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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가계부채, 경제 현안으로 다뤄야
[기고]가계부채, 경제 현안으로 다뤄야
  • 대한금융신문
  • 승인 2017.05.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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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금융지주 송두한 NH금융연구소장

▲ NH금융지주 송두한 NH금융연구소장.

글로벌 통화정책의 기조 전환이 이뤄지면서 그간 저금리 환경에 매몰됐던 시장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특히, 금리 충격에 노출된 가계부채는 그냥 무시하기엔 부담스러울 정도로 알게 모르게 몸집을 불리면서 경제 현안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국방장관이었던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Rumsfeld)가 언급했던 세 가지 앎의 스펙트럼을 통해 가계부채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즉, ‘알려진 사실을 아는 것’(known knowns)과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known unknowns)은 대응 가능한 영역에 있으나,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unknown unknowns)에는 위기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먼저 가계부채의 양적 팽창은 ‘known knowns’ 영역에 포함되는데, 지난 해 기준 가계부채는 1344조원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85%나 증가했다. 더욱이 기업대출에 포함된 자영업자대출(약 309조원)을 합산한 실질 가계부채는 1653조원으로 GDP에 견줘 100%를 넘는 수준이다. 가계의 신용팽창이 경제 성장 속도나 소득 증가에 비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적게는 150만가구, 많게는 200만가구로 추정되는 한계가구는 금리 상승 시 부채충격에 취약해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한 영역이고도 하다.  

한편 ‘Known unknowns’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가계대출은 잠재 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트리거를 의미하며, 그 중심에 자영업자대출이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취업자 대비)은 약 26% 정도로 미국(7%), 일본(12%) 등에 비해 자영업 쏠림이 심해 산업구조 재편이나 경기변동 리스크에 노출된 산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자영업대출을 중심으로 주택, 중소기업, 내수 등의 산업이 구조적으로 맞물려 있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DTI 등 규제정책을 통해 제어할 수 있는 단선적인 영역을 넘어선지 오래이다. 

설상가상으로, 자영업자대출은 도처(기업대출, 개인사업자대출, 가계대출 등)에 산재해 있어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통합 분석·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마저 불분명한 실정이다. 자영업자대출 추정치가 한국은행 480조, 금감원 670조 등으로 기관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이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영학의 그루(Guru·정신적 스승)인 피터 드러거(Peter Drucker)가 언급한 것처럼,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최근 금융당국이 원리금상환 방식으로 대출구조 개선을 적극 유도하는 등 모기지금융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주택담보대출에서 분할상환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11년 7.7%에서 2016년 45.1%로 불과 몇 년 사이에 6배 가까이 급증했다. 만기 일시상환, 거치식 방식 등 금리 및 주택가격 충격에 취약한 대출구조의 질을 개선하는 정책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금리상승 국면에서 이루어지는 급격한 대출구조 변화는 상환흐름 충격으로 인해 가계의 부채상환 여력을 악화시키는 정책의 기간 불일치(Time Inconsistency)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대출구조 개선은 장기적 관점에서 금리주기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끝으로, 가계부채 디레버리징 정책은‘unknown unknowns’의 영역에서 논의되는 이슈이다. 어느 경제든 금융위기 이후에는 두 가지 유형의 부채를 덜어내는 과정(de-leveraging cycle ·  자산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채무조정)을 경험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금융위기 구간에서 가계부채를 10% 이상 덜어내는 ‘고강도 가계 디레버리징’(hard household de-leveraging)을 경험한 이후 경기 상승에 대한 강한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다. 주택의 버블(housing bubble)주기를 추종하는 미국의 가계부채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국내 가계부채에 비유하자면, 약 150조원 정도가 줄어들어 가계부채 총량이 1200조원으로 감소한 셈이다.

그러나 국내 가계부채는 소득보전 기능이 강해 금융위기를 수반하지 않고서는 부채를 덜어내기가 거의 불가능한 구조이다. 결국, 가계부채 연착륙(soft de-leveraging)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 조합(policy mix)이 경제운영의 틀 안에서 촘촘하게 설계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금융을 금융으로 풀려는 기존의 가계부채 대책(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 150% 등)을 답습하기 보다는 더 근원적인 해법을 정책으로 녹여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특히, 금융정책의 토대 아래 산업정책(자영업 구조조정), 주택정책(후분양제), 소득정책(가계·기업 소득분배구조 개선) 등의 조합이 심도 있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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