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취임 이후 가장 강력한 현장의 추억 ‘콜센터 체험’

공감 리더십 위해 신입부터 대표이사까지 연1회 필수코스        

▲ NH농협생명 서기봉 사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누군가 울고 있는 장면을 보거나, 슬픈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같이 눈물을 흘리거나 그 감정에 휩싸이는 이유는 우리 뇌 속에 ‘거울 뉴런(신경세포)’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과거에 경험한 자신의 감정을 되살리게 되며, 그 경험이 그들의 기쁨을 가치 있게 만들고 대리만족까지 느끼게 하는 것이다.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7년 전에 쓴 자신의 책 <공감의 시대>의 첫머리에서 독자들을 세계 1차 대전의 한복판으로 이끌고 간다. 크리스마스 이전에 전쟁을 끝내고 고향집에서 연말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에서 시작된 전쟁.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교착에 빠진 전쟁은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주검의 땅으로 만들고 말았다. 독일군과 연합군 모두 한 발도 전진하지 못하고 처절한 전투만 벌였던 그해 1914년 겨울, 삭풍 부는 서부전선에 믿기 힘든 일이 발생한다. 연합군 참호에서 연주한 음악에 독일군 진영에서 캐럴로 화답하면서, 그들은 총부리를 거두고 나와 초콜릿과 담배 등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나누며 비공식적인 휴전을 경험한다.

리프킨은 이 책에서 우리 사회가 지구적 차원의 ‘공감의 문명’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하려한다. 그리고 1차 대전 한복판에서 발생한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감의 사례로 들고 있는 것이다.

리프킨은 이 책에서 “공감하는 사람은 분별없이 자의식을 내던지고 다른 사람의 경험에 빠져드는 법이 없으며, 그렇다고 이기적인 목적으로 정보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의 경험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려 들지도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공감은 분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협업의 경제 체제를 구동하는 기제가 된다고 말한다. 

이 같은 공감능력이 리더십 영역에서도 핵심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이유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리더십 기술을 찾아내기보다 공감능력을 발휘해 개인과 조직의 내재된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ICT관련 기술이 주도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어, 보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조직의 대응이 절실해짐에 따라 리더의 공감능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유는 공감하는 리더의 메시지 전달능력이 그렇지 않은 리더보다 더 빠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조직 CEO들이 현장직원의 업무를 체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공감의 출발은 경험의 공유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십분 활용한 메시지 전략인 것이다.

올해 취임한 NH농협생명의 서기봉 대표도 보험업을 보다 빨리 파악하고 시장 동향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지난 1월 말 콜센터 1일 체험을 실시했다. 서 대표는 ‘현장의 추억’이 그동안의 경험 중 가장 강력했다고 꼽을 만큼 콜센터 체험이 강한 인상을 남긴 것 같다.

이 일을 체험한 콜센터 직원들이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지 몰랐다고 말했으며, 그래서 텔레마케터에 대한 처우개선까지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경험과 감정의 공유를 위해 신입직원부터 대표에 이르기까지 임직원 모두가 매년 콜센터를 체험하도록 만들었다.

고객과의 최접점에서의 승부가 금융기업의 실적에 바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서 대표의 판단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NH농협생명 이외의 보험사나 카드사의 수장들도 수년 전부터 콜센터 체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감정노동의 영역. 하지만 최접점에서 어떻게 응대하는가가 기업의 품격은 물론 영업력으로까지 연결된다는 점에서 서 대표의 공감을 위한 행보는 여타 금융권으로도 확장될 것이다. 공감 메시지 전략만큼 고객의 로열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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