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평가 C등급 패널티 70%→30%로 완화
노조 “해당자 3명 불과 ‘눈 가리고 아웅’격”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고강도 인사평가등급 제도를 운영한 동부증권이 노조탄압 이슈가 불거지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노조가 강력히 폐지를 주장해 왔던 C등급 평가제도에 대한 패널티를 완화했기 때문.

동부증권은 A+부터 C에 이르는 5단계의 직원 인사평가등급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중 최저등급인 C등급을 받을 경우 임금의 70%를 삭감하는 고강도 패널티를 적용해 왔다. C등급을 받을 경우 삭감한 연봉을 기준으로 퇴직금이 정산되기 때문에, 사측이 이를 대신해 전문영업직(계약직)으로 전환을 종용한 인력도 최근 2~3년간 200여명을 넘어섰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평가등급에 따라 상여금을 차등지급하는 것과 달리 유례를 찾기 힘든 고강도 패널티가 알려짐과 동시에 노조탄압 의혹 논란이 불거지자 동부증권은 25일부터 C등급에 대한 패널티를 기존 70% 삭감에서 30%로 완화하기로 했다. 사실상 노조의 의견을 받아들여준 것이다.

그러나 현재 C등급에 해당하는 인력이 3~4명에 불과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부증권 정희성 노조위원장은 “사측이 C등급 패널티를 완화하면서 노조 측의 의견을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대부분의 C등급 해당자가 이미 계약직으로 전환되거나 퇴직한 상태”라며 “C등급에 해당하는 직원은 현재 3~4명에 불과해 회사는 별다른 부담도 없이 생색만 내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 탈퇴 압력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사측의 탈퇴 요구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 했으나, 평가등급을 완화해 노조의 요구를 들어줬으니 더 이상 노조가 필요치 않다는 식의 논리로 노조탈퇴 분위기를 다시 조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노조탈퇴 압력 논란이 일었던 이달 초 부산지역에서만 노조원 28명이 하루에 일제히 노조를 탈퇴했으며, 이후 서울 등 지역에서도 탈퇴 움직임이 이어졌다.

지난 3월 말 36년만에 무노조 경영원칙을 깨고 노조설립에 성공했지만 사측의 노조탈퇴 압력으로 설립 후 1달 새 60명을 넘어섰던 동부증권 노조원은 현재 집행부 포함 25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정 위원장은 “노조원 가입수가 한 달 만에 60여명이 넘어서자 가입자가 다수인 부산지역에 대한 본부장 교체가 이루어졌고 이후 지점통폐합 및 원격지 발령을 들먹이며 조합원 탈퇴를 강요해 부산지역에서만 28명이 일제 탈퇴했다”며 “정권교체 후 다른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과 달리 동부증권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증권 노조는 노조원 탈퇴 압력에 대한 증거자료를 근거로 부당노동행위로 고원종 사장을 비롯한 관련 임원을 고발한 상태며, 이후 국회랑 연계해 전국 단위의 궐기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동부증권 관계자는 “C등급에 해당하는 직원은 성과가 지극히 저조한 극소수만이 해당됐으며, 가혹하다는 측면이 있어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기 이전부터 수정을 검토했고 이에 따라 변경한 것”이라며 “노조원 탈퇴를 사측이 종용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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