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파생상품 이어 올 하반기 채권시장 ‘명목계좌’ 도입
각국 세율 달라 결제는 별도, ‘채권시장 활성화’ 기대감↑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올 하반기부터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이 손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일괄주문이 가능한 ‘명목계좌’가 도입된다.

주식에 이어 파생상품시장에서 일괄 주문·결제가 가능한 ‘외국인통합계좌(옴니버스 계좌)’가 내달 도입되는 것과 함께, 채권시장에도 문을 열어 외국인의 국내 시장에서의 투자 편의성을 제고하는 한편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단, 주식·파생상품시장에 도입되는 옴니버스 계좌와 달리 채권시장에는 일괄주문은 가능하지만 일괄결제는 불가능한 명목계좌가 도입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옴니버스 계좌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가 본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다수 외국인투자자의 매매를 통합, 주문과 결제를 하나의 계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제도다. 기존에도 주식시장에서는 명목계좌를 통해 주문과 체결은 통합 처리가 가능했지만, 결제 이전에 각 외국인, 즉 개별 펀드 계좌별로 매매체결 내역을 배분하고, 배분된 계좌별로 각각 결제를 처리해야해 사실상 국내에 별도 계좌를 개설해야하는 불편이 있었다. 또 국내 증권사나 수탁기관 역시 개별 계좌를 관리해야 하다 보니 거래 과정에서의 수정이 어렵고 행정비용 등의 부담이 높았다.

채권시장에는 이처럼 일괄 주문은 가능하지만 결제는 계좌별로 배분해 처리해야 하는 명목계좌가 도입된다.

당초 금융당국은 채권시장에도 주문에서 결제까지 일괄처리가 가능한 옴니버스 계좌를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금투업권 내에서 주문만 일괄처리하고 결제는 별도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관계자는 “채권시장에서도 일괄주문, 일괄결제가 가능하도록 도입하려 했으나 양도소득세를 낼 때 국가별로 세율이 달라서 일괄결제 시 잠정세율을 매긴 후 차후 일일이 투자자별로 조정을 해야 해 개별결제보다 더 큰 불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며 “업계 내에서 이 같은 건의가 있었고 일괄주문만 도입해도 기존해 비해 충분히 편의성이 향상된다는 점에서 통합계좌와 구분해 ‘명목계좌’를 도입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에 옴니버스 계좌를 도입할 경우 각 나라별로 다른 세율 뿐 아니라, 개별 국가 간의 조세협약에 따른 차이도 발생할 수 있어 일괄결제 시 외려 절차상 불편이 더 가중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당국은 오는 24일까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규개위 및 당국 의결 등을 거쳐 올 하반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명목계좌 이용 시 외국인 투자관리시스템 상 정확한 체결·배분 내역 파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외국인 투자 모니터링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자매매·중개업자들에게 별도로 거래내역의 기록·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당국은 이미 국내 증권사 및 보관기관, 예탁결제원, 한국거래소 등과 TF 회의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상태로, 기존 주식 명목계좌 이용 시 필요 자료 보관·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만큼 별도의 직접적인 추가비용은 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별 결제 시 기록이 남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에 대한 모니터링 사각지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업계에서 계속해 요구가 됐던 사안인 만큼 외국인 거래 편의성을 높여 거래가 활성화 되는 등 채권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내에서도 그동안 외국인투자자(펀드 등)들이 주식뿐 아니라 채권에도 똑같은 수요가 있어왔고, 동일 펀드 내 주식과 채권을 같이 편입하는 경우가 많아 일괄주문을 요구해 왔던 만큼, 거래 편의성 향상에 따른 채권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주식과 달리 채권은 별도의 거래제한이 없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우려되는 외국인 투자제한 사전 방어의 어려움 등의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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