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8 11:15 (수)
[응답하라, 우리술 34] 취미로 배운 맥주, 고대 앞 명물 된 ‘히든트랙’
[응답하라, 우리술 34] 취미로 배운 맥주, 고대 앞 명물 된 ‘히든트랙’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7.05.2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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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자금 때문에 힘들다던 브루펍, DIY로 만들어낸 돈키호테들

연말까지 규모 2배 확장하고 수출까지 다부진 꿈 키우는 세 젊은이

▲ 값싸고 질좋은 맥주를 직접 만들어 마셔야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결심한 돈키호테 세 사람 중 양조와 안암점 운영을 맡고 있는 정인영 공동대표.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밍밍한 맛을 내는 국산 대기업 맥주가 싫어 손수 맥주를 빚는 동호인들이 수만 명에 달한다. 이 동호인그룹 중 가장 큰 곳이 3만3000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맥만동(맥주만들기동호회)’이다. 이 곳 출신의 맥덕(맥주덕후) 세 사람이 취미를 사업으로 승화시켜서 본격 양조에 나서는 곳이 있다.

술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자신들이 직접 빚어 마시면 더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의기투합, 각자 4000만 원 가량의 자본금을 출자해서 회사를 만들고, 사장을 뽑을 때는 ‘가위바위보’ 한판으로 결정해 요즘 말로 쿨하게 다니던 직장마저 때려 친 ‘거침없는’ 젊은이들이 설립한 고대앞(제기동) 명물 ‘히든트랙’이 그 주인공이다.

이곳에서 브루마스터를 맡고 있는 정인용(35) 공동대표와의 인터뷰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단어는 ‘돈키호테’였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1억5000만원으로 브루어리를 만들기’, 그리고 보증금을 제외한 예산으로 양조설비를 구하기 위해 알리바바를 통해 섭외한 기업들을 직접 방문해 가장 값싸게 시스템을 구비한 일, 심지어 지하 브루펍에 1000리터 들이 발효조 5개와 500리터 크기의 당화조를 직접 지게차를 불러 지하에 내려 양조시스템을 설치한 일 등 지난 3년간의 좌충우돌하며 브루어리를 경영한 일 모두가 그렇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들 중 누가 돈키호테이고, 산초 판사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세 사람 모두 자신들이 좋아하는 맥주를 통해 그들의 인생을 즐기듯 살아간다는 사실만이 귀에 들어왔고, 그래서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말하던 ‘카르페 디엠(carpe diem)’하는 삶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정인용 대표가 맥주를 직접 만들어 마셔야겠다고 생각한 시점은 지난 2011년경. 술을 좋아하던 친구이자 동업자인 이현승 대표와 저렴하게 술을 마시기 위해 ‘집술 빚기’의 맥주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홈브루잉’을 시작한 것이다. 처음 완전곡물 양조를 배우던 날, 그는 훈연향이 강하게 스며있는 독일식 맥주인 ‘라우흐 비어’를 시음하고 맥주에 대한 신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고 한다.

“맥주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된 술이라 인생의 맥주라고 할 수 있다”는 정 대표는 이 술을 계기로 브루어리를 꿈꾸게 되었고, 그리고 지금도 일 년에 한두 번은 양조한다고 한다. 물론 만들지 않을 때는 정 대표가 개인적으로 빚어 마실 정도라고 하니 그의 라우흐 비어 사랑을 짐작할 수 있다.

‘히든트랙’의 역사는 지난 2014년부터이다. ‘값싸게 질 좋은 맥주를’이라는 모토를 갖고 출발한 히든트랙은 불과 2~3년 만에 수제맥주의 불모지인 고대앞의 명물로 부상했다. 첫 맥주는 고려대 응원가인 ‘엘리제를 위하여’에서 개념을 차용한 엘리제(아메리칸 페일에일)이다. 20번 넘게 레시피와 홉 등을 교체해가며 현재 맛을 찾아냈을 정도로 정 대표는 상징적인 맥주 생산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홉향이 강하면서도 바디감이 적은 것이 요즘의 트랜드”라고 말하는 정 대표는 자신들의 술은 다른 술에 비해 쓴맛(비터감)이 적다고 말한다. 엘리제의 경우도 스타일은 아메리칸 페일에일이지만 술맛은 일반적인 페일에일보다 쓴맛이 덜하다. 이 같은 술의 경향성은 상시 생산하는 블랙아웃(아메리칸 스타우트), 273(벨지안 블론드), 배틀 크라이(아메리칸IPA)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 맥주만들기동호회 출신 3명이 의기투합해 2014년에 만든 ‘히든트랙’, 올 연말 별도의 브루어리를 세울 만큼 급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히든트랙의 양조설비.

이밖에 히든트랙은 계절별로 2~3개의 술을 더 내놓고 있는데, 이번 시즌에는 정 대표가 좋아하는 라우흐 비어와 벨기에 밀맥주, 그리고 아메리칸 앰버에일을 생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규 맥주교육을 받지 않은 정 대표의 술맛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인터뷰 내내 별도의 교육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수차례 질문했지만 정 대표의 답은 ‘홈브루잉’이었다. 히든트랙을 내기 전까지 그는 30여 스타일의 맥주를 총 150회 이상 빚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완성된 레시피가 20개 정도 된다고 한다. 이러한 기본기와 함께 상업양조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과 해프닝은 맥주관련 원서를 학습하면서 해결했다고 한다.

히든트랙의 맥주는 직영 매장인 제기동과 회기동 펍에서 주로 판매하고 있으며, 일부의 펍에도 납품되고 있다. 그리고 올 연말에는 생산규모를 2배로 확장해서 서울 외곽 지역에 별도의 브루어리를 낼 계획이다. 또한 펍도 한 곳을 추가로 오픈해 좀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물론 해외수출까지 꿈꾸고 있다. 그 순간 정 대표의 눈에는 히든트랙의 세 사나이가 로시난테의 등에 올라타고 꿈을 향해 전진하는 돈키호테가 비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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