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력상실·해지 등 종신보험 가입자 이탈 가속화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지난해에만 70조원이 넘는 사망보험금이 증발했다.

종신보험 계약자의 효력상실 및 해지 규모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고액의 보험료를 납입하지 못하거나 혹은 종신보험인줄 모르고 가입했다가 해약해 손실을 보는 등 종신보험으로 낭패를 보는 계약자가 많아졌단 의미로도 해석된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1~12월) 발생한 종신보험의 효력상실 및 해지는 총 130만건, 가입금액 기준 75조6000억원에 달한다.

즉 지난해에만 130만명의 종신보험 가입자가 보험료를 내지 못해 실효되거나 계약을 유지하지 못한 것이고 보험사는 75조원에 달하는 사망보험금 지급 책임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는 같은 해 발생한 종신보험 신계약 가입금액(202만건, 121조원)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다.

종신보험의 효력상실 및 해지 금액은 지난 2013년 50조2000억원, 2014년 66조4000억원, 2015년 69조6천억원 등 매해 증가하는 추세인데 7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신보험의 효력상실 및 해지 규모가 커질수록 종신보험 가입자들의 피해도 늘어날 전망이다. 종신보험은 중도 해지 시 필연적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란 점에서다.

종신보험은 사망하면 약속한 보험금을 무조건 지급한다는 특성에 보험료가 비쌀 뿐만 아니라 초기에 보험사가 떼 가는 사업비가 크다보니 낸 돈보다 중도 해지 시 발생하는 환급금이 적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종신보험을 해지하는 가입자들이 늘수록 초반에 사업비만 챙기고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책임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며 “매해 수십조에 달하는 사망보험금이 사라지고 있음에도 종신보험을 10년 동안 유지하는 가입자는 10명 중 3명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최근에는 사망보험금 획득 목적이 아닌 해지(연금 재원 마련)를 목적으로 한 종신보험 가입형태가 유행하면서 해지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연금전환형 종신보험 등 사망보험금 중 일부나 전부를 해지한 뒤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특약이 포함된 상품의 불완전판매가 늘고 있어 문제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오래 살기위한 연금에 대한 니즈가 커짐에도 불구, 생보사들이 연금보험이 아닌 ‘연금 전환’을 미끼로 한 종신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연금전환형 종신보험은 사망보험금 중 일부 혹은 전부를 해지해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러한 연금 전환 기능의 종신보험은 일반적인 연금보험보다 실제 연금 수령액이 적다. 사망보험금이 주 목적이다보니 보험료 중 사망보장을 위한 비용이 매우 높고 사업비도 연금보험보다 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종신보험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강한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보험국장은 “종신보험은 사망보장을 위한 보장성보험이므로 노후연금 목적이라면 연금보험을 가입해야 한다”며 “보험사 변칙 판매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하려면 금융감독원이 나서서 보험사 대상의 선제적, 실효성 있는 조치를 해야지 소비자들에게 주의하라고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종신보험 상품과 관련해 접수된 민원 4265건 가운데 연금보험이나 저축보험으로 오인해 가입했다는 민원이 절반을 넘은 2274건(53.3%)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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