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염희선, 박영준 기자>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이 금융권에도 불어닥칠 전망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쳐 금융공기업과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금융업권에 뿌리내린 낙하산 인사의 대거 물갈이가 예상되고 있어서다.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업무전문성마저 떨어지는 낙하산 ‘정피아(정치권+마피아)’들이 금융전문가들로 교체되는 적폐 청산이 단행될 경우 금융산업 발전의 또다른 포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국책은행장, 전면 교체 불가피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첫 손에 거론되는 교체 대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경우 박근혜 전 정부의 금융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국무총리실 실장을 거쳐 박근혜 전 정부에서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 2015년 금융위원장에 내정됐다. 이후 박근혜 전 정부의 금융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아 창조금융 확대, 성과연봉제 도입이 정책과제를 주도했다. 

대선 하루 전날인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한 임종룡 위원장의 사표 수리 가능성은 큰 것으로 보인다. 전 정부의 금융정책을 선전해온 인물인데다가 그가 추진한 성과연봉제 도입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정면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금융감독기구 재편 공약 실행과 함께 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국책은행 수장들 역시 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이 회장은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며, 당시 대선캠프의 금융인 모임을 이끌었다. 대구 출신에 영남대학교를 졸업한 TK인사인데다가, 정부 교체기에 산은 회장이 자리를 물러난 점을 감안했을 때 임기를 무사히 끝마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최종구 한국수출입은행장의 자리보전 가능성도 적다. 지난 3월 취임 당시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한 인사 출신으로 정당성 논란에 처해 있어서다. 

은행·금융공기업 임원도 물갈이 대상

은행권과 금융공기업에 내려앉은 낙하산 정피아들도 자리를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8~2016년 사이 금융권 임원으로 온 낙하산 인사는 무려 100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도 지난해 9월 기준 금융공기업 임원 255명 중 97명이 낙하산이며 이중 53명이 정피아라고 지적했다. 

이들 정피아들은 주로 감사와 비상임이사 자리에 포진해 있다. 

기업은행 이수룡 감사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이며, 기업은행 지회사인 IBK저축은행의 강일원 사외이사, 송석구 사외이사도 정치권 출신이다. 

수출입은행 공명재 감사도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며, 예금보험공사의 이명선 비상임이사는 대통령실 출신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신용선 사외이사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 선전국장 출신이며, 서정환 사외이사는 새누리당 경남도당 공천관리위원을 맡은 바 있는 정피아 인사다. 
금융공기업의 비상임이사에서도 정피아 인사가 포착된다. 

주택금융공사가 올해 초 선임한 2명의 비상임이사도 정치권 인사로 해석된다. 

이번에 선임된 단국대 김태기 교수와 김동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지난해 20대 총선에 새누리당의 옷을 입고 출마를 시도했지만 공천 탈락했다.

김태기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노사정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지내기도 했다. 기술보증기금 이기우 비상임이사도 한나라당 정책위 부위원장을, 신용보증기금 임무성 비상임이사는 국회 비서관 경력이 있다. 자산관리공사 송창달 비상임이사는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후보 대외협력위원장을 지냈다. 

증권계 인사도 좌불안석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투자업권에 내려앉은 인사들 역시 좌불안석이다. 

세월호 사태 이후 전문분야와 상관없이 낙하산으로 임명된 이른바 정피아·관피아 논란이 거세져 금융유관기관장들이 민간출신으로 대체되는 듯 보이기도 했으나 지극히 일부에 그쳤고, 특히나 금융투자업권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 공직자 출신 등기임원이 가장 많은 업종이기도 하다. 

적폐 청산 기조로 조기교체가 가장 유력한 인물로는 한국거래소 정찬우 이사장이 꼽힌다.

정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직전 청와대 지원을 받은 보은인사로 이사장에 임명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거세게 일어 노조측으로부터 출근을 저지당하기도 했다. 

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지시로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특별검사팀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도 하는 등 정치권 내에서 금융계 인사를 주물러 왔다는 지적도 나온바 있다.

한국증권금융 역시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곳이다. 지난해 8월 선임된 조인근 감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냈으며, 특히 최순실 사태 당시 잠적해 많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예탁결제원 김영준 예탁결제본부장도 정치권 보은인사로 꼽힌다. 김 본부장은 부산시 대외협력특별보좌관으로 활동했으며, 대표적 친박 인물로 분류되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겸 종합상황실장을 맡기도 했다. 서 시장은 2012년 대선 당시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회 당무조정본부장을 맡았으며, 앞선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당시 예비후보 캠프의 정책메시지본부장을 맡은 인물이다. 

김영준 본부장 역시 이같은 이력으로 예탁결제원 노조 측으로부터 출근을 저지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코스콤 정연대 사장은 서강대 총동문회 대전지역 수석부회장으로 이른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로 불리는 멤버 중 한명이며,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을 한 바 있다. 민간전문가 출신이지만 대표적 친박 인물로 꼽힌다. 

NH투자증권 김원규 사장은 사원에서 시작해 사장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지만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전무에서 바로 사장으로 선임돼 논란이 됐다.

2013년 우리투자증권 신임사장 내정 단계에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추진으로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사이 파워게임설이 돌기도 했는데 당시 대표적 친박인사로 꼽히는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전 새누리당 의원)이 동생이라는 점에서 재검증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정찬우 이사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박근혜 정부 이전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2008년 금융위원장 유력 후보로 오르기도 했으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 비자금 사태로 비자금으로 의심된 차명계좌가 황영기 회장이 행장으로 있었던 우리은행에 다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무산된 바 있다. 

또 2005∼2007년 우리은행 행장 당시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에 15억80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관련 법규를 어기고 투자액의 90%인 1조6200억원의 손실을 내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후 KB금융지주 회장직에서 물러나 차병원 부회장 등을 맡았으며,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징계취소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며 다시 금융권으로 복귀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금융투자협회장 경합에서는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이 유력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으나 이를 뒤집고 협회장에 올랐다. 

서울보증·보험협회도 관치 ‘만연’

보험업권의 이전 정권 관련 인사도 힘을 잃는 상황에 놓였다.

국책금융기관인 예금보험공사 지분이 90%를 넘는 서울보증보험은 최근까지 감사 선임에 대한 잡음이 일어왔다.

지난 12일 임시주주총회서 연임이 결정된 조동회 감사위원은 지난 2007년과 2012년 대선에서 각각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인물이다.

조 감사의 경우 실질적인 실무 경력은 삼보증권과 고려증권에서 영업지점장, 영업부장 등을 역임한 것이 전부다.

이후 새천년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새천년민주당 은평갑 지구당위원장, 새정치국민회의 연수원 부원장을 역임하며 낙하산 인사, 보은인사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보험협회도 지난해 사실상 부회장직인 전무직을 신설했다는 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지난해 8월과 10월 각각 신임 전무로 송재근 전 금융위원회 과장과 서경환 전 금융감독원 국장을 신임 전무로 맞아들였다.

전무직은 내부 인사 승진을 독려하고자 그간 관 출신 임명이 대부분이었던 부회장직을 없애고 신설한 자리다.

그러나 관 출신 인사를 선임하면서 수장만 민간출신으로 교체했을 뿐 협회 2인자들을 다시 관료 출신들로 채운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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