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나이가 들수록 불행해진다. OECD 국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이 느끼는 행복도는 나이가 들수록 낮아지고 50대 후반부터 더욱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노인의 83%가 주말이나 휴일에 주로 TV를 시청하고 은퇴 후 역할 변화나 부부 간 접촉시간 증가로 이혼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2015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58.6명으로 OECD 평균 자살률의 3배에 달한다.

왜 한국의 노인들은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단순 빈곤 문제를 넘어 그 뒤에는 사회에서 배제된 우리나라 고령자들의 극심한 소외감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고령자의 사회적 유대관계에 집중하는 일본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은 지난 1995년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고령사회 대책 기본법을 제정하고 1996년 관련 법을 중장기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고령사회 대책대강을 마련했다.

고령사회 대책대강은 1996년 마련된 이래 노후소득 및 건강분야뿐만 아니라 노후생활의 활력과 유대관계를 특히 강조하며 고령자가 다른 세대가 함께 사회의 중요한 일원이라는 보람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 기술을 통한 정보취득 지원, 학교교육 및 육아지원 등 노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확보하고 특정 비영리활동 법인, 자원봉사단체 등 노인이 고용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참여를 할 수 있는 자발적인 봉사활동 기회를 지원한다.

이밖에 초중고 교육기관에서는 사회봉사체험활동 등을 통해 고령사회 이슈와 고령자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대학교 개방강좌 등을 통해 고령자의 재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10년 늦은 지난 2005년 ‘저출산, 고령화 사회 기본법’을 제정했으며 저출산, 고령화 사회 대책 중 하나로 노후생활 관련 정책이 수립됐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 기본법은 크게 저출산 대책, 고령사회정책으로 구분되며 고령사회정책 부문에서 여가·문화 및 사회활동 장려, 평생교육과 정보화 등 노후생활 관련 정책이 제시됐다. 동 법을 기반으로 지난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수립됐고 이후 2011년과 2016년 제 2차, 제 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수립됐다.

2015년 노후준비지원법이 제정되면서 대인관계·여가 등 노후생활 관련 정책이 구체적으로 제시됐으며 지난해 동법을 실현하기 위한 제1차 노후준비지원 5개년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노후준비지원 5개년 기본계획의 기본방향은 ‘활기찬 고령사회(Active Ageing)’ 구현을 목표로 노 후준비가 필요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공적제도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韓 ‘개인 위한 봉사’ Vs 日 ‘사회 위한 봉사’

일본과 우리나라의 노후생활 관련 정책을 비교해보면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제도를 도입한 만큼 다루고 있는 범위가 넓고 고령자의 사회적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양국 모두 공통적으로 평생학습, 취미활동, 자원봉사 등을 통한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고령화 정책은 고령자도 사회의 일원이라는 인식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교류 및 기여를 보다 강조한다는 점에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는 고령자를 위해 가족과 관련된 진단 및 상담 프로그램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고령화가 심화된 일본은 가족관계보다는 사회적 관계에 보다 집중하는 모습이다.

고령자의 사회참여 척도 중 하나인 ‘봉사활동’ 경험 비율을 살펴보면 한국은 일본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활동영역도 편중돼 있다<표 참조>.

한국은 봉사활동 경험이 없는 경우가 92.2%지만 일본은 50% 미만으로 양국 간 큰 차이를 보였다. 봉사활동 경험이 있는 경우만 비교하면 한국은 개인에 대한 봉사활동에 집중하는 데 비해 일본은 개인보다는 사회와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봉사항목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일본은 환경보전과 범죄예방, 국가 및 지역행사 항목이 상대적으로 큰 부분을 차지했다.

우리나라 고령자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 무관심과 정보부족, 쑥스러움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 고령자들은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42%)’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반면 일본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29%)’이라고 답변이 가장 많았다.

‘봉사활동 관련 정보를 찾기 어렵다’고 대답한 경우도 일본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봉사활동을 혼자하기 어렵고 쑥스럽다’고 응답한 비율도 16%로 일본(5%)보다 높아 한일 간 의식 차이를 보였다.

◆노후소득이 삶의 만족 보장해주지 않아

보험연구원은 일본과 한국의 고령자 노후생활 정책을 평가하며 “봉사활동 경험은 고령자의 사회참여 정도를 보여주는 일부 지표에 불과하지만 정책적인 지원이 고령자의 사회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고령자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인 정보부족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봉사활동 단체들의 자발적 홍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다. 또 봉사활동에 대한 무관심은 봉사활동을 통한 사회참여의 순기능을 교육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봉사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

고령자의 노후생활은 노후 삶의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령화 심화와 함께 그중요성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 김세중, 최장훈 연구원은 “충분한 노후소득과 건강을 확보한다 해도 여가 및 대인관계 등을 통해 활기찬 노후생활을 누리지 못한다면 노후에 삶의 만족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며 “부양개념의 고령자 노후생활 정책에서 벗어나 고령자가 적극적으로 사회와 교류하고 자신의 재능을 사회와 나누면서 사회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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