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은행의 사금고화 막기 위해 지분율 유지 

인터넷전업은행의 ICT기업 주도권 확보안 절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은행업과 산업자본의 상호출자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는 금융권의 오랜 숙원이었다. 하지만 산업자본에 의한 은행자본 지배라는 폐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그동안 정치권은 은산분리 조항을 금과옥조처럼 지켜왔다.

지난 주 출범한 새 정부에서도 원칙이 고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강하게 요구해왔던 인터넷전업은행들의 태도가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대신 지난 정부에서 부진했던 금융ICT산업 관련 법과 제도의 조속한 개정과 현실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은산분리 완화는 ICT기술을 토대로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강하게 요구해왔다. 이유는 은행 셋팅과정에서 초기 자본금을 상당히 사용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증자가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실제 유무선통신그룹인 KT 주도로 설립된 케이뱅크는 초기자본금 2500억원 중 절반 이상을 시스템 구축과 서비스 개발비용 등으로 사용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충당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주식 4% 이상을 보유할 수 없으므로 KT는 8%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이지만 단독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내달 경 출범할 것으로 보이는 카카오뱅크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끊임없이 은산분리에 대한 규제완화를 요청해왔고,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보유한도를 34~50%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금고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은산분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고, 특히 문재인 정부는 은산분리에 대한 규제 완화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이는 대선공약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인터넷전업은행들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초기 투자 때문에 대출 여력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이어서 원하는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없기 때문에 인터넷 전업은행들의 볼멘소리는 불가피하다. 게다가 대형 은행들과의 경쟁을 차질 없이 펼치기 위해서라도 은행의 규모를 키워야 하는데, 현재의 법률에선 애로가 발생하므로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떨쳐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정권이 첫발을 내딛는 시기이므로 은산분리 완화의 목소리를 조기에 공론화하진 못할 것이다. 이러한 환경 탓인지는 몰라도 케이뱅크의 심성훈 은행장은 “은산분리 원칙에 깊이 공감한다”는 메시지는 내놓았다. 다만 은산분리 완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금융ICT 융합산업의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ICT기업이 주도할 수 있는 경영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분위기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지분을 통해 ICT기업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없다면, 제도적 보완을 통해 ICT기업의 주도권만큼은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셋팅을 끝내고 금융당국을 통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지분이 아닌 제도적 보완 내지 규제 완화를 통해 ICT기업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은 해소시킬 필요성은 충분히 있다. 4차산업혁명의 시기를 주도하는 것은 ‘기술’이며, 은행업도 ‘기술’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창의성이 그래서 시급하며, 경계를 넓혀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상상력도 똑같이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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