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 및 생산성 증대 추구
점포 수 축소에 ‘초점’ 해석도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흥국생명이 메리츠화재식 대형점포전략을 도입하고 나섰다.

점포 및 조직 축소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와 더불어 설계사 수수료 인상에 따른 생산성 증대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흥국생명이 메리츠화재 이전부터 설계사 생산성 증대 중심의 ‘사업가형 점포’ 제도를 도입해온 만큼 점포 수를 줄이기 위한 방안에 더 포커스를 맞춘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전속채널 140개 지점을 80개로 축소 재편하는 방향의 지점 효율화 전략을 추진한다.

먼저 저수익 소규모 지점을 인근 거점 지점으로 통합, 대형화한다. 고객과 접점을 늘리고자 수도권 및 광역시 중심으로 만들어진 대형금융플라자는 22개에서 10개로 축소된다.

지점 운영에 필요한 임차비 등과 조직 축소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FC들의 판매 수수료 인상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흥국생명은 지점 효율화 전략의 추진 배경으로 “저금리, 저성장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흥국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보험금 지급여력비율(RBC)는 금융감독원의 권고치인 150%에 미달하는 145.4%를 기록했다.

흥국생명의 지점 효율화 전략은 메리츠화재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대형점포전략과 비슷한 형태다.

메리츠화재는 기존 '지역본부-지역단-영업지점'의 3단계 구조를 대형 영업지점 하나로 통합했다. 기존 221개의 영업지점은 102개로 줄였다.

중간 영업 조직과 지점을 없애 줄어든 비용은 설계사 수수료 인상에 사용됐는데 그 결과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설계사의 1인당 연평균수당은 전년대비 약 37% 상승했다. 모집수수료 상승에 따라 같은 기간 설계사 숫자도 771명 증가하는 등 영업 조직도 늘어났다.

보험업계는 흥국생명의 지점 효율화 전략이 메리츠화재의 대형점포전략과 비슷하지만 생산성 증대보다 비용 축소의 목적이 더 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메리츠화재의 대형점포전략이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비슷한 시기 함께 도입한 사업가형 점포 제도 때문인데 이는 흥국생명이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시행한 제도란 점에서다.

사업가형 점포란 각 영업지점장들을 계약직 형태로 전환하고 연봉 대신 실적에 따른 성과급 등을 받는 제도다. 연봉제가 성과제로 전환되면 이전까지 영업실적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전환 전 연봉보다 약 2배 이상을 가져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미 흥국생명은 사업가형 점포를 운영하며 실적에 따른 보상을 명확히 해오고 있었다”며 “기존 영업점의 체질개선이 크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영업지점만 줄어든 만큼 비용 효율화에 더 목적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흥국생명이 현재 고민하는 전속설계사의 모집 수수료율 확대폭이 지점 효율화 전략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메리츠화재는 대형점포전략 도입 이후 전속 설계사에게 판매 수수료율을 최고 1000%, 여기에 시책수수료를 통해 100%를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손해보험업계 평균 최대치는 800% 선이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RBC비율 권고치 미달로 자본 확충을 고려해야 하는 흥국생명 입장에서 점포 통합으로 줄어든 비용을 마케팅에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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