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비용 털어내고 시너지로 3개월만에 ‘흑자전환’ 성공
자기자본규모 따라 미래에셋-KB順, 실적 1위는 한투證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초대형 IB(투자은행) 전환을 위해 통합(M&A)을 선택한 증권사들이 1분기 순이익 1000억원을 넘어서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순위가 재편된 이후 첫 성적표로 실적 1위는 1300억원을 기록한 한국투자증권이 차지했지만, 통합 증권사들이 합병비용 등으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통합 후 3개월만의 첫 성적표로 나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대우’ 한발 앞서

통합 이후 첫발로는 자기자본이 높은 미래에셋대우가 KB증권을 소폭 앞섰다.

미래에셋대우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1분기 영업이익 1434억원, 당기순이익 1101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각각 196.9%, 174.6% 증가한 수치로 108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KB증권을 살짝 앞섰다.

특히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이 높았던 대우증권과 자산관리(WM)부문 비중이 높았던 미래에셋증권이 만나 쏠려있던 수익구조의 분산을 통한 실적 안정화가 눈에 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1분기 말 2979억원의 순영업수익 기준으로 위탁매매 비중 26%, 자산관리 16%, IB 12%, 트레이딩 27% 등 수익구조가 크게 안정화 됐다”며 성공적으로 합병 첫발을 내딛었다고 자평했다.

위탁·자산관리 부문의 경우 총 고객자산이 219조원, 1억원 이상 고객이 13만2820명으로 전 분기 대비 약 5조원, 3100여명 증가했다.

오래전부터 미래에셋이 강조해 온 연금자산의 경우 1분기 퇴직연금에서만 2000여억원 증가하는 등 총 2500억원이 늘어나 8조9000억원을 기록했으며, 해외위탁잔고도 1분기 1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우리은행 지분 매각자문, 한화생명 신종자본증권 발행, 포스코에너지 RCPS(상환우선전환주) 투자 등 IB부문에서도 꾸준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 KB證, 은행과 시너지 효과 ‘톡톡’

현대증권을 품은 KB증권은 은행계 금융지주 편입 효과를 톡톡히 보여줬다.

KB증권은 1분기 말 108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미래에셋대우를 바짝 뒤쫓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0% 이상 늘어난 규모로, 매출액(1조9316억원)과 영업이익(1412억원)도 각각 41%, 152% 증가했다.

KB증권은 현대증권과의 통합사 출범 전부터 KB국민은행과 협업체계를 구축해 WM부문에서 적극적인 시너지 영업을 추진해 수익확대를 이끌었다.

실제 KB증권이 올해 1분기 은행을 통해 거둬들인 WM소개영업 수익은 총 30억원으로, 합병 전인 지난해 1분기 수익 3억원 대비 10배나 증가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복합점포 등을 통해 은행에서 증권으로 넘어온 소개시너지만 30억원에 달했다”며 “은행연계계좌를 포함한 수수료 수익 등 은행권 수익까지 포함할 경우 1분기 WM소개영업 수익은 총 12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분기 평균 2009억원 수준이던 소개자산은 올해 1분기 1조1090억원으로 5.5배 증가했다. IB연계 대체투자상품 및 ELS(주가연계증권) 등 상품 경쟁력 확보 역시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WM부문 실적의 62%는 현재 30개에 달하는 은행-증권간 복합점포에서 창출됐으며, 이를 통한 소개고객수도 1분기에만 5000명을 넘어섰다. KB금융은 올해 안에 은행 내 증권점포를 입점하는 복합점포를 20개 추가로 확대, 총 50개로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은행과 증권, 기타 계열사들을 포함한 기업투자금융(CIB) 복합점포 협업에 따른 성과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딜 완료실적 기준으로 지난해 1분기 142억원이던 CIB 수익은 올해 1분기 400억원으로 182%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실적인 733억원의 절반을 넘어서는 규모다.

CIB점포는 은행, 증권 등 여러 금융부문이 결합해 여신·지분투자·기업공개(IPO)·인수합병(M&A)을 포함하는 포괄적 기업금융서비스 공간이다.

KB금융은 회사채, IPO(기업공개), 부동산금융, 유동화, M&A(인수·합병),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인프라·부동산금융 중심의 수익성 제고를 통해 실적을 크게 증대시켰다. 공동영업체계(Partnership RM제도) 구축을 통해 CIB 영업모델을 조기정착 시킨 것도 실적 향상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지주 내에서 이익기여도가 최하위이던 증권의 당기순이익 규모가 카드에 이어 두 번째로 튀어 오르면서 지주 내 위상이 높아진 한편, 증권의 수익 증대에 따른 KB금융지주 비은행 부분 수익도 크게 확대됐다.

KB금융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9.7% 증가한 8701억원을 기록했으며,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의 완전자회사 추진을 통해 비은행 부분 수익을 38.5% 수준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 증시 활황·ELS 발행 실적 힘입어 1분기 실적 ‘활짝’

기업이익 증가 및 정치불확실성 해소로 코스피가 2300선을 넘어서는 등 증시 활황과 ELS 발행실적 회복 등에 힘입어 대형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증권사들도 1분기 실적 호조를 보였다.

합병 없이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높인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순이익 1300억원을 기록하며 증권사 가운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4.4% 늘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90억원, 매출액 1조909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2.8%, 13.7%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산관리부문 및 해외대체투자 확대를 통한 수익 다변화를 실적 증대 이유로 꼽았다.

이어 NH투자증권(886억원), 메리츠종금증권(809억원), 키움증권(607억원), 삼성증권(558억원), 신한금융투자(460억원) 순으로 1분기 높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김고은 연구원은 “국내 및 글로벌 증시 상승으로 ELS 발행금액은 16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던 지난 2015년 상반기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조기상환 및 재판매 수수료 수익 인식으로 대형사 위주의 실적 개선과 함께 해외 주식 및 채권 판매 증가, 수익증권 판매 증가 등 다양한 금융상품 판매가 이뤄져 증권사 수익기반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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