였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50대(71.9%)가 가장 많이 ‘고령화 대책으로 노인 근로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지만 오히려 60대 이상부터는 ‘도움이 안된다(6.6%)’는 의견이 가장 많았으며 ‘도움이 된다(65.6%)’는 답변도 줄어들어 50대까지 증가했던 추세가 반전됐다.

고령화 대책의 당사자인 60대 이상 고령층의 인식이 젊은층에 비해 부정적인 이유는 한국의 취약한 노인 근로여건이 반영된 결과다.

현재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5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이며 60세 이상 근로자의 8.8%는 경비 등 시설관리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50대의 70% 이상이 ‘도움이 된다’고 답한 것은 현실적으로 근로의 필요성도 높고 60대 이상에 비해 근로여건이 좋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청장년층 취업과 노인 근로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4.5%가 ‘상관없다’고 답했지만 ‘노인 근로로 청장년층 취업기회가 감소한다’는 의견이 40~50대 23.3%, 20~30대 13.4%로 60대 이상을 제외하고 연령이 증가할수록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40~50대 중장년층은 노인 일자리 증가를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중장년층 5명 중 1명이 ‘노인 근로가 취업기회를 감소시킨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청년층을 자녀로 둔 부모 세대의 경우 노인 근로 증가가 자녀의 일자리와 함께 현재 자신의 일자리도 위협할 수 있다고 인식했다.

◆모두가 즐겁고 활기차게 일하는 사회

일하는 노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인이 좀더 ‘활기차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회적인 환경과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번 조사 결과 60대 이상 고령층이 노인에 대한 이미지가 가장 취약했으며 이 같은 부정적인 셀프 이미지는 결국 부정적인 노인 이미지로 이어진다.

노인 스스로가 학습하고 변화되려는 가시적인 노력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인재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비노인층과 일자리 경쟁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고려해 타연령층에 양보하고 배려하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기업에서는 고령 근로자의 기술과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인정을 통해 고령 근로자에 적합한 근무 기반과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해 노인이 가진 개별적인 기술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활용하려는 오픈마인드가 필요하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조직 구성원 역시 고령화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노동시간의 유연화 등 고령 근로자에 맞는 학습 분위기 및 근무환경을 조성해 선도적인 노력으로 경쟁력 제고를 지향해야 한다.

홍 연구위원은 “정책적으로 노인에게 적합한 직무가 있다는 사회적 고정관념이 존재하고 있음을 고려해 좀더 다양한 노인 적합 직종을 개발해야 한다”며 “동시에 실질적으로 노인 고용의향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즐겁고 만족스럽게 일하는 노인’의 모습이 가능하도록 일자리 질과 내용에 대한 고려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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